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와 석유개발(E&P) 사업을 독립 회사로 각각 분할해 독자 경영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하면서 향후 수순에 관심이 쏠린다.

투자재원 조달을 위해 배터리 사업을 분할하는만큼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가능성이 커 보이며, 시기는 배터리 사업이 연간 흑자를 내는 2022~2023년께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SK이노베이션은 3일 이사회를 열고 배터리 사업과 E&P사업을 단순·물적분할 방식으로 분할해 SK배터리㈜와 SK E&P㈜를 각각 설립하기로 의결했다고 4일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지주회사로서, SK배터리㈜와 SK E&P㈜의 지분 100%를 보유하게 된다.

SK이노베이션은 내달 16일 임시 주주총회의 승인을 거쳐 10월 1일부로 신설법인을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이 사업 분할에 나선 것은, 배터리 사업 매출이 급격히 늘며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한 IPO의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사업 매출이 올해 3조5천억원에 달하고, 내년에는 6조원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매출이 매년 60~70% 성장해 오는 2025년에는 15조~20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SK이노베이션은 이에 발맞춰 생산능력을 오는 2023년 85GWh, 2025년에 200GWh, 2030년에는 500GWh 이상으로 빠른 속도로 확대해 가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향후 5년간 배터리 사업에 18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올해와 내년에 걸쳐 배터리 사업이 흑자로 전환할 가능성이 커지며, IPO에 유리해지는 상황이 도래하는 점도 고려했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사업이 오는 2022년 연간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하고, 2023년부터는 영업이익률이 빠르게 개선되기 시작해 2025년 이후에는 한 자릿수 후반대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2022~2023년께 IPO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전유진 HI투자증권 연구원은 "IPO는 영업이익이 안정적으로 창출되며 사업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을 때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며 "SK이노베이션의 경우 그 시기가 약 2023년 정도로 예상되는데, 본격적인 IPO 추진도 그 이후에나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기존 SK이노베이션 주주들의 반발은 넘어야 할 산이다.

SK이노베이션 주주들 입장에서는 인적 분할하면 배터리 신설 법인의 주식을 같은 비율로 받을 수 있는데, 물적 분할하면서 원래대로 SK이노베이션 주식만 보유하게 된다.

SK이노베이션 주가는 분할 가능성이 처음 언급된 지난달 1일 29만5천500원에서 26만9천500원으로 8.80% 급락했다.

이후 내림세를 이어가며 전일에는 25만3천원까지 떨어졌다가, 개장 전 분할 공시가 나온 이날 오전 9시11분 현재 전일보다 6.52% 하락한 23만6천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 사장 역시 주주들의 우려와 관련해 "배터리 분할 시 SK이노베이션은 거의 순수한 지주회사로 전환되고, 지주회사 디스카운트가 강해질 것"이라며 "시장에서 선례가 있어서 많이 걱정하는 것 같다. 충분히 이해한다"고 답한 바 있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이 주주 달래기에 나설지도 관심거리다.

SK이노베이션에 앞서 전지사업 분할을 결정한 LG화학의 경우 적극적인 배당 정책을 통해 주주 달래기에 나

선 바 있다.

LG화학은 2020년부터 3년간 보통주 1주당 최소 1만원 이상의 현금배당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분사와 자금 조달을 통해 배터리 신설 법인이 가파르게 성장할 경우 지주회사인 SK이노베이션 주주들 역시 과실을 함께 누리게 되는 데 따라 물적 분할이 호재라는 진단도 나온다.

LG화학 주가 역시 분할 소식이 알려진 후 급락했다가 회복해 올해 초에는 신고점을 경신한 바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분할 후 지주회사로서 연구·개발(R&D)과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일 계획이다.

김 사장은 "분할 시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매니지먼트하는 투자회사의 역할을 강화할 것"이라며 "R&D나 M&A 등으로 지주회사 디스카운트를 초과하는 가치를 창출하겠다"고 강조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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