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손지현 기자 = 최근 은행의 정기예금 담보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잔존 규모가 10년 만에 최소 수준으로 줄어들면서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27일 연합인포맥스 정기예금 유동화 은행별 연계현황(화면번호 4736)에 따르면 이달 들어 은행의 예담 ABCP는 10조5천736억원 규모 순상환됐다.

이에 따라 잔존액은 44조2천586억원으로 축소됐는데 이는 지난 2015년 1월 이후 약 10년 만에 최소 수준이다.

최근 3개월간 예담 ABCP 잔존액 추이

연말·연초에는 순발행 기조를 이어오다가 지난 2월과 3월 등 최근 두 달간 순상환된 결과다.

우선 예담 ABCP의 수요 주체가 크게 축소되면서 은행들의 발행 필요성이 많이 줄었다.

초우량 단기물인 예담 ABCP의 경우 주로 증권사 신탁 등이 담는데 여전히 위축되어 있어 매수 여력도 줄었다.

그뿐만 아니라 발행 주체인 은행의 입장에서도 유인이 크지 않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 수신 잔액은 32조4천억 원 증가하며 2월 기준으로 역대 3번째 증가세를 나타냈다. 수시입출식예금과 정기예금이 모두 각각 35조 원, 24조 원가량 큰 폭 늘었다.

정기예금 등을 통해 은행의 예수금이 풍부하게 확보된 상황에서 굳이 은행채나 양도성예금증서(CD) 대비 조달 비용이 더 큰 예담 ABCP를 발행할 필요는 없는 셈이다.

최근 예담 ABCP의 경우 6개월 만기 기준 발행 금리가 3.7~3.8%대 수준이다. 이달 중 은행채 6개월물의 민평금리와 CD 6개월물 발행금리는 통상 3.6%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다소 높다.

한 시중은행의 발행 담당자는 "예담 ABCP는 조달 수단 중 비용이 제일 많이 들기는 하다"며 "은행채와 CD가 발행이 잘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비용을 더 지출하면서 예담 ABCP를 조달할 만한 요인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예담발행 안 하는 ABCP뿐 아니라 은행채의 경우도 만기 도래분을 맞추는 수준 정도로 발행하고 있는데 이는 예수금에 여유가 있어서 조달 니즈 자체가 크게 없는 것에 기인한다"고 언급했다.

지금 자금시장 상황이 안정되어 있어 은행의 조달 수요가 크지 않지만 총선 이후 4월 위기설 등이 거론되는 만큼 다음 달에는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겠다는 시각도 나온다.

다른 시중은행의 발행 담당자는 "미국의 금리 인하 시그널이 나오고 그 여파로 한국 자금시장도 안정적인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운용에 비해 조달이 안정적이다 보니 예담 ABCP까지 조달해야 할 수요는 크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4월 위기설 등이 계속 나오고 있는데 혹여나 금융시장에 관련 충격이 온다면 조달 수요가 늘어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시장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jhson1@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2시간 더 빠른 09시 41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