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창 기자 = 올해 상반기에는 유독 기업 합병과 분할이 많았다.

문어발식 경영과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면서 이를 피하려는 전략적 측면에서 합병을 활용한 사례가 많았던 탓이다.

핵심 사업을 집중적으로 키우고 국세청의 내부거래에 대한 증여세 부과를 피하려는 수요도 지주사 전환을 통한 합병과 분할로 나타난 경우도 많다.

1일 연합인포맥스 자본시장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자문사가 참여한 합병과 분할 건수는 완료기준으로 22건에 달한다. 공시를 통해 예정된 합병ㆍ분할까지 포함하면 27건이다.

지난해 한해 동안의 25건을 이미 넘어섰다.

지난 2009년 이후 리그테이블 기준으로 매년 30건 가량의 합병ㆍ분할이 이뤄졌음을 고려하면 올해 최근 수년간 가장 많은 합병ㆍ분할 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상반기 가장 큰 규모의 합병ㆍ분할은 4월1일자로 우리은행 카드사업부가 분할돼 우리카드가 설립된 것이다. 금액만 4조1천억원에 달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이 거래를 자문해 그동안 경영권 이전 외 거래에서 손해봤던 순위를 끌어올렸다.

동아제약 분할과 롯데쇼핑-롯데미도파 합병, 대한항공 분할 등도 큰 거래로 7천억원에서 1조원에 이르는 대형 거래로 분류된다.

오는 8월로 예정된 NHN의 네이버와 NHN엔터테인먼트(한게임) 분할도 9천억원 대에 이르는 대형 이벤트다.

그룹별로 SK와 롯데, CJ, 한솔그룹 등이 가장 활발하게 움직였다.

지난해부터 포스코그룹과 함께 가장 많이 계열사 수를 줄인 SK그룹은 올해 상반기에도 SK플래닛-SK마케팅앤컴퍼니 합병, SK브로드밴드-브로드밴드미디어 합병을 성사시켰다. SK C&C-SK엔카, SK플래닛-매드스마트도 합병했다.

롯데그룹은 롯데삼강-롯데햄, 롯데쇼핑-롯데미도파 합병으로 인수로 늘어난 계열사 수를 줄이는데 집중하고 있고, CJ그룹도 CJ대한통운-CJ GLS 합병, CJ CGV-프리머스시네마 합병을 이뤄냈다.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는 한진그룹은 대한항공을 투자사업을 총괄하는 지주회사 '㈜한진칼홀딩스'와 항공운송사업의 '㈜대한항공' 체제로 분할키로 했고, 한솔그룹도 한솔제지와 한솔CSN 등 각 회사를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한 후 투자회사 간 합병으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다.

한창 구조조정 중인 포스코그룹의 성진지오텍과 포스코플랜텍도 이날자로 합병했다.

투자은행(IB) 관계자들은 경기 침체 장기화와 정부 규제로 앞으로도 합병과 분할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IB의 한 관계자는 "사업상 필요에 의해 합병과 분할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으나 대기업의 경우 정부의 규제를 피하려는 의도로 파악된다"며 "합병으로 일감 몰아주기를, 합병과 분할을 이끄는 지주사 전환으로 국세청의 내부거래 증여세 부과를 각각 회피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대기업의 경우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겠으나 불필요한 합병과 분할은 또다른 비용을 초래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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