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중소기업이 이런저런 정책보다 손톱 끝에 박힌 가시를 빼주면 좋겠다고 한 것이 마음에 남는다." "비정규직·하우스푸어 등 민생문제를 어버이의 마음으로 풀어달라."

은행권이 앞다퉈 중소기업 지원에 나서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중소기업 살리기'를 국정 방향의 최우선으로 꼽으면서 은행권도 분주히 코드를 맞추는 모습이다.

일부 은행은 박 당선인의 핵심 공약을 의식해 하우스푸어 지원 방안을 내놓거나, 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시중은행 중기 지원 '봇물' = 박근혜 당선인이 중소기업 지원에 팔을 걷어붙이자 은행들도 '중소기업 바라기'로 돌변하고 있다. 대기업엔 관대하고 중소기업엔 인색하다는 세간의 따가운 눈총에서 벗어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중소기업 적합업종 특별여신, 전통시장 골목상권 재활성화, 임대보증금 담보대출 등 올해 20대 중소기업 지원 과제를 정해 시행하기로 했다. 지원 규모는 총 8조2천억원에 이른다.

신한은행은 올 1분기 중 수출 중소기업과 장기 시설자금이 필요한 기업에 1조8천억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나은행도 중소기업·소상공인에 약 3조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국민은행은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을 위한 상품개발, 중소기업 대출금리 인하 펀드 및 동산·채권담보대출 판매활동 활성화로 유동성 지원에 나설 방침이다.

이에 앞서 기업은행은 올해 중소기업 지원 한도를 36조원에서 38조원으로 확대하고, 기업대출 최고금리를 한자릿수인 9.5%로 내렸다.

2월 설을 앞두고 명절 특별자금 지원도 줄을 잇고 있다. 우리은행이 작년보다 8천억원 늘어난 2조5천억원을, 기업은행은 1조원 증가한 3조원을 지원하는 등 올해 은행권의 신규 지원액이 작년보다 약 30% 늘어난 13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소기업 업무를 전담하는 부서 설립도 잇따르고 있다. 외환은행은 영업그룹 내 중소기업실을 독립부서로 확대했다. 우리은행은 중소기업 지원에 주력하기 위해 중소기업전략부를 중소기업지원부로 명칭을 바꿨고, 이와 별도로 소상공인지원팀을 신설했다.

◇'가계부채 지원·고용안정' 앞다퉈 = 박 당선인의 또 다른 핵심 공약인 가계부채나 고용 안정화에 앞장서는 은행도 있다.

부산은행은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하우스푸어를 지원하기 위해 경매유예제도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내놨다.

근저당권 말소 비용을 은행이 부담하고, 부산은행 단독 채무를 보유한 대출자에게 신청일부터 매매일까지 연체 이자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계약직 텔러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파격 행보를 보였다. 이미 근무하고 있는 계약직 전담텔러 695명과 지난 12월 새로 채용된 143명을 모두 정규직으로 신규 발령해 정년과 복리후생, 승진에 차별을 없앴다.

이에 앞서 산업은행도 370명의 무기계약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돌렸고, 기업은행도 기간제 계약직 1천132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일괄 전환한 바 있다.

j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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