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giant step)과 글로벌 정치·경제 환경의 불확실성, 그리고 우리나라의 올해 상반기 무역적자, 외국인 주식자금 유출 등으로 과거 두 차례의 위기(1997년 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만 경험했던 1,300원대의 달러-원 환율이 지속되고 있다. 추가 상승에 대한 우려와 더불어 국내 금융시장의 위기감마저 지속되자 많은 학자와 언론, 그리고 정치인들까지도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을 제안하면서 통화스와프가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만병통치약(Panacea) 같은 최고의 수단으로 회자되고 있다. 과거 두 차례의 한미 통화스와프(2008년과 2020년) 체결이 환율을 어느 정도 하락시키며 외환시장을 극적으로 안정화하는 최선의 처방인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런 시각은 통화스와프에 대한 이해가 다소 부족한 것에서 비롯된다.

중앙은행 간 통화스와프는 외환시장(Foreign Exchange market)이 아닌 외화자금시장(Money market)이나 단기스와프시장(Swap market)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외환시장은 외화(달러화)를 사고파는(exchange to buy or sell) 시장이고, 외화자금시장은 외화를 빌리고 빌려주는(borrow or lend) 시장이다. 중앙은행 간 통화스와프는 외화자금시장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며 이는 단순한 담보부 환매(collateral Re-purchase) 거래로 한국은행이 원화를 담보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로부터 달러화를 차입(borrow)하는 거래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차입된 달러화는 결코 외환시장에서 매도할 수 없고 은행들에 원화 국채를 담보로 경쟁입찰방식으로 다시 빌려줄(lend) 뿐이다. 은행들도 그 달러화를 매도할 수 없으며 만기까지 자체적으로 무역금융이나 단기스와프시장에서 활용할 수 있을 뿐이다. 차입 만기가 되면 이자와 함께 달러 원금을 상환하고 담보로 제공했던 원화 또는 국채를 되돌려 받는다.

이처럼 한미 통화스와프는 환율이 결정되는 국내외환시장에 이론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한국은행이 국내 스와프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스와프시장을 통해 외화유동성을 공급한다고 해서 현물환율(spot rate)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와 유사하게 재정거래(Arbitrage)를 목적으로 하는 외국인의 채권투자자금도 스와프 형태로 달러화가 국내에 유입되기 때문에 외환시장에는 중립적이다. 현재 연준과 상설적으로 통화스와프가 체결된 일부 주요 국가들의 통화(유로화, 엔화 등) 약세를 봐도 이런 사실이 입증된다.

다만, 중앙은행 간의 통화스와프로 외화유동성이 스와프시장에 공급돼 스와프포인트(swap points)를 상승시킴으로써 선물환율을 소폭 상승시킬 수 있다(선물환율=현물환율+스와프포인트). 이에 따라 수출업체의 선물환 매도를 몇원 또는 몇십 bps(1bp=1/100%) 유리하게 할 수 있지만, 이 또한 현물환율의 변동성에 비하면 미미하기 때문에 그렇게 영향력이 큰 달러화 매도 유인 방법도 아니다.

또 과거 연준이 상설적이든 일시적이든 주요 국가들에 통화스와프를 통해 제공했던 달러 유동성의 확대는 현재 연준의 통화정책방향과 전혀 다르다는 것이 문제다. 앞서 통화스와프는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통화완화)과 국제금융시장의 안정에 대한 필요가 일치해 체결됐다. 미국이 양적완화(QE)로 경기침체를 방지하고자 하는 상황에서는 주요국들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해 추가 통화 완화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금리 인상과 더불어 통화긴축(tightening)이 통화정책의 주요 과제인 현재 상황에서 다른 국가들을 위해 달러화를 푸는 것(easing)은 미국의 통화정책과 상반된다.

결론적으로는 한미 통화스와프는 외환시장의 안정을 위한 방안이 아니다. 지난 두 차례의 한미 통화스와프가 불안했던 국내외환시장의 심리에 어느 정도 긍정적인 역할을 했지만, 과매수(over bought) 상태에서 환율하락의 촉매 역할을 했을 뿐이다. 현재와 같이 명확한 수요 우위인 외환시장에서의 안정화 대책은 한미 통화스와프가 아니라 장기간의 경상수지 흑자와 해외자본 유입 때 축적했던 외환보유액을 '적절하게, 때로는 단호하게' 공급(매도)해 시장의 심리를 안정시키는 방법밖에는 없다. 올해 상반기에 외환보유액이 약 300억달러 감소한 것은 무역수지 적자,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등 수급의 당연한 귀결이다. 달러화 수급이 개선(무역수지 흑자 전환,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 국내 해외주식투자 감소 등)되기 전까지는 빌려주는(한미 통화스와프) 달러화가 아닌 누군가(정부나 한국은행) 팔아주는(매도개입) 달러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성희 전 JP모건체이스은행 서울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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