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윤구 기자 = KB금융지주 노동조합이 사외이사 후보를 직접 추천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회사 측과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노조 측이 사외이사 후보 주주제안을 위해 우리사주조합원으로부터 위임장을 신청받자 사측에서는 임원들을 통해 직원들에게 위임장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민은행 노조는 KB국민카드 노조와 함께 오는 3월 말 개최예정인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후보로 김진 변호사를 추천할 예정이다.

노조가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는 주주제안을 하려면 의결권이 있는 주식 총수의 0.25%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KB금융지주의 우리사주조합의 경우 0.91%를 보유해 노조에서는 지난달 30일부터 우리사주조합원을 대상으로 주주제안 위임장을 접수하고 있다.

그러자 사측에서는 부행장 등 임원들이 직원들에게 사내 메일을 통해 "노사 간의 갈등 표출에 따른 대외 평판 리스크 악화와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위임장 회수 및 위임 철회를 요구했다.

노조는 이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애초 7일까지 예정됐던 위임장 접수를 주주총회 6주 전인 이번 주까지 연기하고 임원들을 항의 방문할 예정이다.

국민은행 노조 관계자는 "사측에서 그동안 팩스나 우편으로 받던 철회 동의서를 인터넷을 통해서도 신청할 수 있도록 해 위임 철회 인원이 늘었다고 말한다"며 "'인사상 불이익을 줄 수 있다' 등 직원들을 강압에 의해 종용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도 고소고발을 강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 측에서 사외이사 추천에 직접 나서게 된 이유는 사외이사제도가 경영진 견제라는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 때문이다. KB금융지주의 분기보고서를 살펴보면 지난해 사외이사가 반대표를 던진 경우는 한 건도 없었다.

국민은행 노조 관계자는 "사외이사가 독립성을 상실한 채 '거수기' 역할만 한다는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며 "현재 상황에서 사외이사제도의 경영감시와 견제라는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KB금융지주는 오는 3월 이경재 이사회의장을 포함해 함상문, 고승의, 이영남, 조재목 사외이사 등 총 5명의 임기가 만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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