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11월 2일(현지시각) 정책금리 상한을 4.0%로 인상했다. 올해에만 네 번째 '자이언트 스텝', 즉 0.75%포인트 인상이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한 가운데 기대인플레이션도 재차 상승한 결과다. 게다가 정책금리 결정에 또 다른 주요 고려 사항인 노동시장 또한 호조를 지속했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 폭은 시장 예상과 다르지 않았다.

이번 결정에서 시장은 향후 통화정책 기조 변화도 기대했다. 연준은 정책금리를 올해 3월부터 11월까지 350bp, 즉 3.5%포인트나 올렸다. 특히 지난 9월에는 세 번째 '자이언트 스텝'으로 정책금리가 3.00~3.25%로 올라서며 중립금리인 2.5%를 넘어 긴축구간으로 진입했다. 중립금리는 잠재성장률 수준에서 물가상승 압력이 높지 않은 수준의 금리다. 정책금리가 중립금리를 상회한다는 것은 조만간 경기가 둔화하고, 물가 압력은 약화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에 따라 시장은 연준이 올해 12월 회의에서 정책금리를 '빅 스텝', 즉 0.5%포인트로 인상 폭을 축소하는 속도 조절을 예상한다.

11월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런 점을 고려해 12월의 정책금리 인상 폭 조절을 시사했으나, 궁극적인 수준(ultimate level) 금리는 이전보다 높아질 수 있다고 했다. 이는 시장에서 기대했던 통화정책 피봇팅(pivoting)에 부응하는 한편, 정책금리의 궁극적인 수준이 이전의 예상보다 높아질 가능성을 제시함으로써 시장의 정책 기조 변화 기대의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이었다고 볼 수 있다. 이 부분에서 주목할 점은 이제까지 주로 사용해 왔던 '최종금리'(terminal rate)가 아니라 최후 의미가 큰 '궁극적인 금리' 수준이라는 표현이다.

사후적인 측면에서는 정책금리 인상 사이클에서 최종이나 최후의 금리 수준은 같다. 그러나 정책금리를 인상하는 과정에서는 이 두 표현이 시사하는 바가 다를 수 있다. 연준의 이번 정책금리 사이클에서는 금리가 최종금리에 가급적으로 빨리 도달한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통화정책의 기조적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최종금리 도달 시점을 2023년 1분기 중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11월 통화정책 회의 이후에 새로이 표현된 '궁극적인 금리'는 최종금리의 도달 시점이 유동적일 수 있다는, 즉 2023년 1분기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도 나타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는 연준이 예상하는 이번 정책금리 인상 사이클이 당초 전망보다 길어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큰 변화다.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사이클이 길어질 수 있는 배경으로 다음의 두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다. 첫 번째 경우는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높은 수준에서 지속되는 경우다. 지난 9월 이후 정책금리 수준이 긴축영역에 진입해 수요측 물가 압력을 완화하거나 둔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그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현재 인플레이션 압력을 공급측과 수요측 요인으로 구분하면, 수요측 요인이 30%로 공급측 요인인 50%를 크게 밑돌기 때문이다. 최근 자동차 생산, 물류 등과 관련한 공급망 차질이 개선되는 모습이나, 국제 유가의 재상승 등으로 공급측 불안 요인은 여전하다. 이는 정책금리의 추가 인상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두 번째 경우는 연준의 피봇팅으로 통화정책 긴축 정도가 완화되며 경기침체 우려가 약화하고 기대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피봇팅이 주식이나 부동산 등 자산 가치를 증가시키거나 하락 정도를 제약할 경우, 그동안의 정책금리 인상으로 기대했던 긴축정책의 효과가 약화할 수 있다. 이 또한 추가적인 정책금리 인상을 유발해 궁극적인 금리, 혹은 최종금리 수준을 예상보다 더 높이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금리 인상 사이클 연장과 관련해 가장 우려되는 상황은 연준이 정책금리 인상을 멈췄다가 재개하는 경우다. 예를 들면, 2023년 1분기까지 정책금리를 인상한 후 한동안 동결했다가 3분기나 그 이후에 인상을 재개하는 것이다. 이러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은 이번에 예상되는 경기침체의 정도가 그리 심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그만큼 수요측 경기둔화나 노동시장 충격이 크지 않을 수 있다. 기대인플레이션이 안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임금 상승은 물가 압력을 높일 것이다.

이와 같은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 사이클 연장은 미국의 높은 금리와 달러 강세, 그리고 경기침체 심화에 대한 우려가 지속됨을 의미한다. 2023년의 경제 상황이 올해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그 결과는 자산시장 부진, 유동성 부족과 신용리스크 확대, 신흥시장국의 소버린 리스크 현실화 등으로 나타날 것이다. 연준이 선택한 '궁극적 금리' 수준의 표현으로 2023년의 모습이 더 분명해지는 것 같다.

(장재철 KB국민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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