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길을 걷다 보면 반려동물과 산책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마트에서 쇼핑을 하거나 공항이나 터미널에서 반려동물과 같이 여행을 하는 모습도 자주 목격한다. 심지어 임대료가 비싼 목 좋은 건물 1층에 동물병원이 당당히 자리 잡고 있다. 코로나19의 발생과 저출산·고령화는 우리의 모습을 크게 변화시켜 놓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가속화된 언택트 문화와 인구구조의 변화로 인터넷·모바일 쇼핑과 배달산업, 온라인 교육, 원격 진료 등 비대면 소비문화가 확산해 '홈 이코노미'가 활성화됐다. 여가활용을 위한 음악·영화·게임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 고령화로 인한 건강수요 증가로 제약·바이오산업 뿐 아니라 군중 속에서 고독을 느끼는 현대인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반려동물 산업이 성장잠재력을 업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주도할 대표 업종으로 부상하고 있다.

국내 반려동물 인구는 작년 말 현재 약 1천448만명으로 전체가구의 29.7%를 차지하고 있다. 반려동물 산업규모도 2009년 불과 9천억원에 머물던 것이 2015년에는 1조9천억원, 작년에는 3조4천억원으로 증가한데 이어 2027년 6조원대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속화되는 1인 가구, 저출산·고령화 추세와 더불어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반려동물 양육에 대한 수요가 증가해 연관 산업의 성장세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반려동물 관련 시장 및 산업을 일컫는 '펫코노미' 시장의 성장 배경에는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 변화와 기술혁신이라는 요소가 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반려동물을 단순한 애완동물이 아닌 가족의 일원으로 인식하는 펫 휴머니제이션의 확산이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반려동물이 아이처럼 인식되면서 기존에 없던 도그 워커나 펫 시터, 펫 유치원, 펫 목욕탕, 펫 호텔, 장례서비스 등 펫 관련 신규 시장이 생겨나고, 펫 산업의 지출 영역이 단순한 리테일 영역을 벗어나 프리미엄화되고 있다. 또 의료 및 IT 영역에서의 기술혁신이 펫 케어 산업의 성장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펫 용품과 서비스에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의 첨단 기술이 결합한 펫 테크의 발전은 펫 시장의 영역을 지속적으로 발굴·개화시키는 중이다.

세계 최대 펫 케어시장인 미국은 10가구 중 무려 7가구가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다. 동물 한 마리당 연간 평균 지출비용도 작년에 980달러에서 2025년 1천292달러로, 2030년에서는 1천909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펫 보유가구가 증가하고 펫 당 지출비용의 증가 추세가 지속되면서 글로벌 펫 케어 시장규모는 작년 2천300억달러에서 2027년 3천500억달러를 기록할 전망이다. 반려동물 인구가 증가하면서 이른바 펫 케어 산업에 주목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중장기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유망 분야지만 아직 국내에는 마땅한 투자대상이 존재하지 않아 투자자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해외 반려동물 관련 주식에 투자하는 또 다른 서학개미들이 나타나지 않을까 우려된다.

지난 2011년 설립된 미국의 펫 전문 전자상거래 기업 츄이(CHWY)의 시장점유율은 27%로 아마존(34%)과 함께 양 강 구도를 이루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반려동물 산업이 주목받으면서 한때 주가가 4배 이상 급등했다. 또한 2014년 나스닥에 상장한 프레시 펫(FRPT US)은 건식사료가 대부분이었던 펫 푸드 시장에서 냉장식품으로 영역을 차별화하며 프리미엄 펫 푸드 시장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끌고 있다. 또한 펫 산업 전반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프로셰어즈 펫 케어(PAWZ)가 뉴욕증시에 상장되어 있다.

아직까지 국내 반려동물산업은 영세하고 파편화돼 보호자와 반려동물 모두에게 충분한 서비스를 제공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다. 특히 반려동물 산업을 주된 사업으로 하는 기업이 상장된 경우는 아직 없고 동물바이오 회사나 유통업체가 사업부 수준에서 취급하는 정도로 대형화와 복합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그러나 최근 국내에서도 반려동물 산업이 미래가치를 인정받아 반려동물 장례서비스에 특화한 회사가 벤처캐피탈과 방송사에서 투자를 받는 등 성장잠재력을 업고 자금을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또한 유통사와 방송사가 펫 사업 확대를 위해 손을 잡고 215억원을 투자해 커머스와 콘텐츠가 결합한 반려동물 종합 플랫폼을 구축하기로 했다. 산업의 흐름을 가장 민감하게 파악한다는 벤처캐피탈과 기업의 상장을 주관하는 증권회사 IB 관계자에 따르면 1천500만명에 이르는 반려동물 인구를 감안할 때 아직까지 반려동물 관련 상장기업이 없는 현실이 오히려 이상하다는 평가다.

반려동물 산업이 2차전지, 바이오, 정보통신, 게임 등 이른바 'BBIG' 산업, 플랫폼 기반의 전자상거래와 비대면 관련 산업에 이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우리의 미래 산업지형을 바꾸는 새로운 성장산업이 될 것이다. 사회가 변하면 산업도 기업도 변한다. 기업은 신규수요가 있는 사업에 진출하고 기존 사업에서는 철수하게 된다. 거대한 사회 변화의 흐름에 맞춰 새롭게 일어나는 산업, 그것이 바로 반려동물 산업이 아닐까 생각한다. (김재준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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