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송하린 기자 =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아름다운 퇴장'을 선택했다.

NH투자증권을 국내 최고의 투자은행(IB)으로 공고히 한 그를 대체할 인물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기대 속에서도 새로운 NH투자증권을 위해 아쉬움을 뒤로 하고 떠나기로 한 것이다.

2018년 오너 없는 초대형 투자은행에서 첫 사장이 된 그는 IB 시장에서 정영채란 이름이 갖는 영향력을 NH투자증권 자체 역량으로 녹이고자 시스템을 체계화했고, 리테일까지 영역을 확장하는 데 성공했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 사장은 1차 후보군(숏리스트)을 선정하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앞두고 자신의 SNS를 통해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4연임을 포기하겠다는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올해 3월 임기를 끝으로 20년 가까이 되는 NH투자증권에서의 증권맨 생활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1963년생 정 사장은 경북사대부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대학 시절 김우중 전 대우증권 회장으로부터 투자를 끌어낸 인연으로 1988년 대우증권으로 입사하며 증권맨 생활을 시작했다.

대우증권에서 자금부장, IB부장, 기획본부장, IB담당 상무 등을 거치며 'IB맨'으로서의 경력을 다져나갔다. NH투자증권에는 2005년 당시 전신인 우리투자증권 IB사업부 대표로 합류했다.

그가 IB를 이끌면서부터 7~8위였던 우리투자증권 IB 순위는 수년 만에 1위로 뛰었다. 당시 정 사장이 진행한 딜로는 웅진코웨이 매각, NHN 상장 등이 꼽힌다.

매년 IB부문 상을 휩쓸며 오래전부터 '사장감'이라는 별명을 달고 살았던 정 사장은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이 합병한 이후 2018년 첫 사장으로 임명되며, NH투자증권의 조직 통합과 새 시작이란 특명을 수행했다.

정 사장이 거쳐 간 모든 길에는 굵직한 업적이 남겨있다.

모두가 아니라고 할 때 여의도 파크원 프로젝트파이낸싱(PF) 주관을 진행하며 1천억원에 달하는 수수료를 챙기며 재차 시장에 정영채란 이름을 각인시켰다. 여의도 파크원 사업은 단일 프로젝트에서 올린 수익으로는 업계 내 거의 최대 규모로 꼽힌다.

정 사장이 이끌기 시작한 NH투자증권은 자본시장의 플랫폼 플레이어를 목표로 광폭 행보를 이어갔다.

그가 취임한 이후 NH투자증권의 당기순이익은 2018년 3천614억원에서 지난해 5천739억원까지 성장했다. 지난해 국내외 대체투자 평가손실이 증권가를 덮쳤던 시기 이루어낸 성과다.

사장이 된 이후에도 그의 엉덩이는 가벼웠다. 직접 프레젠테이션(PT) 발표에 나서며 IB 영업에 힘을 실어줬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려왔다. 그 결과 채권발행시장(DCM)과 주식발행시장(ECM) 등에서 고루 최상위권을 독식하고 있다.

그는 회사 전반에 '고객 중심' 영업 마인드를 이식한 사장으로도 언급된다. 단기적인 실적보다 고객과 꾸준한 관계를 형성하는 그의 영업 방식은 IB 업계에서도 유명하다.

마지막까지 그는 고객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남겼다.

정 사장은 "금투사 CEO, 참 어려운 자리인 것 같다"며 후임 CEO가 갖춰야 할 덕목으로 "우선 자본시장을 잘 이해해야 하고 미래를, 고객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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