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에 경기침체 우려가 크다. 코로나 위기 이후 빠른 회복세를 보였던 미국 경제가 지난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연속해서 전기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며 기술적 경기침체에 빠졌다. 특히, 2분기에는 그동안 회복세를 주도했던 내수가 부진한 모습을 보여, 향후 경기에 대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여전히 8%를 상회하고 있어 가계의 실질구매력을 약화시키고 있으며, 높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정책금리도 연초대비 2.25%포인트나 올라 소비와 투자를 제약하고 있다. 내수가 위축되면 기업은 고용을 줄이게 되고, 이는 실업률 상승과 가계소득 및 소비 감소, 투자 부진이라는 순환 과정으로 경기침체를 심화한다.

유로 지역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에너지 수급 불안에도 지난 2분기 경제성장률이 전기대비 0.7%를 기록해 1분기의 0.5%를 소폭 상회했다. 그럼에도 경기침체 우려가 해소되지는 않았다. 실업자 수가 증가세로 전환한 가운데 7월에도 물가 상승폭은 더욱 확대됐고 제조업 체감경기는 이미 침체국면에 진입해 3분기 이후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중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은 전기대비 -2.6%다.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의 재확산에 따른 상하이 등 주요 도시의 봉쇄 영향으로 코로나 위기가 발생했던 2020년 1분기의 -10.5% 이후 다시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중국은 여전히 강력한 제로 코로나 정책을 실행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담보대출상환 보이콧으로 인해 부동산 경기의 하방리스크가 커진 상황이다. 중국인민은행이 8월 15일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를 인하한 것과 정부 당국자의 "올해의 경제성장률 목표치 5.5%는 지침이지 꼭 달성해야 하는 목표는 아니다"라는 언급은 향후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주식시장은 상반기의 부진에서 반등하고 있어 이러한 경기 전망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S&P500 지수는 연초대비 25% 가까이 하락했다가 최근에는 저점 대비 약 18%나 상승했다. 코스피 지수도 지난 7월 초 2,276포인트에서 250포인트나 올라 11%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반등이 지속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인플레이션과 긴축적인 금융 여건 이외에도 다른 주요한 하방리스크로 인해 시장 변동성과 경기 부진이 심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것은 지정학적 리스크다. 우선 미국 주도의 글로벌 정치·경제체제가 변하고 있다. 이미 트럼프 행정부부터 가시화된 변화로 글로벌 정치·경제체제가 미국이라는 단극체제에서 미국, 유럽, 중국 등 다극체제로 전환되고 있는데, 이는 미국의 영향력이 약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미국 주도의 경제제재에 주요국 일부가 동참하지 않는 것이 한 예시다. 또 다른 지정학적 리스크는 미국 다음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이다. 중국은 이미 낸시 펠로시 미 하원 의장의 대만 방문 전후로 미국과의 군사적 긴장 고조를 피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대만과의 지속적인 군사갈등과 남중국해에서의 영유권 분쟁 중인 중국의 변화는 글로벌 경제의 25%를 차지하는 동북아시아 경제의 하방리스크가 될 것이다.

두 번째 리스크는 미-중 갈등과 코로나 위기 이후 나타난 정치적 필요성에 따른 경제정책의 변화 등을 들 수 있다. 공급망 재편에는 해외공장의 본국 이전과 같은 리쇼어링이 주요 과제였으나, 최근에는 동맹국으로의 이전 혹은 동맹국과의 협력 강화가 강조되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일본, 대만, 한국과의 반도체 공급망 동맹, 즉 칩4가 동맹과의 협력 강화의 좋은 예이다. 또 미-중 관세 갈등과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 등에서 나타난 자국 경제이익 극대화와 경제 및 금융시스템의 정치적 활용 등도 탈세계화를 가속하고 기존의 경제시스템에 대한 신뢰성 약화 등을 유발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리스크는 궁극적으로 글로벌 경제의 효율성과 가격경쟁력을 약화하고, 교역을 제약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향후 경기에 대한 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에서 이러한 지정학적 리스크는 시장에는 변동성을 확대하는 요인인 동시에 경제에는 공급측 물가 불안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특히 지정학적 리스크로 공급망 차질과 에너지 수급 불안이 지속되면 물가 안정은 그만큼 지연되고, 주요국의 2023년 정책금리 인하 가능성도 낮아질 전망이다. 경기침체 상황에서 경기부양을 위한 완화적 통화정책으로의 전환이 어려워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지정학적 리스크의 한 축인 중국이 한국의 최대 수출시장이라는 것이다. 최근 대중국 수출 부진에도 한국 총수출의 23% 이상은 중국으로 가고 있다. 칩4와 같은 글로벌 공급망에서의 중국 배제 조치는 반도체와 같은 첨단 주력상품의 대중국 수출을 제약할 것이다. 게다가 미중 무역갈등 이후 부상한 쌍순환 정책, 즉 첨단제품 수출을 강화하는 국제 순환과 소비 확대 및 독자적인 국내 공급망을 확보하는 국내 순환을 동시에 강화하는 정책은 중국과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산 상품 수요를 위축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경제성장의 한 축을 차지하는 수출 전망이 밝지 않은 이유이다.

주요 투자기관은 2분기 연속 역성장을 한 미국 경제가 1년 이내에 경기침체에 빠질 확률을 30%로 전망하고 있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는 시계를 2년까지 확장하면 그 확률이 70%로 높아진다고 했다. 과거 한국과 미국의 경기순환을 비교해 보면 미국이 경기침체에 진입하면 한국도 약 67%의 확률로 경기침체를 경험했다. 아마도 향후 글로벌 경제와 한국 경제의 가장 큰 하방리스크는 이런 지정학적 리스크가 될 것이다. (장재철 KB국민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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