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윤구 기자 =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장남인 이맹희씨가 동생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삼성그룹이 삼성에버랜드가 금융지주사로 바뀌는 것을 막기 위해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생명의 최대주주인 이건희 회장이 이맹희 씨에게 지분을 넘겨주면 2대주주인 에버랜드가 최대주주로 올라 금융지주회사가 되고 자회사인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보유 주식을 매각해 지배구조가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15일 이정희 통합진보당 국회의원은 에버랜드가 지주회사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삼성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 측은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으로 에버랜드가 종속회사를 만들어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해 삼성생명 주식을 원가법으로 평가하는 방법을 사용하면 지주회사가 되는 것을 회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에버랜드는 삼성생명에 출자한 규모가 자산의 50%를 넘어 지분법에 따라 최대주주로 올라서면 금융지주사가 된다. 그러나 삼성생명을 취득한 최초 원가로 주식을 평가하게 되면 삼성생명에 출자한 규모가 에버랜드 자산의 50%를 밑돌아 금융지주사가 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의원 측은 "이외에도 이맹희 씨가 에버랜드에도 삼성생명 주식을 요구한 만큼 이건희 회장 주식과 함께 삼성생명 지분을 넘겨 에버랜드를 2대주주로 남겨둘 수 있다"며 "그러나 회계변경을 하는 것이 가장 손쉬운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맹희 씨는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삼성생명 주식 824만주(4.12%)와 삼성전자 주식 20주, 1억원을 지급하라는 청구소송을 지난 14일 제기했다. 삼성에버랜드에도 삼성생명 주식 100주와 1억원을 청구했다.

전체 소송가액만 7천억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맹희 씨가 승소할 경우 이건희 회장을 제치고 삼성에버랜드가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이건희 회장은 삼성생명 주식 20.76%를 보유해 최대주주이고 삼성에버랜드는 19.34%의 지분을 보유해 2대주주다.

그러나 이건희 회장이 이맹희 씨에게 삼성생명 주식 824만주(4.12%)를 넘기면 에버랜드는 삼성생명을 거느린 금융지주회사가 된다.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르면 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가 된 금융회사는 금융업을 영위하지 않는 회사를 지배할 수 없어 삼성생명은 보유 중인 삼성전자 주식 1천62만여주(7.21%)를 매각해야 한다.

결국 삼성그룹의 지배구조가 바뀔 수 있기 때문에 그룹 차원에서 에버랜드의 금융지주사 전환을 막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증권업계에서도 삼성그룹이 에버랜드가 금융지주사가 되는 것을 막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증권사의 한 연구원은 "이건희 회장의 삼성생명 지분율이 낮아져도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그룹 차원에서 삼성에버랜드 지분율을 똑같이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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