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요국 물가상승률이 시장 예상치를 밑돌면서 그동안의 물가에 대한 불안이 많이 완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로 많은 나라에서 소비자물가의 전년 대비 상승세가 지난해 하반기를 고점으로 점차 둔화하고 있으며, 전월 대비로도 하락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향후 물가는 전월 대비 하락세를 지속하는 디플레이션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주장의 배경은 코로나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공급망 차질의 완화, 유럽의 예년보다 따뜻한 날씨로 인한 에너지 가격 하락 등으로 상품가격에 하락 압력이 발생한 데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취업자 수 증가와 실업률 하락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임금 상승 폭이 예상을 하회하며 둔화하자 임금 상승에 따른 물가의 가속적 상승에 대한 우려가 약화한 것도 또 다른 주요한 배경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유로 지역의 물가는 여전히 전년보다 각각 6%와 9%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양적완화에도 장기간 디플레이션으로 고민이 깊었던 일본의 최근 물가상승률은 4%로 1991년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할 정도로 높아졌다.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지난해 12월 두 달 연속 전년 대비 5%의 상승세를 보였다. 주목할 것은 이들 국가의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의 준거로 삼는 물가안정목표가 2%라는 점이다. 해당 국가들의 물가 상승세가 최근에 둔화했지만 여전히 목표 수준인 2%를 넘는 점은 추가적인 정책금리 인상 가능성이나 긴축적 통화정책 유지 등이 예상되는 이유이다.

중앙은행들이 이미 긴축적 구간에 들어온 정책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경우, 둔화세를 보이는 소비와 투자를 더 위축시킴으로써 경기둔화를 가속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시장은 이 같은 정책적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으로 정책금리를 추가로 인상하지 않고 동결하거나, 물가안정목표를 2%보다 상향 조정하여 추가적인 통화정책의 긴축 필요성을 줄이는 것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해서 1월 초 미국에서 열렸던 전미경제학회에서도 물가안정목표 2%의 상향 조정에 대한 논쟁이 있었다. 특히 컬럼비아대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는 현재 6%대의 인플레이션을 2%대로 낮추는 과정에서의 가계와 기업의 피해를 우려하며 물가안정목표의 상향을 주장했다. 실제로 컨설팅기업인 RSM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5%대 중반인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상승률을 2%까지를 낮추기 위해서는 일자리가 530만 개 감소하고 실업률은 6.7%까지 올라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물가안정목표를 3%로 상향하면 일자리 수 감소와 실업률 상승은 각각 170만 개와 4.6%에 그친다며 스티글리츠 교수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결과를 제시했다.

이러한 물가안정목표 2%의 수정 요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이코노미스트를 지냈던 올리비에 블랑샤르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 연준의 물가안정목표를 4%로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도 2021년부터 물가안정목표를 2%에서 3~4%로 상향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해왔다. 이러한 주장의 배경은 1990년대 초 뉴질랜드 중앙은행에서 시작한 물가안정목표 2%에 대한 학문적 배경이 견고하지 않다는 점과 물가지수는 실제보다 물가를 더 높게 평가하는 상향 편향성으로 인해 2% 목표는 실제로 거의 0%의 물가상승률일 수 있다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물가의 상향 편향성 문제는 물가하락 압력이 커질 때 생각보다 빠르게 디플레이션이 심화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더 높은 물가안정목표를 요구한다.

게다가 물가안정목표를 상향하면 정책금리를 더 유연하게 운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물가안정목표가 높으면 기대인플레이션이 높아져 정책금리 및 시장금리가 높아지고, 경기침체기에 금리 인하 폭의 확대나 기간을 연장할 수 있으며, 그만큼 통화정책을 제약하는 제로금리로의 도달 시점이 늦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당장 물가안정목표 2%를 포기하고 상향할 가능성은 다음의 세 가지 이유에서 크지 않을 전망이다. 첫째, 통화정책의 신뢰성 문제이다. 물가가 높아졌다고 물가안정목표를 높이게 되면 고물가 때마다 상향 조정에 대한 기대를 높일 것이라는 점이다. 즉,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통화정책의 신뢰성 훼손은 기대인플레이션을 안정시키지 못할 것이라는 두 번째 문제를 초래한다. 세 번째는 물가안정목표 상향은 장기적으로 이전보다 높은 인플레이션이 고착한다는 것이다. 이는 화폐가치의 하락, 즉 실질 구매력의 약화로 나타나 저소득자나 은퇴한 고령 인구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점들 때문에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인 제임스 불러드는 물가안정목표 상향을 '나쁜 생각이자 위험한 개념'이라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가안정목표의 상향 조정에 대한 요구는 앞으로도 빈번하게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앞에서도 지적했지만, 현재의 전망으로는 물가안정목표 2%를 달성하기까지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며, 그 과정에서 민간부문의 경제적 손실을 줄이려는 정책 대안을 찾으려는 노력을 지속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고령화와 지정학적 리스크 등은 글로벌 경제의 생산능력을 제약할 것이며, 녹색 전환에 대한 기술개발과 투자 확대는 생산비용의 증가를 유발해 이전보다 높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장재철 KB국민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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