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창 기자 =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실적 잔치를 벌이는 동안 LG전자는 여전히 '맞수' 답지 못한 실적을 냈다.

구본준 부회장이 지난 2010년에 '구원투수'로 등장하면서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다는 평가가 뒤따랐으나 여전히 주력 부문에서 제자리를 찾지 못했다.

특히 LG전자 위기의 진원지인 스마트폰 사업은 제품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에도 담당 사업본부가 분기 적자 전환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LG전자는 최근 임원 인사를 통해 다른 평가를 내렸다. 글로벌 수요 감소라는 상황에서 나름 선방한 TV부문의 HE사업본부장을 교체하고 휴대폰 부문의 MC사업본부장을 승진시킨 것.

단기적인 성과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장 흐름을 제대로 읽고 시장 선도 제품을 내놓았을 때 공로를 평가해주겠다는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강조사항이 그대로 반영된 셈이다.

연초부터 시장 선도를 강조한 구 회장은 7월 임원 세미나에서 "당장의 성과로 나타나지 않더라도 시장선도에 기여한 부분은 반드시 인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LG전자는 과감한 투자와 함께 7월에 출범한 VC사업본부를 새로운 수익원으로 창출할 준비를 하고 있다.



◇제자리 찾지 못하는 실적 = 올해 3분기까지 LG전자의 연결 누적기준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2%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4.8%, 당기순이익은 50.7% 각각 감소했다.

HA사업본부와 AE사업본부가 꾸준한 실적을 보였으나 HE사업본부와 MC사업본부는 낮은 영업이익률에 허덕였다.

글로벌 TV 수요가 부진하고 엔저를 업은 일본 업체들의 공세로 HE사업본부의 고전은 예상됐었다. 1분기 298억원, 2분기 1천65억원, 3분기 1천244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일부의 분기 적자 우려를 불식시켰으나 자체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마케팅력을 집중했던 3D TV보다는 스마트TV, 또는 3D와 스마트 기능이 합쳐진 제품으로 프리미엄 제품 시장이 넘어가면서 흐름을 잘못 읽었다는 평가도 있었다.

MC사업본부도 낮은 영업이익률을 나타냈다. 특히 지난 분기에는 'LG G2' 출시에도 797억원의 영업적자를 보이며 4분기만에 다시 적자 전환됐다.

올 들어 3분기까지 스마트폰 누적 판매량이 3천440만대로 지난해 연간 판매량 2천620만대를 돌파했고 3분기 연속으로 매출액이 3조원대를 나타냈으며 'LG G2'는 해외 유수의 평가기관들로부터 호평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마케팅 비용이 더 많이 소요됐다. 또, 보급형 스마트폰의 가격 경쟁도 심화됐다.



◇투자는 계속…현금창출력이 받쳐줘야 = LG전자는 최근 협력사와 함께 5조원을 투자하는 평택 산업단지 입주를 확정했다. 전자부품과 섬유제품, 전기장비, 기계·장비 제조, 자동차·트레일러 등 미래신수종산업과 고부가가치 전자제품 관련 5개 업종을 입주시킬 예정이다.

LG전자는 이처럼 구 회장이 평소에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방침에 따라 공격적인 투자행보를 이어갈 방침이다.

올 들어 3분기까지 설비자산을 취득하는 등 1조9천억원을 투자했다.

또 품질 면에서 자신있는 제품을 만들고도 마케팅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전략에 따라 관련 비용도 아끼지 않을 방침이다. 대표적인 예가 3분기에 적자를 보인 스마트폰이다.

그러나 현금창출력이 따라줘야 재무를 다독이며 투자를 진행할 수 있다.

물론 3분기까지 영업이익은 약 1조원 수준이나 EBITDA가 2조4천억원대로 아직 투자를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다. 현금 및 단기유가증권 규모도 2조4천억원에 달했다.

다만, 계속된 투자로 차입금 부담을 늘어나고 있다. 올 3분기 말 기준 부채비율은 182.8%로 지난해 말 147.6%에서 크게 높아졌다. 또, 순차입금의존도도 18.0%로 지난해 말 14.4%에서 상승했다.

LG전자가 올해 공모와 사모를 합쳐 발행한 회사채 규모만 1조3천억원에 이른다. 단연 다른 계열사보다 많은 수준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LG전자의 신용도를 고려하면 재무 안정성 지표가 조금 오른다고 해서 차입에 문제가 될 것은 없다"며 "다만, 단기 실적도 받쳐줘야 투자를 통한 제품 개발에 차질이 없는 만큼, 실적 관리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VC사업본부 밥값 할까…'시장선도' 구호는 계속 = LG전자는 미래 성장동력의 하나로 자동차부품 사업을 맡을 VC사업본부를 7월1일자로 신설했다.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부품 사업을 하는 HE사업본부 산하 Car 사업부와 전기차용 모터, 인버터, 컴프레서 등을 개발하는 CEO 직속 EC(Energy Components) 사업부, 자동차 부품 설계 엔지니어링 회사 V-ENS를 통합했다.

LG화학(전기차 배터리)와 LG디스플레이(디스플레이), LG이노텍(전장부품) 등 각 계열사와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본격적으로 자동차 부품 사업을 키우겠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사전에 LG CNS에서 V-ENS를 인수하는 등 준비를 해왔다. 2천여명이 넘는 인원을 배치하는 등 투자 의욕이 높다.

다만, 타깃으로 삼은 전기차 시장이 예상만큼 성장하지 못해 조심스럽다. 삼성과 SK 등 국내 다른 대기업도 일반 차는 물론 전기차 부품사업에 뛰어들어 경쟁도 치열해지는 상황이다.

이 역시 단기적인 성과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진하는 사업인 셈이다.

또, '시장 선도' 구호도 계속된다. 기술을 선점하고 시장을 앞서는 제품 개발을 계속 독려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임원 인사에서도 LG전자는 이러한 뜻을 분명히 했다.

재계 관계자는 "LG전자, 나아가 LG그룹의 강점은 사업별로 수직계열화가 잘 구성돼 있다는 점"이라며 "과거 스마트폰처럼 시장을 실기하지 않으면 업황 부진이나 경기 침체에도 기본적인 실적은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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