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0일 새벽에 발표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경제전망 요약(SEP)은 꿈자리만큼이나 뒤숭숭했다. 성장률 전망(1.4%→2.1%),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인플레이션 전망(2.4%→2.6%), 실업률 전망(4.1%→4.0%)은 금년 들어 미국 경제의 여러 지표 흐름으로 볼 때 예상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점도표(dot plot)의 금년 중 금리인하 전망 중간값(median)이 3회로 유지된 것은 이러한 경제 전망들과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었다. 금리인하 횟수 전망이 줄어들 것을 예상했던 금융시장은 안도하고 환호했다. 금융시장 지표에 반영된 6월 금리인하 확률이 크게 상승했다.

'이게 뭐지?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이른 새벽부터 머리가 아팠다. 유명 블룸버그 대담 프로그램의 한 앵커도 이 모순에 대해 반복하여 의문을 제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예상보다 높게 나온 1~2월 중 미국 인플레이션을 울퉁불퉁(bumpy)한 것 이상이 아니라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물가 인식에 의문을 제기하며 물가 전망치를 높이면서 금리인하 전망을 유지하는 것은 '명백한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인플레이션 추이가 울퉁불퉁할 수는 있다. 그러나 성장률 전망을 대폭(0.7%p) 조정해 잠재성장률 수준 위로 올려놓으면서 정책금리의 예상금리를 바꾸지 않았다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

여러 경제 전문가들이 비슷한 의문과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그중 가장 섬뜩하게 들리는 것은 이제 '더 높이 더 오래'(Higher for Longer)가 금리에서 인플레이션으로 바뀌었다는 평가다. 다시 말해 연준의 이번 경제전망과 파월 의장의 발언은 연준이 '높은 금리를 오래 지속시킬 것이라는 입장'에서 '높은 인플레이션을 더 오래 지속시키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했음을 시사한다는 것이다. 연준이 2% 물가 목표를 슬그머니 그만두고 3% 수준의 높은 인플레이션을 용인할 의향이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성급한 전망까지 나왔다. 파월 의장이 물가 안정보다는 고용 안정을 위해 높은 성장(연착륙)을 원하고 있다는 비판도 많이 들린다. 이는 적어도 전문가 집단에서 인플레이션 기대가 흔들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높은 인플레이션이 꽤 오래 지속되었음에도 그동안 인플레이션 기대가 잘 잡혀 있었다. 지난해 이후 인플레이션이 하락세를 지속하는데 인플레이션 기대의 안착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는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안정시킬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런데 이 믿음에 금이 가고 있다.

여기저기에 물가의 하방 안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징후가 있다. 지난 1~2월의 미국 인플레이션은 계절변동 요인을 고려하더라도 추가 하락이 쉽지 않음을 암시했다. 4.0%의 실업률은 노동시장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될 것임을 의미한다. 미 정부의 대규모 재정지출은 매우 큰 수요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해 인플레이션 하락을 이끈 공급 측 요인은 이미 사라졌다. 미·중 간 갈등에 따른 공급의 위축을 제외하더라도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에 따른 유가, 해상운임의 상승이 다시 공급 측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유의해야 할 것은 금융 상황이다. 미국 주가가 빠른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올해 말 S&P 500 지수가 6,000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신용스프레드가 매우 낮은 상황에서 위험투자가 지속되고 있다. 파월 의장은 이번 기자간담회에서 연준의 정책이 긴축적(restrictive)이라고 진단했지만, 금융 상황 지수(financial conditions index)들은 지난해 9월 연준이 금리인하(pivot)를 암시한 이후 지속적으로 완화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연준의 정책이 금융시장에서 차단되어 실물경제로 제대로 파급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높은 인플레이션의 용인이나 목표의 상향 기대는 매우 위험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동안 잘 안착되었던 인플레이션 기대가 흔들릴 경우 향후 미 경제 상황은 연준이 예상한 대로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불안정해질 경우 연준의 정책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이는 외환시장을 비롯한 글로벌 금융시장에 큰 변동성을 만들어 낼 것이다. 연준은 경기의 연착륙을 위해 위험한 게임을 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우려가 기우이기를 바라지만, 금융시장은 그 리스크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승헌 숭실대 교수/ 전 한국은행 부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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