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기자 = 삼성전자와 네이버가 손을 잡고 엔비디아 중심의 인공지능(AI)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양사는 약 1년간 AI 반도체 연구·개발을 마무리 짓고, 올해부터는 '삼성전자 생산-네이버 납품'의 형태로 국내 AI 생태계를 확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26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최근 출시를 예고한 '마하-1'은 지난 2022년 이후 네이버와 공동 개발한 AI 칩으로 알려졌다.

양사는 이미 지난 2022년부터 실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AI 반도체 솔루션 개발을 시작했다. 네이버가 AI 서비스에 필요한 과제를 제시하면 삼성전자가 하드웨어적인 부분을 해결하고, 이를 다시 네이버가 검증하는 방식이다.

마하-1 개발에는 이동수 네이버클라우드 이사와 경량화AI 연구팀이 참여했다. 이동수 이사는 과거 삼성전자 산하 삼성리서치에서 딥러닝 분야를 약 4년간 연구한 바 있다.

일차적인 성과는 지난해 말 공개됐다. 양사는 지난해 12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개최한 '제4차 인공지능 반도체 최고위 전략대화'에서 공동 개발 중인 AI칩에 대한 힌트를 줬다.

이들이 개발한 마하-1은 프로그래머블반도체(FPGA) 방식이다. 즉, 개발자가 설계를 변경할 수 있는 반도체로, 용도에 맞게 회로를 다시 새겨넣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여타 그래픽처리유닛(GPU) 등과 달리 유연성이 있으며 응용 분야도 넓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마하-1은 자체 개발 프로세서에 고대역폭메모리(HBM) 대신, 저전력(LP) D램을 묶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그만큼 더 가볍고 병목현상도 없다. 기존 AI칩과 동일한 성능을 유지하면서, 전력 효율은 8배 이상에 이른다. 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로 구성된 엔비디아 AI 가속기보다 전력 소모량은 적고, 속도는 빠르다.

삼성전자는 마하-1을 지난 20일 열린 개최된 정기 주주총회에서 처음 공개하며 2~3년 이내에 세계 반도체 시장 1위 자리에 오르겠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대표이사 사장은 마하-1에 대해 "메모리 처리량을 8분의 1로 줄이고 8배의 파워 효율을 갖는 것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며 "마하-1 인퍼런스칩은 혁신의 시작"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사장
연합뉴스 자료 화면

 

양사는 연내 개발 및 양산을 확정한 뒤, 연말께 네이버 데이터센터인 '세종' 등에 납품할 예정이다. 납품 규모는 15만~20만개로, 개당 500만원 수준으로 논의 중이다. 엔비디아 GPU의 10분의 1 가격이지만, 삼성전자는 '양'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예상대로 수주가 진행되면 총 1조원 규모의 매출이 발생한다.

현재 삼성전자는 HBM 등 메모리 반도체에서 SK하이닉스에 밀리고, 파운드리에서는 대만 TSMC를 추격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아직 AI칩 분야에서 '1위'로 불리는 곳은 찾기 어렵다. 현재 독주 체제인 엔비디아의 경우 GPU 가격이 너무 비싼 데다, AI 추론에는 '과한 스펙'이라고 평가받는다.

삼성전자가 생각해낸 묘안은 설계 분야 중소 강자들과 손을 잡는다는 전략이다. AI칩은 향후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방향을 바꿀 게임 체인저라고도 평가받는다.

국내 AI반도체 스타트업인 리벨리온과는 아톰(ATOM)이라는 칩을 개발했으며, 올해 상반기부터 삼성전자 5나노 공정을 통해 양산할 계획이다. 지난해부터는 차세대 AI 칩인 리벨(REBEL) 개발도 진행 중이다.

리벨리온은 모건스탠리 퀀트 개발자 출신인 박성현 대표와 공동창업자 4명이 2020년 설립한 AI칩 디자인하우스로, 장외시장에서 1조원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KT를 비롯해 IMM인베스트먼트, 신한벤처투자, 미래에셋벤처투자 등이 투자했다.

'반도체 설계의 전설' 짐 켈러가 이끄는 캐나다 스타트업 텐스토렌트와도 별도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앞서 텐스토렌트는 차세대 AI칩인 '퀘이사' 생산을 삼성전자 텍사스 테일러 파운드리에서 4나노 공정으로 생산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반도체 업계 고위 관계자는 "마하-1 이외에도 다른 AI 칩을 주요 팹리스와 협업해 개발하고 있다"며 "투자한 기업과 기술 개발 후 이들을 다시 파운드리 고객으로 모시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2022년 삼성전자-네이버 AI반도체 솔루션 개발 협력 킥오프 행사
삼성전자 뉴스룸.

 

kl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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