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윤구 기자 = 2000년 민영화 이후 21년 만에 포스코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기로 결정하면서 철강뿐 아니라 이차전지, 리튬·니켈, 수소, 에너지, 건축·인프라, 식량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신성장 동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다.

포스코는 그룹의 균형 있는 성장을 가속해 기업가치를 2030년까지 현재의 3배 이상으로 증대시킨다는 목표다.

포스코는 10일 이사회를 열어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와 철강사업회사인 포스코로 물적 분할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내년 1월 28일 임시주총에서 지주사 전환 안건이 통과되면 내년 3월 포스코홀딩스가 출범하게 된다.



◇ 역대 최대 실적에도 주가 하락…지주사 전환으로 재평가 시도

포스코의 지주사 전환 추진에는 철강에 치중된 포트폴리오에 대한 사업 다각화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주사를 통한 신속한 의사결정과 각 사업의 전문성 강화가 필수적이라는 판단이 영향을 미쳤다.

이와 함께 철강사업 한계로 역대급 실적에도 부진한 주가 흐름도 지주사 전환 체제 배경으로 꼽힌다.

포스코는 지난 2분기에 2조2천1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실적을 공개한 2006년 이래 분기 최대 규모 기록을 세우며 '2조원 클럽'에 처음 진입했다.

3분기 영업이익은 이보다 약 9천억원가량 더 늘어나면서 처음으로 3조원을 넘어서는 역대급 실적을 냈다.

이에 연합인포맥스가 최근 한 달간 증권사의 실적 전망치를 집계한 컨센서스에 따르면 올해 포스코 영업이익은 9조3천62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89.63%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사상 최대 실적과는 달리 주가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지난 10월 25일 3분기 실적 발표 당시 31만5천원까지 상승했던 포스코 주가는 지난달 말 26만1천원까지 하락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포스코는 미래 성장과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중장기 성장전략, 경영 지배구조 개편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했다.

포스코는 지주회사 체제 전환에 따른 그룹 신성장 사업에 대한 가치 재평가를 기대하고 있다.

철강 중심 기업이라는 인식으로 신성장 사업에 대한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지 못하고 주가가 저평가됐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그룹 사업별로 전문성을 강화하고 사업 간 시너지를 창출해 2030 중장기 전략을 달성함은 물론, 기업 정체성을 쇄신해 그룹의 지속 가능한 성장 발판을 마련하고자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추진하게 됐다.

◇ 포스코 비상장으로 운영…주주가치 훼손 방지

물적 분할 방식으로 지주사 전환이 이뤄지면서 포스코홀딩스가 그룹 지배 구조 최정점에 오른다.

자회사로는 포스코(지분율 100%), 포스코케미칼(59.72%), 포스코인터내셔널(62.91%), 포스코건설(52.80%), 포스코에너지(89.02%) 등을 두게 된다.

포스코는 물적 분할돼 지주회사가 100% 소유하며 비상장사로 남는다.

포스코뿐 아니라 향후 지주사 산하에 새롭게 설립되는 법인들 역시 상장은 지양한다는 방침이다.

주주가치 훼손을 방지하고 지주회사와 자회사 주주 간의 이해관계가 상충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철강 사업을 포함해 향후 설립될 신규 법인들 역시 비상장을 유지해 각 회사의 성장 가치가 온전히 포스코홀딩스의 주주가치로 연결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특히 철강회사의 비상장 유지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 신설 철강회사의 정관에 '제3자 배정, 일반 공모' 등 상장에 필요한 규정을 반영하지 않을 예정이다.

향후 그룹 사업을 위한 자금이 필요할 경우, 자회사 상장을 통한 자금 조달은 지양하고 지주사가 유상증자 등을 통해 주도적으로 사업을 이끌어나갈 계획이다.

지주사는 그룹 사업의 영역별 전문 인사를 보강해 균형 성장에 걸맞은 이사회를 구성하고 사외이사 비중을 확대하는 등 이사회 중심의 선진 그룹 경영을 강화할 예정이다.

