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연락처 dollar@kita.net

▲흔히들 '위기는 기회'라고 한다. 한자로 위기라는 말은 위험을 뜻하는 ‘위(危)’와 기회를 뜻하는 ‘기(機)’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위기에 봉착하였을 때 마냥 절망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잘 살피면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참으로 좋은 말이다. 위기라는 말에 그처럼 좋은 의미가 숨어 있었다니!

이 말을 처음 퍼뜨린 것은 미국 대통령을 지냈던 존 케네디였다. 그는 1959년 인디애나폴리스에서의 한 연설에서 중국어를 인용하며 ‘위기가 곧 기회’라고 역설하였다. 당시 그의 말은 큰 반향을 일으켰고, 이후 두고두고 많은 유명 인사들이 연설에서 혹은 책과 글에서 인용하였다. 세월이 흐르다 보니 이제는 마치 ‘속담’처럼 굳어지는 꼴이다.

하지만 케네디의 말이 알고 보면 엉터리라는 사실은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중국어 어문학자들은 이와 같은 해석이 잘못되었다고 단언한다. 중국어에 대한 오해 혹은 지나친 낙관주의적 발상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 학자들의 지적이다. 위기라는 말에서 ‘위(危)’가 위험을 뜻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기(機)’가 기회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기’는 ‘때’ 혹은 ‘시기’로 해석하여야 한다. 따라서 ‘위기’라는 말은 ‘위험한 시기’일 뿐이지 더도 덜도 아니다.

위기를 ‘위험’과 ‘기회’로 나누어 생각한 것은 정말 빼어난 발상이다. 한자에 익숙하지 않은 미국 사람이 그와 같은 말을 했다는 것도 참으로 대단하다. 케네디 대통령답다. 그러나 케네디의 잘못된 말 한마디로 인한 폐해도 만만치 않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위기는 곧 기회”라고 간주하는 데에서 오는 낙관주의, 이것이 사실은 참으로 무섭기 때문이다.

위기가 닥쳤을 때 사람들은 몸을 움츠리고 보수적으로 대응하기는커녕 오히려 기회를 잡을 생각에 적극적, 공격적으로 나선다. 일이 잘된다면 말할 나위 없이 좋다. 백척간두의 위기에서 천금과 같은 기회를 잡는다면 얼마나 좋은가. 하지만 실상은 마냥 낙관적인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위기’ 즉 위험한 때가 도래하였다는 것이 심상치 않다. 무언가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위기가 닥칠 리 없다. 그런 상황에서 공격적으로 대처하였다가는오히려 더 큰 화를 입을 위험이 높다.

어떤 회사가 부도가 났다고 하자. 그 회사의 주가는 연일 하한가를 이어갔고 조만간 상장폐지될 예정이다. 이럴 때 “위기는 곧 기회”라고 생각하여 그 회사의 주식을 적극적으로 사들이는 것이 과연 현명한 일일까?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하여 모든 일이 잘 풀리는 것이 아니듯, 기회를 잡겠다고 덤빈다 하여 기회가 모두 오는 것은 아니다.

(코스피지수 주간전망)

뜬금없이 ‘위기’ 이야기를 꺼낸 것은 (글쎄다, 기우일 수도 있으나) 코스피지수의 차트에서 일말의 위기 징조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지난주 혹은 지, 지난주부터 나는 20일 이동평균선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그게 자꾸 마음에 걸린다. 그래서 ‘위기’ 운운하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20일 이동평균선은 ‘추세선’으로 불린다. 5일선이 심리선, 60일선이 수급 선으로 간주되는 것처럼 20일 이동평균선은 추세를 대표하는 선이다. 이게 상승하면 추세가 상승하는 것이고, 이게 하락하면 의당 추세가 하락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옳다. 그런데 이미 여러 차례 지적하였듯 코스피지수의 20일선은 하락하고 있으며, 지수는 20일선을 하향돌파하여 그 아래로 내려섰다.

