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이 연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어윤대 회장은 29일 서울 명동 본점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내달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열릴 예정인데 사외이사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연임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어 회장은 "KB금융은 산업은행이나 우리은행과 달리 정부 지분이 없는 민간은행이기 때문에 내가 연임과 관련해 언급해야 할 당위성을 느끼지 못해서 그동안 말하지 않았다"면서도 "자리에 연연한다는 오해가 싫어 (연임 포기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어 회장은 내부와 외부, 민간·정부 등 '출신'에 연연하기 보다 한국 금융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 차기 회장으로 적합하다고 말했다.

그는 "도이치방크와 UBS, 영란은행 모두 외국인을 수장으로 임명할만큼 세계가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며 "행내냐, 정부냐가 중요한게 아니라 한국의 금융을 선도할 수 있는 리더십을 가지고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어 회장은 한국 금융산업에 대한 아쉬운 점도 지적했다.

그는 "12~13년전만 해도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의 자산 규모와 역량이 국민은행과 비슷했는데, 12년동안 SC은행은 크게 성장한 반면 국내 금융산업은 침체됐다"며 "삼성전자와 포스코와 같은 금융회사가 왜 없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 회장은 한국 대기업들이 글로벌화되면서 자금조달 능력이 외국계에 비해 떨어지는 한국 금융회사와 거래하지 않게 됐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점 가운데 하나라고 지목했다.

또 다른 나라에 비해 유례없이 높은 인터넷 뱅킹 이용으로 지점 방문 고객이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고용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은행 산업 발전의 걸림돌로 지적했다.

어 회장은 향후 거취를 묻는 질문에 대해 "할일이 많을 것 같다"며 "조그만 일이라도 경험을 나눌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밝혔다.

어 회장의 임기는 오는 7월12일 만료된다. KB금융 이사회는 5월 초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후보를 추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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