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이석훈 연구원 = 미국의 고용이 새해 들어서도 견조한 양상을 이어가고 '끈적한' 물가가 지속됨에 따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의 매파 수위가 다시 높아지는 양상이다.

물가 안정 궤도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고조됨에 따라 당초 3월이었던 금리 인하 기대가 6월로 빠르게 늦춰진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이 예상한 6월 금리 인하 확률은 55.1%로 평가됐다. 일주일 전 71.5%였던 것에 비하면 다소 내린 것이다.

19일 연합인포맥스가 지난 2월 1일 FOMC 이후 나온 위원들의 발언을 분석해본 결과 조사 대상 39건의 발언 중 매파지수가 4로 평가된 것은 모두 28건에 해당했다. 무려 72%나 된다.

이전 기간 조사에서는 약 20건 발언 가운데 매파지수 4로 평가된 것은 9건으로 50% 수준에 그쳤었다.

매파지수는 챗GPT-4가 만든 알고리즘으로 FOMC 위원들의 감성지수를 계산하거나 금리 인상을 지지하는 단어의 빈도를 계산함으로써 그들이 얼마나 매파적(-4~+4 범위)인지 평가한 것이다. 여기에 베이더(vader) 기반 분석용 코드로 알고리즘을 보완했다. 금리 인상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경제펀더멘털을 강조하고, 인플레이션의 문제점보다는 미국 경제의 긍정적인 요소들로 채우는 것을 매파적이라고 봤다.

다만 알고리즘을 보완했음에도 시장에서 해석하는 것과 실제 발언을 통해 느껴지는 매파적 수위는 달라질 수 있다. 또한 각각의 발언만 분석 대상으로 삼고 있어 위원 한명의 전반적인 성향을 평가하기는 어렵다.

올해 두 번째로 열리는 FOMC 정례회의는 미국 시간으로 19~20일 이틀간 예정돼 있으며, 한국시간으로는 21일 새벽 회의 결과가 발표된다.

3월 FOMC 앞두고 나온 연준 위원들 발언 종합감성지수 평가

 


◇ 올해 3번 인하로 대부분 수렴…점도표 중간값도 3번

연준 위원들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올해 3번 인하를 언급한 위원들이 가장 많다.

먼저 연준 3인자인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의 존 윌리엄스 총재는 지난달 28일 발언에서 "2024년에 3번의 금리 인하가 합리적인 종류의 시작점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 뒤인 29일에는 "올해 말에 금리 인하를 예상한다. 급박하게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윌리엄스 말고도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와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은 총재가 모두 3번의 금리 인상을 주장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는 "올해 3번의 금리 인하가 적정하게 느껴진다"라고 말했다.

12월 연준 위원들이 예상하는 금리 전망치를 보여주는 점도표에서도 5명이 3번의 금리 인하를 예상했었다.

2번의 금리 인하를 예상한 위원도 5명으로 같았다.

작년 12월 올해 2번의 금리 인하를 예상했다고 밝힌 위원은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다.

카시카리 총재는 지난 6일 발언에서는 그러나 2번이 기본 시나리오가 될 수도 있지만 한번 줄어들 수 있다면서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월 "(통화) 정책이 많이 타이트해졌다. 얼마나 타이트해졌나"라는 제목의 글에서 "통화정책으로 물가가 떨어졌다면 성장률도 약해지고 고용시장이 둔화했겠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 공급 측면에서 생산을 늘리면서 수급 균형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카시카리 총재는 "팬데믹 이전 저금리 환경에서 가정했던 것과 비교하면 통화정책이 그렇게 타이트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도 올해 2차례 금리 인하를 예상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보스틱 총재는 "내가 '억눌린 과열(pent-up exuberance)'이라고 부르는 위협이 인플레이션을 더 올릴 새로운 위험 요인으로 앞으로 몇 달 동안 유심히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물가가 다시 높아질 위험을 지적한 것이다. 보스틱 총재는 기존에 4분기에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했다가 여름께로 앞당겼다.

지난 4일 2번 인하를 예상했지만, 이후 나온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보고 마음이 흔들릴 개연성도 있다.

12월 발표된 FOMC 점도표

 


◇ 좋은 데이터 원하지만 '머지 않았다'는 파월

파월 의장은 FOMC를 앞두고 모두 3번의 발언을 했다. 파월 발언의 매파지수는 모두 '4'로 높게 평가됐지만 시장은 비둘기와 더 가깝다고 봤다.

그는 지난달 4일 CBS '60분' 프로그램에 출연해 당시 시장을 들뜨게 했던 3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인플레이션이 2%를 향해 꾸준하게 가고 있다는 증거를 원한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더 많은 좋은 데이터를 원한다"면서 "그동안 봤던 것보다 더 좋은 것이나 비슷하게 좋을 것까지도 없다. 그냥 좋으면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달 상원과 하원 통화정책 보고에서는 "금리를 인하하기 위한 자신감을 가질 때까지는 머지 않았다"고 언급해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감을 높였다.

그는 또한 "연준은 금리를 인하하기 전 너무 오랫동안 기다리는 리스크를 잘 인지하고 있다"고 말해 지나치게 오래 제약적 통화정책을 유지하는 것에 대한 리스크를 콕 짚어 언급했다.

미국의 1월과 2월 CPI는 시장의 예상보다 다소 높게 나왔다. 예상을 크게 벗어나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물가 둔화에 대한 기대가 컸던 시장에는 다소 충격으로 느껴졌다.

그러나 이런 물가가 파월 의장의 눈에는 '좋기만 한' 데이터로 평가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파월 말고도 주목할 만한 다른 발언은 연준 2인자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의 발언이다.

월러 이사는 지난달 22일 '서두를 필요가 있나(What's the rush)'라는 제목의 연설에서 1월 CPI가 인플레이션의 지속적인 진전을 장담할 수 없게 했다면서 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1월 비농업 고용이 당시 35만3천명(이후 하향 수정)이나 나왔고 근원 CPI가 전월비 0.4% 오르면서 작년 하반기에 나타난 인플레이션의 진전을 증명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강해졌다고 월러 이사는 말했다.

1월 CPI가 시그널보다는 잡음이 많았지만 충분한 확신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매파적 성향이 강한 위원으로는 미셸 보먼 연준 이사가 눈에 띈다.

그는 지난달 2일, 비농업고용이 발표되기 전 발언에서 "기준금리가 충분히 제약적이라고 보지만 만약 유입되는 지표가 물가의 진전이 정체되거나 반전됐음을 시사한다면 향후 회의에서 금리를 더 올릴 의지가 있다"고 발언했다.

원론적인 발언임을 고려하더라도 금리를 오래 높게 유지하는 것이 아닌 '올릴 의지'를 언급한 것이 눈길을 끈다. 또한 매파의 입장에서는 1월과 2월 물가 지표가 물가 진전의 '정체'로 보기에도 충분하다.

한편, 공개 발언을 통해 모습을 드러낸 제프리 슈미드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도 다소 매파적인 발언으로 주목을 받았다.

슈미드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를 웃돌고 있고 고용시장이 타이트하며, 수요는 상당한 모멘텀을 보여주고 있다. 정책의 스탠스를 선제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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