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협회는 매년 '코스닥 상장법인 경영인 현황'을 조사해 발표한다. 금년도 1천496개 코스닥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여러 가지 흥미있는 결과가 나와 있지만 제일 눈에 띄는 것은 코스닥 상장기업 최고경영자(CEO) 평균 연령이 급격히 고령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21년 CEO 평균 연령은 56.9세로 작년에 비해서는 0.6세 소폭 증가했다. 그러나 기간을 좀 더 확장해 보면 2008년 CEO 평균 연령이 50.8세에 머물렀으나 2010에는 52.4세, 2015년에는 55.1세로 매년 증가해 금년에는 2008년 대비 무려 6.1세 많아진 56.9세를 기록했다.

특히 60대 이상 CEO 비중이 크게 증가하고 있어 우리 사회 전반의 고령화 현상이 코스닥 상장기업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전체 CEO 중에서 60대 이상 CEO 비율은 2014년 22.8%에 불과했으나 이후 꾸준히 증가해 금년에는 36.7%를 기록해 작년 대비 3.8% 증가했고 2019년 27.6%와 비교하면 2년 사이에 무려 9.1%포인트나 높아졌다. 베이비붐 세대가 이미 6년 전부터 60대에 진입한 만큼 최근 2년 새 60대 이상 인구가 크게 늘어난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코스닥 CEO의 고령화를 인구학적 요인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CEO의 연령대별 분포를 보면 50대 44.5%, 60대 29.9%, 40대 16.8%, 70대 5.5%, 30대 1.9%, 80대 1.2% 순으로 집계돼 작년에 비해 60대는 3.8%포인트 증가한 반면, 50대와 40대 비율은 각각 1.5%포인트, 2.2%포인트 감소했고, 특히 미래세대를 이끌어갈 20대와 30대 CEO는 전체의 1.9%에 그쳐 CEO의 고령화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청년 벤처 기업가들의 주 활동 무대였던 코스닥시장 상장기업의 평균업력이 24년에 달하고, CEO 세 명중 한 명 이상이 60대 이상으로 창업세대의 고령화가 진행됨에 따라 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해 축적된 기술과 경영 노하우를 후대에 물려주려는 코스닥 CEO들의 고민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우리보다 일찍이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일본의 경우에도 CEO 고령화 현상을 경험했다. 일본의 경제주간지 '다이아몬드'는 2013년 당시 "일본 사회의 고령화로 기업인들이 늙어가고 있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기업인들이 후계자를 찾지 못하면서 문을 닫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고 고령의 경영자는 새로운 환경과 리스크에 대한 발 빠른 대처가 어려운 문제점까지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1970년대 고도 성장기에 대거 창업에 뛰어든 일본판 베이비부머 세대인 단카이 세대(1947년~1949년생)가 은퇴 연령에 도달했지만 회사를 물려줄 후계자를 찾지 못하면서 CEO 고령화가 일본 기업들의 최대 문제로 부각됐던 것이다. 또한 고령화 사회를 지나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상황에서 CEO 고령화는 피할 수 없지만 일본 젊은이들이 아버지 세대의 벤처 도전정신은 사라지고 편안하고 안정적인 직장만을 선호하는 것도 일본 CEO의 고령화를 부추기는 하나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우리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대목이다.

가족 간의 가업승계가 가장 원활하게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진 독일의 강소기업인 히든 챔피언(Hidden Champion) 기업들이 가업승계에 성공한 가장 큰 요인은 바로 자질을 갖춘 자녀에게 물려줬기 때문이라고 한다. 가업승계를 통해 기업의 영속성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사전준비가 잘 돼야 하는데, 이를 위해 승계 이전부터 자녀를 철저히 교육·훈련시킨다는 것이다. 자녀가 경영인의 자질과 자격을 갖추는 것만이 기업경영의 단절을 막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기업의 영속성 측면에서 효율적인 기업 승계를 위해서는 가업상속공제 사전요건 및 사후관리요건 등 현실적으로 준수가 어려운 가업승계 관련 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다. 이와 더불어 가업 승계에 대한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 가업 승계를 부의 대물림이 아니라 장수 기업의 시작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애써 키운 기업의 경영승계가 어려워 회사를 매각하거나 폐업한다면 그동안 축적된 기술과 경영 노하우 등 유·무형 자산과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코스닥 상장기업들이 기술혁신을 선도하는 장수 기업으로서 지속적인 발전을 이뤄낼 수 있도록 원활한 가업 승계를 위한 세제지원, 창업 지원 등을 통한 건강한 벤처 생태계 조성 및 차세대 CEO 교육 활성화 등의 대책 마련이 CEO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고 기업의 영속성을 유지하는 촉매제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어떤 경우에도 포기해선 안 되는 본질은 '계속기업'(Going Concern)으로서 기업의 영속성이 유지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재준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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