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창 기자 = 세계 태양광 업체들은 고통스러운 구조조정 시기를 지나고 있다.

KCC와 현대중공업이 지난 2008년 폴리실리콘 생산을 위해 합작한 법인 KAM을 놓고 소송전을 벌이고 있을 정도다. 사촌기업 간 소송전은 KAM이 경영난에 봉착하자 현대중공업이 보유 지분을 전량 무상소각하고 발을 빼면서 벌어졌다.

얼마 전 세계 최대 태양광 패널업체인 썬텍(Suntech)이 파산했고, 중국 태양광 2위 업체인 LDK솔라가 파산위기에 몰렸다.

셰일가스가 에너지 가격을 안정시키면서 태양광 시장의 성장을 방해하고 있고, 중국 업체를 중심으로 공급과잉이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일찌감치 수직계열화를 구축하는 등 국내에서 가장 태양광에 집중한 한화그룹에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다. 김승연 회장의 부재 속에 신성장동력의 핵심인 태양광 사업이 잘못되면 한화그룹은 큰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한화그룹의 태양광 사업에 조금씩 희망의 빛이 비치고 있다.



◇긍정적 전망 잇달아…버티면 산다 = 17일 증권업계와 관련업계 분석자료에 따르면 올해 태양광 시장 규모는 최소 30GW에서 35GW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해 약 30GW가 설치된 것으로 본다면 에너지 가격 안정에도 최소 전년도 수준을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다.

유럽쪽 수요는 감소하지만, 중국과 일본이 자국 업체 보호를 위해 태양광 수요를 늘리고 있다.

태양광 업체들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동률을 조정하면서 재고일수가 낮아진 점도 추가 가격하락을 막는 요인이다.

예를 들어 폴리실리콘의 경우 평균 가격이 1군 업체의 현금원가 이하로 떨어졌다가 조금씩 오르고 있다. 올해 수요와 2군 업체의 낮은 가동률을 고려하면 폴리실리콘 가격은 2군 업체의 현금 원가인 20달러 중반까지 상승할 것으로 미래에셋증권은 예상했다.

업계 구조조정도 공급과잉을 덜 수 있는 재료다. 썬텍의 파산을 구조조정의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중국의 주요 태양광 업체의 부채비율은 440%로 위험 수준에 도달했다. LDK의 경우 부채비율이 1천350%에 달했다.

한국수출입은행 자료에 따르면 2년 내 파산 확률을 나타내는 Altman-Z Score 계산상 중국 태양광 업체들의 대부분은 파산 위험에 직면한 것으로 분석됐다.

유럽 업체들의 재정상태도 좋지 못하다.

결국, 팔수록 손해인 제품 생산이 감소하든, 몇몇 기업이 파산하든 공급 과잉이 조금씩 해소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수출입은행은 "오는 2015년 이후 태양광 수요의 급증이 전망된다"며 "그때까지 살아남은 기업들을 중심으로 'Survival Party'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 EU가 중국산 패널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려고 한다. 양측의 협상이 불발되면 47.6%의 관세가 부과되는데 유럽 시장이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중국 업체들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의 전략은 = 한화그룹은 꾸준한 투자와 M&A를 통해 폴리실리콘과 잉곳, 웨이퍼, 셀, 모듈, 발전시스템에 이르는 수직계열화를 구축했다.

지난해에는 독일의 태양광업체인 큐셀을 인수해 '한화큐셀'을 출범시켰다. 셀 생산능력을 키움과 동시에 EPC(Engineering, Procurement, and Construction; 엔지니어링, 구매, 건설) 노하우까지 접목해 태양광 발전 분야에서 토탈 솔루션을 제공하게 됐다.

많은 계열사가 직간접적으로 태양광 사업에 관여하고 있으나 크게는 한화케미칼과 한화솔라원, 한화큐셀이 핵심이다. 워낙 태양광 산업이 부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견딜만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한화케미칼이 20달러 초반대에서 폴리실리콘을 생산하기 시작하면 앞으로 가격 상승에 따른 수익을 본격적으로 낼 전망이다. 최근 공장가동률도 90% 이상으로 높였다.

한화큐셀과 한화솔라원은 EU와 중국 분쟁을 주의 깊게 보고 있다.

만약 양측의 협상이 결렬될 경우 맞춤형 이원화 전략으로 점유율을 확대할 방침이다.

그동안 한화큐셀은 유럽에, 한화솔라원은 신흥시장에 집중해왔다.

실제로 한화솔라원의 경우 유럽 판매 비중을 지난해 1분기 52%에서 올 1분기에는 22%까지 줄인 상태다.

중국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되면 한화큐셀이 브랜드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을 흡수할 계획이다. 유럽내 경쟁사였던 보쉬(Bosh)와 솔라월드(SolarWorld)도 각각 사업 철수와 재무건전성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EU가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면 중국이 보복으로 자국내 유럽 업체에 제한을 둘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한화솔라원의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그룹 측은 "판매처를 다변화해 나가는 동시에 유럽 품질 인증 획득, 다양한 패키지 제품 개발, 모듈 생산능력 확대, 브랜드 강화 등을 통해 최적화된 마케팅 전략을 실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신평사 관계자는 "태양광 업체들이 모두 어렵지만, 한화그룹의 경우 버틸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며 "시장 구조조정과 이르면 내년, 늦어도 2015년부터 태양광 수요가 살아나면 한화그룹의 성장동력도 재조명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시장 구조조정 과정에서 추가 M&A나 투자를 통해 시장을 지배력을 높일 필요가 있는데 김 회장의 부재 속에 비상경영위원회가 얼마나 과감하게 나설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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