産銀, 강덕수 회장 STX엔진 이사회의장직 유지키로

STX중공업 대표이사ㆍ이사회의장직은 박탈



(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산업은행이 강덕수 STX그룹 회장의 STX엔진 등기이사와 이사회의장직을 유지시켜 주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STX조선해양에 이어 STX중공업의 대표이사와 이사회의장직은 박탈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은 전일 이 같은 계획을 채권단 간담회를 열어 알렸다.

산은이 강 회장의 STX엔진 등기이사와 이사회의장직을 인정해 주기로 한 것은 의외다.

강 회장과 STX그룹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산은은 강공 드라이브를 걸면서 강 회장을 STX조선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도록 압박했기 때문이다.

당시 산은은 "원활한 경영정상화 추진을 위해서는 새로운 경영체제 구축이 필요하다"면서 강 회장의 경영일선 퇴진을 강하게 요청했고 관철시켰다.

이에 따라 산은이 강 회장의 계열사 내 모든 등기이사직을 박탈해 사실상 경영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압박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채권단 간담회에 참석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산은은 STX엔진의 부실이 다른 계열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아 강 회장의 경영책임을 묻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본인(강 회장)이 백의종군을 하겠다고 했으니 등기이사직을 유지시켜 주더라도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설명도 있었다.

채권단 일각에서는 강 회장을 STX조선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도록 압박하는 과정에서 한바탕 홍역을 치른 산은이 부담을 느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산은의 방침에 일부 채권 은행들은 구조조정 과정에서의 경영진 교체와 관련한 정책에 일관성이 없다는 이유로 이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STX그룹 계열사들에 대한 구조조정의 키를 사실상 산은이 쥐고 있는 상황이어서 방침이 변경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산은은 강 회장의 STX중공업 대표이사와 이사회의장직 박탈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산은은 내달 초 경영진추천위원회를 열어 STX중공업의 새 대표이사를 포함한 경영진 구성을 새로 할 예정이다. STX엔진의 대표이사도 바꿀 계획이다.

양사는 모두 내달 29일 임시 주주총회가 예정돼 있다.

STX엔진과 STX중공업은 각각 지난 5일과 12일 채권단과 경영정상화 이행약정(MOU)을 체결하고서 본격적인 구조조정 절차에 들어갔다.

[e-mail]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