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윤구 기자 = 현대차그룹이 정의선 회장 체제로 바뀌면서 해묵은 숙제인 순환출자 구조 해소와 지배구조 개편에도 속도가 날 지 주목된다.

현대차그룹은 14일 이사회를 열어 정의선 수석부회장을 회장으로 선임했다.

수석부회장에 오른 지 2년 1개월 만에 회장으로 승진해 수소전기차 등 미래 모빌리티 혁신 등 그간의 경영실적을 인정받은 것으로 보인다.

정의선 신임 회장이 공식적인 그룹 총수로 역할을 맡게 됐지만, 낮은 지분율과 순환출자구조는 불안 요소로 상존한다.

정의선 회장의 주요 그룹사 지분율은 현대차 2.62%와 기아차 1.74%, 현대모비스 0.32%, 현대글로비스 23.29%, 현대위아 1.95%, 현대오토에버 9.57%, 현대엔지니어링 11.72%, 이노션 2% 등이다.

현대차그룹이 지난 2018년 5월 지배구조 개편안을 철회하고 재추진을 언급한 지 2년이 넘었다.

현대차그룹은 당시 현대모비스를 분할해 모듈 및 애프터서비스(AS) 사업부를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지배구조 변경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합병 비율에 반대하는 투자자를 설득해야 하는 부담에 결국 이를 철회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지배구조 개편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LG그룹이 LG화학의 전지사업 부문 물적분할을 추진하면서 주주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하는 등 인위적인 보유 지분가치 상승을 통한 승계 시나리오는 가능성이 작다.

대신 아버지인 정몽구 회장의 지분 상속과 순환출자 해소가 먼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현대차그룹은 국내 10대 대기업집단 가운데 유일하게 순환출자 구조를 깨지 못하고 있다.

▲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 ▲기아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 ▲현대차→현대글로비스→현대모비스→현대차 ▲현대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차 등 4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그룹 지배의 근간이 되는 현대모비스와 현대차, 기아차 등에 대한 지분을 정의선 신임 회장이 충분히 보유하고 있지 못해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하기 위해서는 순환출자 구조 해소가 불가피하다.

낮은 지분을 바탕으로 한 순환구조로 짜여 있어 외부 투기자본의 공격을 받을 가능성도 열려있다.

또한 정부가 추진 중인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를 피하기 위해서도 지분 정리가 필요하다.

정부는 현재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을 대주주 지분 30% 이상에서 20%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지주사 전환 시나리오도 거론되고 있다.

현대모비스와 현대차, 기아차를 각각 인적 분할해 3개 투자 부문을 합병하는 방안이다.

정 신임 회장이 현대글로비스 보유 지분을 현대차홀딩스에 현물 출자해 그룹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

다만 지주사 전환 시 현대카드·현대캐피탈 등 금융계열사를 처리하는 문제가 난관으로 작용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안정적인 경영권을 바탕으로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업체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경영권 방어에 취약한 순환출자의 고리를 먼저 끊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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