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서영태 기자 = 주주가치를 강조하는 밸류업 프로그램이 발표된 가운데 국회에서 발의된 상법 개정안이 이목을 끌고 있다.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 의무를 다룬 상법 개정안이 밸류업 성공에 있어 중요하기 때문이다.

상법 개정안을 발의한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밸류업 프로그램에 관해 "말보다는 행동이 중요하다"며 "상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사가 회사만이 아니라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위해 힘써야 밸류업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이용우 의원은 금융인 출신 정치인이다. 21대 국회에서 해박한 금융 지식을 바탕으로 금융 분야 대표발의 의안을 가장 많이 처리했다.

서울대 경제학과에 입학해 박사까지 취득한 이 의원은 한국투자금융그룹에서 증권·운용업을 경험했다. 더불어민주당에 영입되기 전에는 카카오뱅크 대표를 맡았기에 은행업도 꿰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금융통'으로 맹활약한 이 의원은 22대 국회에서도 공정한 경제와 시장을 위해 전력을 다할 계획이다.

이 의원은 "선진국 문턱에 들어온 대한민국이 진짜 선진국으로서 세계 경제를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의원과의 일문일답.
-국회의원 중 드문 금융인 출신이다. 어떤 뜻을 갖고 정치를 하게 됐나.

▲금융산업은 대표적인 규제산업이다. 정부 정책에 따라 많은 게 변하고 발전한다. 또한 금융산업 발전 못지않게 금융소비자와 투자자를 보호하는 게 중요하다. 소액주주를 보호해 투자를 끌어내는 주식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현업에 있을 때 정부 정책의 실효성이 없는 경우를 경험했다. 금융산업 선진화를 위해 제대로 된 입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국회에서 입법 활동으로 금융산업을 선진화하고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고 싶어서 정치를 하게 됐다.

-21대 국회에서 금융 관련 법안을 만드는 데 힘썼을 것 같다. 성과가 있었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서 지난 4년 동안 경제개혁 입법 활동을 가장 잘한 국회의원으로 뽑혔다. 두세 가지 분야에 초점을 뒀다. 첫째는 금융소비자 보호다. 최근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는 금융상품을 고객에게 적법하게 팔면서도 피해를 최소화하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런 측면에서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등을 통과시켰다.

또 하나는 작년에 통과된 개인채무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다. 개인채무자가 돈을 갚을 수 없을 경우 금융기관에 요청해 이자를 감면받거나 상환기간을 연장받는 채무자 보호 법안이다. 선진국에서 채무조정은 금융소비자의 권리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법적인 명확성이 부족했다. 그래서 작년 연말에 통과시켰다. 올 가을부터는 발효가 될 예정이다.

-다른 성과는.

▲시세조종 행위에 대한 엄벌이다. 우리나라에는 주가조작으로 얻은 수익을 환수할 수 있는 조항이 있다. 하지만 수익이 명확하게 계산되지 않아 환수가 잘되지 않았다. 이러한 부분을 개선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지난 1월 초엔 내부 공익 신고자와 관련된 법안이 통과됐다. 기존에는 공익 신고로 피해가 줄었을 때 포상 한도가 30억 원이었다. 이제는 신고로 회피한 피해 규모의 30%까지를 공익 신고자가 받을 수 있다.

21대 국회에서 법안 발의도 최상위권이었고, 원안 수정 가결과 대안 마련 통과 등에서도 많은 성과를 냈다.

-국회에서 일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문제는 무엇인가.

▲금융과 회계, 공정거래 분야는 높은 전문성을 요구한다. 다른 국회의원이 이해를 못 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아주 자세하게 설명해야 한다. 유권자에게 설명할 때도 눈높이에 맞춰서 공감을 끌어내야 했다. 이를 극복하는 최선의 방법은 사람을 많이 만나고 많이 대화하는 것이었다.

-최근 국민들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선결 과제가 상법 개정안 통과라고 하는데, 발의자로서 설명해달라.

▲상법 제382조 3은 착한 관리자로서의 이사를 다룬다. 회사 이익에 맞춰 일하라는 뜻으로, 이사회에서 회사에 손실을 끼치는 결정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다만 일부 소액주주가 피해를 보는 행위에 관해서는 대법원이 주주에 충실하라는 표현은 없다고 판결했다. 주주가 피해를 입어도 이사는 책임이 없다는 판례가 생긴 것이다.

이 때문에 개정안을 냈다. '회사의 이익뿐만 아니라 주주의 이익에 대해서도 비례적으로 보호하라'는 게 골자다. 이 조항이 있어야 물적 분할이나 인수합병 등으로 소액주주가 피해를 보는 상황을 막을 수 있다. 회사의 밸류가 높아졌는데도 소액주주 몫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투자자가 시장에 들어오지 않는다. 투자자가 없으면 기업 밸류가 높아지지도 않는다. 회사 이사가 투자자의 주주가치를 올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또 필요한 법안이나 정책은 무엇인가.

▲공시가 중요하다. 투자자는 공시를 통해 회사에서 어떠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공시를 강조하면서도 벌칙을 내놓지 않았다. 정책은 인센티브와 패널티가 대응적으로 있어야 한다. 이러한 부분은 밸류업 프로그램의 문제점이다.

디스커버리 제도의 도입도 필요하다. 올해 대법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한국형 디스커버리(증거개시제도) 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디스커버리 제도는 재판 개시 전 서로 가진 증거를 공개하고, 전문가 현장조사를 통한 증거를 공유하는 제도다. 개인이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때 기업의 자료에 접근할 수 없다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좋은 제도를 마련하면 시장은 알아서 좋은 가치를 찾아간다. 우리나라 시장이 좋은 가치를 찾아갈 수 없는 배경은 여러 불투명성 때문이다.

-22대 국회에서 이루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공정한 경제와 시장질서를 확립하면 개인은 이득을 보고자 창의적 아이디어를 낸다. 공정한 시장 질서를 만드는 경제정책을 입안하면 우리나라에서 혁신이 많이 일어날 것이다. 활력 있는 경제를 만들어 진짜 선진국 대한민국이 세계 경제를 이끌어 나가는 데 일조하고 싶다.

구체적으로는 네거티브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 네거티브 규제는 몇 가지를 빼고는 알아서 하라고 시장에 맡기는 것이다. 네거티브 규제로 만들어진 질서를 파괴했을 때는 페널티를 많이 주고 잘했을 때는 인센티브를 많이 주는 게 선진국 규제다. 미국에서 새로운 게 많이 나오는 이유는 네거티브 규제, 그리고 명확한 인센티브와 페널티 때문이다. 이같은 제도를 정비하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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