(서울=연합인포맥스) 송하린 기자 = 해외증시 호조 흐름을 타고 미국주식 보유 규모를 늘린 국민연금이 지난해 4분기 미국 다음으로 주목한 주식시장은 스페인이었다.

15일 국민연금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분기보고서 13F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국민연금은 미국 주식시장에서 차익 실현하기보다 추가 매수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새로 매수하거나 추가 매수한 종목은 총 226종목이었는데, 일부 매도하거나 전략 매도한 주식은 단 6종목에 그쳤다.

개별종목의 시장가치 상승효과를 제외하고 국민연금이 가장 많이 보유주식을 늘린 종목은 인베스코 퓨어베타 MSCI USA ETF(PBUS), 아이셰어스 코어 S&P500 ETF(IVV), 아이셰어스 MSCI 스페인 ETF(EWP)였다.

PBUS와 IVV는 미국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대표적인 상장지수펀드(ETF)다.

미국의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미국 대표기업 600여개를 선정해 만든 MSCI USA 지수를 추종하는 ETF인 PBUS는 국민연금이 보유한 총 시장가치가 34억달러로 ETF 중 가장 크다. 지난해 4분기에만 4억달러 수준인 981만4천주를 추가 매수하며 15.78% 늘렸다.

IVV는 미국의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에서 대표기업 500여개가 포함해 개발한 S&P500 지수를 추종하는 ETF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4분기 IVV를 49만1천주 추가 매수하며 15.78% 확대했다. 이는 약 1억6천만달러 규모로 추정된다.

눈에 띄는 건 MSCI 스페인 지수를 추종하는 ETF인 EWP다. MSCI 스페인 지수는 스페인 주식시장 내 대형주와 중형주 부문의 성과를 추종하기 위해 고안된 지수로 스페인 내 시가총액 85%를 커버한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4분기 EWP를 96만5천주 추가 매수하며 15.78% 늘렸다. 평균 매수단가 기준으로 매수 규모는 약 2천900만달러에 달한다. 포트폴리오 내 비중은 단 0.03%포인트 오른 0.30%지만, 국민연금이 미국 다음으로 스페인 시장에 주목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 지난해 4분기 유로존 내 경제가 엇갈린 가운데 스페인은 전망치를 웃돈 경제성장률을 보였다. 유로존 내 최대 경제국인 독일은 0.3%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는데, 스페인은 전망치인 0.6% 성장을 웃돌았다.

그 결과 EWP도 10월 말 26.18달러에서 지난해 말 30.62달러까지 올랐다.

스페인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이달 발표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종전 1.4%(11월)에서 1.5%로 오르며, 상향 조정된 5개국에 포함되기도 했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에 가려졌던 유럽 증시도 역사적 사상 최고치를 향해 나아가고 있고, 앞으로 역사적 사상 최고치 경신을 이뤄나갈 원동력은 유럽중앙은행(ECB)의 물가안정 노력 속 유로존 경기 침체 진입에 대한 위험 확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ECB의 조기 정책 전환에 대한 기대"라며 "얕은 변동성 확대를 비중 확대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올해 들어서는 MSCI 유로존 추종 ETF가 소폭 상승한 것과 달리 EWP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EWP는 전일 29.01로 장을 마감하며, 지난해 말보다 5.21% 하락했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의 EWP 평균 매수단가인 29.7733달러도 하회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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