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윤구 기자 = 경영권을 두고 한국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주주총회에서 벌인 총수 일가의 표 대결이 결국 무승부로 끝나면서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한국앤컴퍼니는 30일 정기 주총에서 장남 조현식 부회장이 추천한 이한상 고려대 교수를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에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차남 조현범 사장과 사 측이 추천한 김혜경 전 청와대 여성가족비서관은 고배를 마셨다.

한국앤컴퍼니 지분 42.90%를 보유한 조현범 사장의 승리가 점쳐졌지만, 최대 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이른바 '3%룰'에 가로막힌 것이다.

반면에 이날 오전에 벌어진 한국타이어 주총에서는 조현범 사장이 승리했다.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에 조 사장을 중심으로 한 사측이 추천한 이미라 제너럴일렉트릭(GE) 한국 인사 총괄이 득표율 84%로 선임됐다.

조 사장은 한국타이어 사내이사 연임에도 성공했다.

그러나 지주사인 한앤컴퍼니 주총에서 조 부회장이 이기며 양측 간 경영권을 둘러싼 싸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조 부회장이 이 교수가 선임되면 한국앤컴퍼니 대표이사에서 사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조 부회장이 대표이사직까지 걸며 추천한 사외이사가 선임되면서 그룹 내 영향력을 강화한 것으로 분석했다.

조 부회장은 지난 19일 사측 추천 후보의 독립성을 문제 삼으며 우호 지분 확보에 나섰다.

당시 법률대리인을 통한 서면 인터뷰에서 "분리 선출 감사위원회 위원이 대주주와 경영진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면 이번 개정 상법의 목표를 전혀 달성하지 못하게 된다"며 "분리 선출 감사위원으로는 회사가 아닌 소수 주주의 주주제안 후보가 먼저 선임돼야 한다"며 호소했다.

이어 그는 "어떤 직함에도 연연하지 않는다"며 "이미 대표이사직을 내려놓고 조현범 대표를 비롯한 현 경영진의 일사불란한 경영상 판단을 존중할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언급했다.

다만, 소수 주주의 지지를 업은 조 부회장이 장녀 조희경 이사장과 연합해 조현범 사장과의 경영 분쟁을 이어갈 가능성도 있다.

특히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한 주총이 무승부로 끝나면서 부친인 조양래 회장의 성년 후견인 심판 결과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작년 7월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은 조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 심판을 청구했다.

조 회장이 차남인 조현범 사장에게 지분을 넘긴 결정이 자발적으로 이뤄진 것인지 확인하겠다는 취지다.

조 이사장 측은 조 회장이 조현범 사장에게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 23.59% 전량을 약 2천400억원가량에 넘긴 부분을 문제 삼았다.

두 달 뒤인 작년 10월에는 조현식 부회장이 청구인과 같은 자격을 갖는 참가인 신청서를 냈다.

올해 안에 성년 후견 1차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경영권 분쟁의 불씨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yg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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