더 걱정되는 것은 일목균형표 구름의 지지를 받고 반등하던 코스피지수가 지난주 후반 들어 20일선의 저항을 만났다는 점이다. 20일선은 하락하고, 주가는 그 아래쪽에 있는데다, 20일선이 저항선의 역할을 하고 있다면 - 이것은 자칫 전형적인 하락추세 국면으로 접어들 수도 있는 징조이다.

지금이 고비이다. 나의 우려가 쓸데없는 걱정이 되려면 무엇보다도 지수가 20일선을 상향 돌파해야 한다. 그렇게만 된다면 시장을 내리누르던 먹구름은 사라지고, 다시 밝은 상승세가 시작된다. 하지만 최악의 경우 그렇지 못한다면 좀 심각하다. 지수는 필연적으로 구름 안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고 또다시 지루한 조정국면이 이어질 터. 이번 주 초반이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되겠다.

무조건적인 비관은 바람직하지 않다. 당연하다. 마찬가지로 무조건적인 낙관 역시 칭찬할 일은 아니다. 위기가 마냥 기회는 아닌 법이다. 오늘/내일이 고비라면 잠시 쉬는 것도 나쁘지 않다. 물론 주가가 당장에라도 1,997에 걸쳐있는 20일 이동평균선을 씩씩하게 넘어선다면 굳이 ‘새가슴’으로 있을 필요는 없다. 다만 그게 확정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

(달러-원 주간전망)

오늘(6월30일)이 어렵다. 달러-원 환율을 기술적 분석으로 전망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날이다. 드디어(!) 월말이기 때문. 지난달 월말에는 수출업체 네고물량이 몰리면서 그때까지 난공불락으로 여겨지던 1,020원이 무너졌던 경험이 있다. 6월초에 1,020원이 회복되기도 하였으나 일단 한번 무너진 지지선은 빛을 잃었고, 결국 1,010원대 환율에 익숙해지는 결과를 낳았다. 그렇다면 이번 월말은 어떨까? 1,020원보다 더 의미 있는 1,010원 혹은 1,000원선이 붕괴될까?

참고로 말하여 해외 시장에서의 달러 인덱스 차트 역시 확실한 하락세이다. 내가 요즘 중시하는 20일 이동평균선도 이미 무너뜨렸고, 일목균형표 기준선과 전환선이 역전된 것도 역시 오래된 일이다. 후행스팬마저 캔들을 밑돌았으니 이제 구름의 지지만이 달러 인덱스의 하락을 막을 유일한 요소이다. 100 퍼센트 직접적인 영향은 아니겠지만, 해외 시장에서 달러 인덱스의 하락세는 달러-원에는 의당 하락압력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또한 달러-엔은 20일선은 물론이고 심지어 일목균형표 구름 하단마저 뚫고 아래로 내려섰다. 올해 초부터 달러/엔의 차트는 거대한 하락 삼각형을 패턴을 만들고 있는데, 거기에서 최후의 지지선이 100.80이었다. 당장에 100.80이 무너질지를 단언하는 것은 성급하다. 다만, 분명한 것은 달러/엔 역시 하락세라는 사실이다. 마찬가지로 달러-원에 영향을 미칠 공산이 높다.

여러 여건은 달러-원의 하락을 말한다. 또한, 당장 월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솔직히 고백하거니와 잘 모르겠다. 달러-원이 ‘새로운 영역’에 접어들지 여부는 기술적분석의 영역을 넘어서는 일. 월말에 쏟아질 수출업체 네고를 등에 업은 매도물량과 당국의 문제이다. 당국이 방어에 성공할 수 있고 혹은 네고물량이 환율을 쑥 끌어내릴 수도 있겠다. 다만 중요한 것은 달러-원 환율의 추세는 어차피 하락세일 수밖에 없는지라 설령 이번 월말에 지지선이 뚫리지않는다고 하여 앞으로도 내내 그렇게 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 이미 달러-원에서 ‘방향’의 문제는 사라졌고 ‘시기’의 문제만이 남았다. 나는 여전히 ‘숏’에 걸고 싶다.



(서울=연합인포맥스)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