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환대출플랫폼 논란이 뜨겁다. 취지는 매우 좋다. 플랫폼에 올려진 대출상품들을 비교하고 자기에게 유리한 대출로 갈아타도록 함으로써 차입자는 상환부담 경감을, 대출자인 금융회사에게는 경쟁과 혁신을 유도하겠다는 의도이다. 하지만 대출상품을 만드는 금융회사로서는 금리경쟁이 불가피하고 장기적으로는 플랫폼에 종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 것 같다. 그 때문에 은행권은 독자 플랫폼을 공동으로 운영하겠다고 한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개인대출시장은 최대 금융시장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현재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대출금은 약 1천989조원에 달한다. 그 중 예금취급기관 대출금이 1천704조원이다. 7월 말 예금은행(은행신탁 포함)의 가계대출 잔액은 1천40조원이다. 이는 금융회사에게 가장 큰 수익원임을 의미한다. 국내은행의 경우 작년 한 해 총이익에서 이자이익(기업대출, 유가증권 포함)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85%에 달한다.

최대 금융시장이고 금융회사에게 최대 수익원인 개인대출은 어떻게 유통되고 있을까? 당연히 은행 등 금융회사 오프라인 지점을 통해 직접 판매되는 비중이 압도적이다. 이외에 오프라인 대출모집인 채널과 자체 온라인 채널, 그리고 제휴를 통한 외부 온라인 채널이 있을 수 있다. 영업 네트워크가 취약한 제2금융권의 경우 대출모집인 채널과 제휴 온라인 채널이 많이 활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7년 금융위 보도자료에 따르면, 110여개 금융회사는 신규 가계대출의 25~30%를 대출모집인에게 의존하고 있다. 은행권은 담보대출 모집 비중(30.8%)이 높고, 저축은행과 할부금융사는 신용대출 모집 비중(53.5%, 62.2%)이 높다. 당시 수수료율은 은행은 평균 0.3%, 저축은행과 할부금융사는 2~5%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는 대부업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대출금액의 3% 이내로 제한되어 있다.

금융당국은 대출모집인에 의한 '손쉬운 대출'과 '과잉대출'을 우려하여 이들의 영업행위 규제와 금융회사 교육·관리 책임을 강화해왔고 금융소비자보호법에도 규제 근거를 마련했다. 금소법에 따르면 대출이 포함된 금융상품 판매 대리·중개업자는 직접판매업자로부터 정해진 수수료를 수취하는데 등록을 해야 하고 적합성, 적정성, 설명의무 등을 준수해야 한다. 직접판매업자는 이들에 대한 관리책임과 손해배상책임을 진다.

대리·중개와 모집은 어떤 관계일까? 모집인은 대부업법과 여전법에 등장하는데 모집을 정의한 곳은 보험업법이 유일하다. 보험업법에 따르면 모집이란 보험계약 체결을 중개하거나 대리하는 것을 뜻한다. 대리·중개가 모집이라는 얘기이다. 모집의 경우 1사 전속규제가 지속됐는데 핀테크를 중심으로 규제 완화에 대한 요구가 매우 컸다. 이에 따라 온라인 대출모집 플랫폼(전자금융거래 방식)에 한해 1사 전속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내용이 감독규정에 반영되었다.

다시 말하면 대출 대리·중개업자는 전자금융거래 방식으로 복수의 은행, 저축은행, 할부금융사의 대출계약 체결을 대리·중개할 수 있게 되었다. 대환대출플랫폼은 이러한 금융규제 변화를 배경으로 등장한 것이다. 이제 관건은 대출플랫폼과 이를 둘러싼 생태계를 어떻게 조성할 것인가이다. 지금처럼 빅테크, 핀테크, 기존 금융회사가 서로 주도하겠다는 식으로 치열한 경쟁이 전개된다면 금융소비자를 위한다는 당초 취지가 무색해질 우려가 크다.

대출을 비롯한 금융상품 판매에서 근본 문제는 정보의 비대칭성이다. 정보가 가장 많은 금융상품 제조자와 가장 부족한 소비자가 양극단에 위치하고 있고 중간에 판매업자들이 존재한다. 소비자 관점에서 직접판매업자는 제조자와 사실상 동일하고 전속 대리업자, 비전속 대리업자, 중개업자, 자문업자 등으로부터 정보를 제공받고 상품을 구매한다. 이러한 생태계에서 대출플랫폼은 어디에 위치해야 하는가?

첫째, 대출플랫폼은 수요와 공급에 중립적이어야 한다. 플랫폼은 기본적으로 소비자와 공급자가 만나는 공간으로 차입자인 개인과 대출자인 금융회사가 모두 윈윈할 수 있는 구조여야 한다. 플랫폼이 특정 판매업자나 업권 등의 어느 한 편에 치우친다면 그 플랫폼은 모두에게 외면받을 것이다. 또한 차입자 일방으로 흐르는 경우에는 상품공급이 제한될 것이므로 이 또한 무용지물이다. 따라서 플랫폼 운영은 당연히 중립적이어야 하고 소유구조에도 그 원칙이 적용될 필요가 있다.

둘째, 플랫폼은 대리·중개에도 중립적이어야 한다. 양자는 이해상충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금소법은 대리와 중개업자 모두 직접판매업자로부터 수수료를 수취하는 자로 사실상 동일하게 취급하고 있는데, 대리와 중개는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크다. 양자의 차이를 규정한 보험업법에 따르면 대리는 보험회사를 위해 보험계약의 체결을 대리하고, 중개는 독립적으로 보험계약의 체결을 중개한다고 되어 있다. 수요·공급과 마찬가지로 중개·대리에도 중립적일 필요가 있다. (배현기 웰스가이드 대표)

※칼라무스는 '펜은 칼보다 강하다(Calamus Gladio Fortior)'라는 라틴어 문장에서 따온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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