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지난주 국내 정유업체 4사가 에너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대규모 난방비 지원책을 쏟아냈다.

에쓰오일 주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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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에너지 150억원, 현대오일뱅크와 GS칼텍스 각각 100억원, 에쓰오일 10억원 등 총 360억원 규모다.

난방비가 천정부지로 튀어 오르며 서민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정치권을 의식한 정유업계의 선제 대응이란 분석이 뒤따른다.

지난해 막대한 이익을 거머쥔 정유업계에 '횡재세'를 거둬 국민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자 이를 막기 위해 정유업계가 꺼내든 고육지책이라는 해석이다.

지원책이 속속 발표될 당시 정유사들 사이에선 기부 규모와 발표 시점에 대해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였다는 후문이다.

이런 가운데 에쓰오일 지원금이 10억원에 그친 이유에 물음표가 붙었다.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서라면 적어도 다른 정유사와 비슷한 규모인 100억~150억원 정도를 발표해야 하지만, 3사 평균의 10%가 채 되지 않는 수준에 그친 것이다.

이에 기부금을 내고도 오히려 비난받는 상황이 연출됐다.

에쓰오일이 10억원을 기부한다는 기사 댓글 창에는 '작년 수조원을 벌어들이고 푼돈 10억원 내면서 생색낸다', '국민들 피 빨아 먹고 10억 기부?' 등의 조롱하는 글들이 달리기도 했다.

작년에만 영업이익 3조4천억원을 거둔 에쓰오일의 덩치에 맞지 않는다는 평가다.

최근 불붙은 횡재세 논란에 대응책을 마련하기까지, 나머지 정유 3사는 결정권을 가진 윗선에 직통 보고하고 자금 집행을 승인받을 수 있는 구조다. 경영진들이 발 빠르게 난방비 지원책 마련해 대응한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에쓰오일은 경쟁사들과 달리 자금 집행을 위해 한 단계를 더 거쳐야 한다. 에쓰오일의 지분 약 63%를 보유한 대주주 '아람코'다.

에쓰오일이 아람코의 승인을 받고 1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사용하기 위해선 최소한 1~2개월가량이 소요될 것이라고 한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에쓰오일이 아람코의 승인 없이 즉각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최대 금액이 1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다른 정유사들이 100억원을 턱턱 내놓는 상황에 에쓰오일도 답답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에쓰오일은 난방비 지원에 대해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겠다는 방침이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내부 절차를 통해 지원금을 꾸준히 늘려나갈 예정이다"라고 밝혔다.(기업금융부 박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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