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차 대선이 다가오면서 국민연금의 개혁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연금개혁의 방향을 보면 몇몇의 경우 개혁의 목적이 기금의 존속에 초점이 맞추어지는 경우도 보인다. 국민연금 기금을 소진하면 절대로 안 된다는 관점을 중심으로 개혁 방향이 제기되는 것이다. 향후 기금의 소진으로 연금을 줄 돈이 없게 되어 후세대를 착취하는 원인이라는 주장이다. 연금개혁의 실제 목적이 기금을 위한 것인지,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것인지 혼돈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연금개혁이 필요 없다는 것은 아니다. 연금개혁은 필요하다. 하지만 기금의 소진을 막는 것이 연금개혁의 핵심은 아니다. 기금이 소진되는 것 그 자체가 개혁의 필요가 되지는 않는다. 연금개혁이 필요한 이유로는 무엇보다 기금이 소진된 이후 부과방식으로 연금제도가 전환된 이후 미래 세대가 연금급여 충당을 위한 부담이 커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은 현세대가 낮게 부담하면서도 급여는 높게 받는 연금 구조에서 기금이 소진하는 요인을 찾는다. 그렇기에 나중에 연금급여를 부담하여야 하는 미래 세대들이 불공정하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하지만 공적연금 제도가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노후에 받게 되는 금액이 어느 정도 기초적인 생활이 가능하게 하여야 한다는 것과 이를 위해 근로기간 동안 납입하는 보험료가 감당 가능한 수준이어야 함이 우선 기본이 되어야 한다.

아직도 국민연금에 대한 오해 중 하나가 기금이 소진되면 연금을 받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2040세대의 경우 보험료만 내고 나중에 연금을 못 받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잔존하는 듯하다. 근로계층이 납부하는 연금 보험료가 노후 계층의 연금으로 전환되는 부과식이 공적연금 체계의 기본이다. 2040세대가 보험료를 내서 그 윗세대에게 연금으로 지급된다면, 이후 그 세대가 퇴직 후에는 다시 새로운 2040세대의 보험료가 그들의 연금으로 전환될 것이다. 거듭 말하거니와 기금은 국가사회보장 체계인 공적연금 제도를 지속가능하도록 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다.

또한 국민연금 구조가 후세대에 엄청나게 부담을 줄 정도로 현세대가 약탈적으로 많이 받아 가는 구조라는 것도 또 다른 오해라 생각한다. 후세대 갈취를 언급하는 사람 중 많은 분은 평균 수익비가 2배가 넘은 매우 높은 저부담-고급여 체계라고 한다. 계리적으로 기대여명을 반영하면 국민연금의 수익비는 평균 2.2배다. 하지만 여기서 언급하는 수익비는 납입한 보험료가 아무런 운용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국민연금에 적립된 기금은 매우 적극적으로 운용되고 있다.

72의 법칙이라고 있다. 복리 이자율을 적용할 경우 투자 원금을 2배 늘리는 데 걸리는 시간 또는 필요수익률을 간편하게 계산하는 식으로, 72를 연간 이자율 혹은 기간으로 나눠 구한다. 예를 들어 5%의 연수익률이 발생한다면 두 배가 되는 기간은 약 14.4년이다. 물론 처음부터 목돈을 납입하여 운용하는 것이 아니라 점차 적립하는 것으로 규모에 따른 기간 차이가 있어 실제 2배의 수익비를 나타내려면 이보다는 다소 긴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연금 수급 역시 분할하여 받게 되면서 잔여액 역시 계속 운용되므로 큰 차이는 없다. 국민연금이 1988년부터 2020년 말까지 연 평균 수익률은 6.27%다.

반대로 통상 국민연금 가입 기간을 30년으로 생각한다면 두 배의 수익률을 내기 위해서는 2.4%의 수익률을 꾸준하게 유지할 수만 있다면 가능할 것이다. 물론 여기에 국민연금 급여는 물가에 따라 상승하므로 이 수익률에 물가 상승률이 포함되기는 해야 한다. 다소 과장된 면이 있을 수 있으나 말하고자 하는 것은 2배 수준의 수익비를 가지고 적게 내고 많이 가져가는 약탈적인 수준이라 할 수 있을지 단정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정도의 수익률이 있어도 그 수익비를 맞추기 위해 미래세대에게만 부담을 지우기는 어렵다. 절대적으로 가입자 자체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재정추계 당시 합계출산율이 1.24명으로 가정한 것에 비해 2020년 출산율은 0.84명으로 미래 세대의 과중한 부담이 크게 염려되는 것은 사실이다. 현세대 역시 조금은 나누어 함께 할 필요는 있다. 적정한 수준의 보험료 인상이 가장 먼저 생각될 것이다. 하지만 보험료 인상으로 인한 현재보다 더한 기금의 적립이 발생하여 우리나라 GDP에 근접하는 수준까지 올라간다면 경제에 미치는 부작용은 더욱 커질 수도 있다.

연금개혁의 방향과 초점은 기금의 존속이 아니라 제도의 지속성을 우선하여야 한다. 기금 수익률에만 연금개혁의 방점을 두고 소진되고 나면 연금제도는 끝이라는 불안감의 조성이 오히려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될까 염려된다. 오히려 연금개혁의 주요 주제로 사회보장체계의 지속성을 위한 국가의 역할이 고민되어야 할 지점이다. 현시점에서 연금제도에 대한 현세대의 기여가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그리고 돈을 내는 2040세대도 함께 만족할 수 있는 국민연금의 서비스도 필요하다.

연금의 수급자들에게는 직접적인 현금수급 대신 현물로 양질의 요양 서비스 제공을 한다든가 2040세대의 납부자에게는 육아서비스 지원 혹은 주택의 공급 등을 하고, 향후 연금 현금 수급을 대체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하여 실제 받는 혜택보다는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할 가치는 있지 않을까. (원종현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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