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효지 기자 = 최근 엔화가 약세를 나타내면서 일본 수출 기업들의 실적 회복 기대가 커지지만 한국 수출업체, 특히 자동차업계는 고전이 예상된다.

엔화가 약세를 나타내자 그동안 고전하던 일본 수출업체들이 증시에서 활기를 찾고 있다.

일본 주가는 지난해 11월 14일에 비해 25%나 올랐고 도요타자동차와 혼다자동차의 주가 상승폭도 각각 24%와 36%나 됐다. 11월 14일은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전 총리가 중의원을 해산하겠다고 밝힌 시기다.

일본 정부가 10조3천억엔(약 122조원) 규모의 긴급 경기부양책을 내놓는 등 적극적으로 친기업 행보에 나서자 기업들에 호재가 됐다.

자동차업계의 회복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14일(미국 시간) 디트로이트 프리 프레스 보도를 보면 도요타는 지난해 970만대의 자동차를 판매, 제너럴 모터스(GM)를 제치고 세계 자동차 판매 1위를 탈환할 것으로 확실시된다.

일본 자동차업체들이 지난 2011년에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 충격에서 회복한 동시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의 공격적인 엔화 약세 정책이 맞물리면서 실적이 바닥을 치고 가파른 회복 곡선을 그릴 가능성이 크다.

르노-닛산의 최고경영자(CEO)인 카롤로스 곤은 올해 업황이 좋을 것으로 예상하며 아베 총리에게 엔저 정책을 지속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도 엔화 약세로 일본의 기술업체보다는 자동차업체가 얻는 이익이 더 클 것으로 내다봤다.

피치는 11일자 보도자료에서 "일본의 기술업체들은 이미 시장주도권과 명성을 잃었지만 일본 자동차는 여전히 경쟁력이 있어 엔화 약세로 수요가 늘고 수익성이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본 자동차업체의 호황은 고스란히 한국 경쟁사들에 먹구름이다.

올해 초 현대차는 기아차와 함께 올해 전 세계적으로 4.1% 증가한 741만대를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작년의 절반 수준에 그친 판매 성장률일 뿐 아니라 2003년 이후 가장 낮은 성장세다.

금융전문매체인 마켓워치는 지난 2일 올해 현대자동차의 판매 증가율이 10년 최저로 떨어질 것이라며 일본 정부의 엔저 정책이 현대차에는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켓워치는 한 현대차 그룹 임원을 인용해 엔화 약세와 원화 강세가 동시에 나타나는 데 대해 "엎친 데 덮친 격(double-torture)"이라고 진단했다.

hj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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