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거래소 개혁, 체면 문화와 언론 영향
일본 기업 변화 느끼는 외국인 증가

 

 

(도쿄=연합인포맥스) 서영태 송하린 기자 = "도쿄증권거래소의 기업 거버넌스 개선은 20여 년 전부터 시작됐습니다. 인센티브나 패널티 없이 넛지(마중물) 역할을 할 뿐입니다."

 

15일 아일라 와가쓰마 도쿄증권거래소 시니어 매니저는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도쿄증권거래소의 개혁 등에 힘입어 니케이225지수는 올해 사상 처음으로 40,000선 고지를 뛰어넘었지만, 도쿄증권거래소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역할만 한다고 설명했다.

◇ "당근과 채찍보단 체면 문화로 성공"

아일라 매니저는 "한국거래소와 달리 우리는 세금 인센티브조차 없다"며 "인센티브나 패널티로 기업의 참여를 끌어낸 게 아니라 문화적인 측면이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 문화상 또래압력(peer pressure)과 넛지 효과가 발휘됐다"고 덧붙였다.

도쿄증권거래소의 '주가와 자본비용을 의식하는 경영' 공시 요청이 결코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체면을 중시하는 상장사 경영진이 공시에 참여한다는 것이다.

아일라 매니저는 "언론의 영향력도 강하게 작용했다"며 언론사가 기업의 공시를 감시하는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도쿄증권거래소가 상장사의 지배구조에 관심을 기울인 것은 1999년부터다. 일본 상장사의 거버넌스 개선에 탄력이 붙은 시기는 아베 2차 내각이 시작된 이후다.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스튜어드십 코드(2014년)과 기업 거버넌스 코드(2015년)를 연달아 내놓으면서 변화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2018년과 2021년에 기업 거버넌스 코드를 개정하는 등 상장사 가치 상승에 꾸준히 힘썼다.

아일라 매니저는 "아베의 세 가지 화살 중 기업 거버넌스 개혁이 들어간다"며 "기업 지배구조 개선은 성장 전략 중 하나였다"고 설명했다.

도쿄증권거래소가 지난해 초 상장사에 요청한 '주가와 자본비용을 의식하는 경영'이 주주환원만을 강조한다는 인식은 오해라고 아일라 매니저는 해명했다.

기업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투자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참여적인 투자자가 기업 성장에 도움을 주는 환경을 만드는 게 도쿄증권거래소의 목적이다.

거래소의 취지에 공감한 일본 상장사는 양호한 참여율을 보이고 있다. 도쿄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으로 프라임 마켓 상장사 중 899곳(54%), 스탠더드 마켓 상장사 중 325곳(20%)이 관련 내용을 공시했다.

프라임 마켓은 글로벌 투자자와 건설적인 대화를 통해 사업을 영위하는 대형 상장사를, 스탠더드 마켓은 투자처로서 충분한 유동성과 지배구조 수준을 갖춘 상장사를 위한 시장이다.

'주가와 자본비용을 의식하는 경영' 관련 공시를 한 상장사 중에는 대형사가 많다. 도쿄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주가자산비율(PBR)이 1 미만인 곳 중 시가총액 1천억엔 이상 상장사의 78%가 공시한 반면 시총 250억엔 이하의 상장사는 37%만이 공시했다.

아일라 매니저는 "규모가 작은 경우 자본비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기업이 있다"며 "한국거래소처럼 컨설팅하진 않을 테지만 이들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종별로는 은행업의 공시 비중이 가장 높았다. 지난 1월 기준으로 무려 98.5%가 공시에 참여했다.

아일라 매니저는 "은행 경영진의 경우 경쟁사 눈치를 많이 보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 "외국인 투자자와 경영진의 건설적 대화 늘어"

한국은 일본과 달리 재벌해체에 실패했기에 재벌기업이 거래소의 지배구조 개선 요청에 참여하지 않을 수 있겠냐는 질문에는 "일본도 강력한 지배주주가 있는 상장사의 경우 공시율이 약간 떨어진다는 분석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일본 기업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고 아일라 매니저는 전했다.

그는 "경영에 참여적인 외국인 투자자 중 일본 기업이 매우 달라졌다고 말하는 곳이 많다"며 "과거와 달리 IR담당자가 아니라 경영진이 직접 외국인 투자자를 상대로 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증권거래소가 가장 중요시하는 상장사와 투자자의 '건설적인 대화'가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도쿄증권거래소가 대화의 장을 마련한 결과 상장사에 조언을 주는 외국인 투자자가 성과를 거두고, 더 많은 외국인 투자자가 찾아오는 선순환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아일라 매니저는 도쿄증권거래소가 집중하는 다음 개혁은 영문 공시라고 강조했다. 프라임 마켓 상장사의 영문공시 의무화를 통해 경영 참여적인 외국인 투자자에게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기업과 경제의 성장을 끌어낸다는 구상이다.

아일라 매니저는 "도쿄증권거래소는 앞으로도 꾸준한 개혁을 통해 상장사와 투자자의 상생과 자본시장 활성화, 경제성장에 기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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