포스코홀딩스는 미래 사업 포트폴리오 개발, 그룹 사업 개편 및 시너지 확보, 그룹 연구·개발(R&D) 전략 수립,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리딩의 역할을 맡게 된다.

◇ 물적 분할 모델 차별화로 기관투자자 설득

다른 대기업의 물적분할 사례인 '분할 후 상장' 모델과 다른 길을 밟으면서 포스코가 대주주인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를 설득하는 것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지난 3분기 말 기준 포스코 지분 9.75%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기존 주주는 포스코홀딩스 지분만 보유하게 되는 만큼 국민연금을 비롯해 소액주주의 동의를 구하는 것이 관건이다.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들은 주력 사업을 물적으로 나눈 뒤 상장하는 방법에 대해서 부정적이다.

기존 주주들은 지주사의 지분만 소유해 신설 분할한 사업회사를 상장하거나 사업회사 지분 일부를 매각하면 기존 주주가치가 희석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앞서 LG화학,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 물적분할 안건에 대해 반대표를 던진 바 있다.

이에 포스코그룹이 기존 주주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물적 분할을 선택하며 포스코를 비상장 신설법인으로 운영하는 것은 물론 향후 지주사 산하에 새롭게 설립되는 법인들 역시 상장은 지양한다는 방침을 내세운 이유로 분석된다.

물적 분할 후에도 '캐시카우'인 포스코의 실적이 고스란히 지주사에 반영되므로 주주가치 훼손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포스코가 전문경영인 체제라는 점도 주목을 받고 있다. 오너 회사가 아닌 만큼 주주가치 제고에 더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 7대 핵심 사업 중심으로 미래 사업 발굴

철강 사업의 경우 친환경 생산체제 기반 구축, 프리미엄 제품 판매 강화, 해외 투자 확대 등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공고히 한다.

포스코는 국내에서는 2030년까지 사회적 감축 10%를 포함해 이산화탄소 배출량 총 20% 절감을 목표로 2조원을 투자해 탄소중립 생산체제 구축에 나선다.

수소환원제철은 2030년까지 국책과제를 통해 포스코 고유의 수소환원제철 모델 HyREX(하이렉스)의 데모 플랜트를 구축하고 상용화 가능성을 검증할 예정이다.

해외에서는 2030년까지 12조원을 투자해 현재 510만t의 조강 능력을 2천310만t으로 확대하고, 영업이익률은 7%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이차전지소재 사업은 양·음극재 생산능력을 현재 약 11만5천t에서 2030년 68만t까지 확대하고, 선도 기술 확보를 통해 글로벌 톱티어로 도약한다.

이차전지소재의 원료인 리튬과 니켈 사업은 자체 보유한 광산·염호와 친환경 생산 기술을 통해 2030년까지 리튬 22만t, 니켈 14만t의 생산 능력을 갖춘다.

수소 사업은 2030년까지 10조원을 투자해 연간 매출 2조3천억원, 생산 50만t 달성을 목표로 한다. 이후 20년간 사업을 고도화해 2050년까지 연간 700만t의 수소 생산 체제를 구축해 글로벌 10 수소 공급 기업으로 자리 잡는다는 포부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LNG, 암모니아, 신재생에너지 등 수소경제와 연계한 사업을 확대하며 건축·인프라 분야는 2030년 친환경 수주액 4조3천억원 달성을 목표로, 식량사업은 2030년 매출 10조원을 목표로 세웠다.

포스코는 지주회사 체제 아래, 벤처투자를 그룹의 신사업 발굴 채널로 지속 활용하면서 유망 벤처기업을 글로벌 유니콘 기업으로 육성해 그룹의 미래 가치를 제고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누계 8천억원의 펀드 출자를 계획하고 있으며, 포스코의 출자액과 외부 벤처펀드 자금을 합한 펀드 결성 총액은 4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yg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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