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백웅기 기자 = 외국 소유의 원유·석유제품 상당량이 우리나라의 전략비축기지를차지하고 있지만정부 등 당국은크게 문제될 게 없다며 팔짱만 끼고 있다.더욱이 당국은저유가 기조가 심화되면서 석유를 전략적으로 비축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예산 부족 타령만 거듭해 전문가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16일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석유공사 등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전국 9개 석유비축기지에 산유국·에너지 메이저 업체와 원유·석유제품 1천420만 배럴을 도입하는 내용의 국제공동비축 계약이 체결됐다.

국내 비축 가용용량(1억4천600만 배럴)의 10% 정도로, 현재 유한 전략비축유(9천174만 배럴)를 뺀 나머지 공간의 3분의 1을 외국 국적의 기름이 차지하는 셈이다.

정부와 석유공사는 '동적 비축' 차원에서 유휴공간을 활용해 수익을 내면서도 유사시 우선구매권을 활용한 간접비축이 가능하다는 점을 내세워 국제공동비축 사업 자체에 문제가 없다는 견해이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시장 개입을 자제하라'고 권고하는 데에도 유지하는 건 수익과 에너지 안보 양자 모두 만족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국내 비축 기지를 전략비축유로 모두 채운다면 몰라도 일정 물량은 유지하는 것이 이익"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국제유가 폭락 시황을 틈타 중국 등이 비축유 규모를 크게 늘린 것에 견주면 정부·공사의 대응이 소극적으로만 보인다.

문영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실장은 "국제 유가 폭락을 예상치 못했던 작년 가을 전에 올해 예산을 짰으니 아무래도 경직성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국제공동비축 물량은 어디까지나 비축 그 자체에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 결국 임대료 수익을 위한 것으로만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고유가 시기 한때 4천만 배럴 수준을 유지했던 것에 비교하면 현재 물량은 상대적으로 적은 것이긴 하지만 앞으로 콘탱고(Contango)가 심화하면 저장 공간을 찾는 수요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저유가가 지속하면 국내 유휴 비축기지의 시장가치는 더 높아질 테지만, 정작 우리 비축유는 담지 못하는 역설적 상황이 예상되는 것이다.

한편, 과거 해외자원개발 실패 사례 등을 이유로 석유공사 등의 예산을 삭감했던 국회의 시선은 다른 곳을 향해 있다.

여당 산업위 한 관계자는 "산업위 소속 다수 의원실이 자원외교 국정조사 준비에 집중하느라그(비축유) 사안은 신경 쓸 겨를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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