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S라는 금융상품은 이자율스와프(Interest Rate Swap)를 지칭한다. 변동금리와 고정금리를 교환하는 이자율 파생상품의 기본상품 중 하나다. 이러한 IRS라는 용어에는 경기순환의 심오한 뜻이 내포되어 있는 것 같다. 인플레이션(Inflation·물가 상승), 리세션(Recession·경기 침체), 그리고 스태빌리티(Stability·안정). 마치 주역에서의 핵심 사상인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고 통하면 오래간다)와 같이 인플레이션이 오면 리세션이 오고, 리세션은 결국 안정을 찾아간다는 의미 아닐까. 누가 뭐라 해도 2022년은 몇십 년 동안 겪어보지 못했던 혹독한 'I'(인플레이션)의 시간이었다면, 다가오는 2023년은 순리에 따르는 변화된 형태의 'R'(리세션)이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에 다가오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올해 초 많은 이들이 중앙은행들의 적극적인 금리 인상을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토록 큰 변동성과 가격의 질주 본능은 예견할 수 없었다. '영끌투자'라는 신조어까지 만든 주식시장과 가상화폐시장의 붕괴, 정책금리의 기록적 인상과 시장금리의 폭등, 기관사 잃은 열차 같은 위기 수준의 환율 폭등, 금융기관들의 유동성 확보 경쟁, 신용경색과 회사채·공사채의 가산금리(credit spread) 폭등, 그리고 사기만 하면 오를 것 같았던 부동산의 급락 등 비관적인 현상만 난무했던 2022년 금융시장이었다. 시장경제에서의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은 그칠 줄 모르던 탐욕에 칼과 창을 마음껏 휘두르는 폭군의 손이 되어 공포의 주체가 되었다. 인플레이션이라는 '자이언트'의 등장에 실물경제는 위축되고 투자자는 아우성쳤으며 각 국가는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이라는 사명 아래 각자도생의 살벌한 현실에 직면했다. 특히 미국의 독자도생이 빛났던 한해였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내놨고, 주변국을 의식하지 않고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했다. 수입 물가 안정을 위해 달러 초강세도 묵인했다. 이 모든 것은 근본적으로 과거 양적완화(QE)라는 기상천외한 통화팽창정책과 이에 따른 자산가격 버블에 대한 '돈의 반격(Money's counterattack)'이 곧 인플레이션이라는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렇다면 2023년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전망(outlook)이나 예측(forecast)보다는 변화에 대한 리스크가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이제는 많은 기관이 경기 침체(recession)나 1%대 또는 마이너스까지의 경제 저성장을 이야기한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처방이자 결과인 당연한 수순이지만 경기 침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금융시장에 어떤 리스크로 다가올지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왜냐하면 과거 몇십 년 동안 겪지 못했던 인플레이션과 마찬가지로, 인플레이션 후의 '고금리 속 경기 침체'도 단순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에서의 반응은 상반되게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

경기 침체는 단기적으로 중앙은행들의 정책금리 인상 기대를 멈추게 하고 금리 인하까지 기대하게 해 지금까지 민감하게 반응했던 금융시장에서 자산의 새로운 랠리(주식상승, 금리하락·채권가격상승)를 유발할 수 있다. 또 올해 진행된 미국 달러화의 글로벌 초강세가 제자리를 찾는 흐름이 가속화될 수 있다. 너무나 다행스러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경기 침체는 기업의 수지 악화와 그에 따른 투자 및 고용 부진, 소비약화, 수출감소, 그리고 공급요인으로 인한 고물가 상황에서의 재정정책 제약 등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의미한다. 이는 중장기적으로 실물경제가 큰 리스크를 안고 있음을 내포하기 때문에 또 다른 금융시장의 버블이 생길 수 있다. 똑같은 경기침체라는 경제 현상에 기업(실물경제)은 위축되며 두려워하고, 투자자(금융시장)는 반기며 기뻐하는 상반된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주어진 퍼즐을 맞추는 것은 단순히 시간과 인내의 문제이지만(2023년 상반기), 새로운 퍼즐 조각이 나타나서 어디에 맞춰야 할지 당황하는 상황(2023년 하반기)이 다가오는 2023년 한해가 아닐까 상상해본다. 2023년에도 '존재가 사유를 앞선다'는 실존철학같이 '생각보다는 반응'이 여전히 중요하고 '살아남는 자가 웃는다'는 투자 철칙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모두 한해 너무나 힘들었지만 새해에는 더욱 멋진 베팅과 존재의 결실이 있기를 바란다.

(이성희 전 JP모건체이스은행 서울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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