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영재 기자 = 홍덕기 우리투자증권 해외영업부장(이사)은 10일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로 외국인 자금이 국내 증시에서 빠져나가고 있지만 `롱머니'(장기투자자금)는 아직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홍 이사는 이날 "최근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국내 증시에서 이탈한 외국인 자금은 주로 파생상품과 연계된 `숏머니'"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홍 이사는 우리투자증권의 외국인 주식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2006년부터 5년 동안은 우리투자증권 뉴욕법인장을 역임했다. 이 때문에 외국인의 국내 증시 투자 동향에 누구보다도 민감하다.

외국인 롱머니는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학습 효과 때문에 국내 증시를 쉽게 이탈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홍 이사의 설명이다.

그는 "외국인 롱머니는 1994년 `서울 불바다 발언'이 나왔을 때나 김일성 주석이 사망했을 때처럼 지정학적 리스크가 극도로 고조됐을 때 비로소 움직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홍 이사는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강행하거나 국지전이 발발할 경우 외국인 롱머니도 국내 증시를 이탈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북한이 미사일 발사로 미국을 위협한다든지 한반도에 총성이 오가는 사태가 온다면 외국인 롱머니의 움직임을 촉발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신용평가사가 지정학적 리스크를 이유로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강등하는 것도 외국인 롱머니의 이탈을 부추길 수 있다. 무디스는 최근 영변 원자로를 재가동하기로 한 북한의 결정이 한국 신용등급에 부정적 요인이라고 경고했다.

홍 이사는 "한국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면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 대한 투자 포지션을 자동적으로 변경한다"며 "외국인 롱머니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기투자 성향의 외국인은 아직 지정학적 리스크를 국내 증시 투자의 핵심 변수로 보고 있지는 않다고 홍 이사는 설명했다. 북한의 위협과 도발보다는 환율과 같은 경제적 변수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외국인의 초점은 아직까지는 환율에 맞춰져 있다"며 "전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환율 전쟁이 어느 방향으로 갈지 외국인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국내 증시에서 숏머니를 중심으로 한 외국인의 이탈을 유발했지만 위기가 수그러들면 외국인 자금도 다시 유입될 것이라고 홍 이사는 전망했다.

그는 "국내 증시가 저평가돼 있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되면 외국인 숏머니가 빠르게 돌아오고 롱머니도 투자 페이스(pace)를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ljglory@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