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펜데믹에서는 저금리보다 정부 부양책 '효과적'



(서울=연합인포맥스) 남승표 기자 =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미국 의회를 향해 경기부양책을 촉구하고 있어 그 배경이 주목됐다.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중시하는 중앙은행의 속성상 의회 내 논쟁 중인 사안에 대해 개입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연준의 잇따른 경기부양책 촉구 발언은 지금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빚어진 비정상적인 상황이며 통상적인 저금리 정책으로는 경기부양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마이클 우드퍼드 컬럼비아대 경제학 교수가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의 한 부분이 비경제적인 이유로 인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때는 금리인하는 지출 확대에 효과적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코로나19의 충격이 공연, 호텔, 식당 종사자의 소득 감소를 불러왔다고 했을 때, 해당 사업자들은 건물 임대료를 내지 못하게 되고 이는 다시 지방정부의 세수 감소를 불러와 산업 혹은 공공기관 종사자의 해고를 촉발한다.

공연, 호텔, 식당 종사자의 소득감소는 코로나19라는 보건위생상의 이유로 발생했지만, 임대사업자의 소득감소, 지방정부의 세수감소는 보건위생상의 이유로 발생한 것이 아니다.

우드퍼드 교수는 "연쇄효과의 최종 단계에서 일어나는 일은 모든 경제 활동의 중단을 의미하는데, 이것은 식당이나 공연의 공급과잉 때문에 일어난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따라서 정부 지출이, 비록 때로는 목표를 정확하게 겨냥하지 못하더라도, 이런 형태의 지불 연쇄 붕괴를 방지하는 데에는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앙은행은 난감한 처지에 빠진다.

금리를 내리면 주택과 기술주 등 코로나19 펜데믹에서 충격을 적게 받은 분야는 과잉 열기를 띠지만 다른 산업 분야는 금리가 아무리 내려도 쇠퇴하기 때문이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준 총재는 "현재 회복이 불균등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측면에서 어려움에 부닥쳤다. 홈데포나 식료품점에서 상품은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며 "하지만 예술, 호텔, 레스토랑은 생존을 위해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연준은 오는 15~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연다. 한국시간으로 17일 새벽 3시에는 FOMC 경제 전망과 기준금리 결정을 발표한다.

지난번 잭슨홀 회의에서 밝혔던 평균물가목표제의 뼈대를 밝힌 만큼 이 정책에 어떤 살을 붙여나갈지 주목된다.

평균물가목표제는 물가 상승률이 목표로 했던 2%에 미달하면서 기대 물가 상승률과 금리가 계속 낮은 수준에 머무는 것을 깨뜨리기 위해 연준이 새로 도입한 정책이다.

이 외에도 연준은 2008년 위기 이후 투자와 지출을 확대하기 위해 포워드 가이던스와 자산매입으로 장기 이자율을 낮게 유지하고 있지만, 시장은 이미 장기 저금리를 예상하고 있어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달 들어 월스트리트저널이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절반 이상이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2024년으로 예상했다.

선물시장은 투자자들이 연준의 첫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2024년 후반기로 전망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연준의 자문관을 지낸 앤드루 레빈은 "연준은 포워드 가이던스가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이 의회를 향해 경기부양책 통과를 촉구하는 것은 정부 지출의 효과와 함께 연준의 정책 도구가 지닌 한계를 모두 고려한 결과인 셈이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연준이 새로운 정책 틀에 맞춰 좀 더 세부적인 전망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이번 주 연준이 제시할 경제전망은 수년 동안 고용과 물가상승률이 연준의 목표보다 낮을 것이라는 내용을 담을 가능성이 높다.

제프리스의 아네타 마르코스카 수석 금융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상태의 정책을 유지하는 것은 수건을 던지는 것과 같다"며 "이는 새로운 정책이 나오자마자 신뢰를 훼손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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