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중심으로 아파트 하락거래 비중이 높아졌다. 직방에 따르면 올해 3분기 현재 서울 아파트 하락거래 비중은 54.7%로 최근 10년 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3분기 4배나 많았던 상승거래는 1년 만에 하락거래의 절반 이하로 줄었다. 실제로 중개거래시장에서는 호가를 대폭 낮춘 급매물이 아니면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다.

다만 매도자들이 급매물을 쏟아내는 소위 '패닉셀' 우려는 아직 크지 않아 보인다. 아파트 거래량 자체가 크게 감소해 하락 거래량 역시 줄었고, 온라인상에서 집계되는 아파트 매물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매도자들 또한 관망 속에 대기하며 매도 호가를 유지하는 모습이고, 급매물이 아니면 거래가 어렵다 보니 차라리 매물을 회수하거나 전월세로 내놓는 경우가 늘었다. 3분기 들어 아파트 매물은 줄고 전월세 매물은 증가하는 모습이다. 거래량 역시 매매는 줄고 전월세, 특히 월세 거래량의 증가 추세가 나타나는 상황이다.

하지만 단기간 아파트 가격 상승 폭이 워낙 가팔랐던 탓에 급등지역을 중심으로 가격 낙폭이 큰 급매물 하락거래 신고가 늘고 있다. 수도권 급등지역에서부터 서울 부도심과 상급지역까지 서서히 확산하는 양상도 엿보인다. 하락 거래량 자체는 총량적으로 감소했고 중개거래시장에서 매도자들의 투매 현상이 나타난 것도 아니나 아파트 거래금액을 기준으로 낙폭이 크다 보니 심리적 파급력은 작지 않다.

서울 강남권 등지의 고가아파트나 상급지역, 수도권 급등지역에서 낙폭이 큰 하락거래가 늘어나면 아파트 시장 참여자에게도 심리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아직 매도자들의 아파트 보유 의지와 상당한 시중 유동성에 따른 관망기조가 확인되고 지표상으로도 소폭 하락하는 조정구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나 고금리나 경기침체 우려 등 불안 요인과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대외여건상 심리 영향에 따라 이후 아파트 가격조정 속도가 빨라지고 낙폭이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추석 전까지 서울 상급지의 하락거래 실태를 주시해야 하는 이유다.

◇ 부동산정책 변동성이 불확실성을 높일까

정부 정책의 변동성이 아파트시장 참여자들에게 주는 불확실한 시그널도 유의할 부분이다. 지난 대선공약에서부터 제시됐던 주요 정책들의 입법변수 우려가 커지고, 일부 폐기 가능성까지 최근 제기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수도권 1기 신도시 정비사업 지연 우려를 들 수 있다. 정부는 첫 번째 주택공급대책 발표에서 수도권 1기 신도시의 마스터플랜을 2024년까지 수립한다고 했다. 공약에서 제시한 1기 신도시 재정비 특별법 제정이나 인수위원회 시절 연내 약속했던 마스터플랜 수립이 지연되면서 1기 신도시 재건축 활성화 가능성과 그 시기가 도마 위에 올랐다.

마스터플랜 수립 자체가 지연돼 재건축 활성화가 한동안 어렵다는 전망에 따라 해당 지역 거주민의 반발 움직임이 예상되고, 재건축 기대로 새정부 출범 이후 가격이 올랐던 1기 신도시 아파트 단지에서는 반대로 가격하락 매물이 출시됐다. 분당, 평촌, 일산 등 1기 신도시 아파트 시세는 지표상 하락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종부세 혼선 이슈도 제기됐다. 종부세 부담 완화를 담은 세법 개정안의 입법 과정이 지연되면서 올해 대상인 납세자의 혼란과 행정력 낭비 우려가 제기된 상황이다. 특히 연내 적용으로 발표된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개정사항들이 혼란을 빚고 있다. 올해만 한시적으로 적용하기로 한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공제금액 14억원 한도 적용과 일시적 2주택, 상속주택, 지방 저가주택 등을 주택 수 합산에서 배제하는 특례 등이 오는 12월 납부 과정에서 원활하게 적용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연말 원활한 행정처리를 위해 국세청이 제시한 데드라인을 넘을 때까지 입법 과정이 진행되지 못해 일단 9월 과세특례 신고 안내 과정부터 우려가 제기됐다. 오는 12월 종부세 납부 기간과 11월 정기고지 스케줄 등을 고려할 때 최소한 그전까지 입법이 가능할지가 관건이다.

대외적인 경기 변동성이 여전히 큰 상황에서 정책의 변동성이 커지고 예측하기가 어려워지면서 시장 변수가 늘어나는 모양새다. 다양한 변수에 따른 시장참여자들의 대응 실태를 면밀히 분석해 정책에 반영하는 한편 세밀한 정책추진과 이행으로 불확실성은 최대한 제거해야 한다. 주택시장의 흐름에 대한 예측이 어느 정도 가능해져야 수요자들도 투자전략을 수정하고 내 집 마련 계획을 실행에 옮길 수 있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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