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쌍둥이 적자는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을 때 생기는 무역수지 적자와 정부의 세금 수입보다 재정지출이 더 많을 때 생기는 재정수지 적자가 동시에 발생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쌍둥이 적자의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정부에서 미국 경제의 고질적인 병폐로 꼽혔던 무역적자와 재정적자 현상이 있다.

최근 한국 경제에서도 쌍둥이 적자가 현실화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전일 발간한 '월간 재정동향'에 따르면 올해 2월까지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에서 국민연금 등 4대 보장성 기금을 제외해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나타내는 관리재정수지가 벌써 30조9천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1~2월 총수입이 90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조1천억원이나 감소한 탓이다. 부동산·주식시장 침체 등으로 양도소득세가 전년비 4조1천억원 줄고 증권거래세 수입도 8천억원 감소했기 때문이다.





재정수지 적자와 함께 무역수지 적자 현상도 한층 심화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3월 수출입 동향을 보면 지난달 무역수지 적자는 46억2천만달러에 달한다. 작년 3월부터 벌써 13개월째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수출이 급감한 상황에서 원유 등 에너지 수입단가가 크게 상승한 탓이다. 반도체 업황이 호전되거나 국제원유 가격이 크게 떨어지지 않으면 무역수지 흑자 반전이 어렵다는 의미다. 외환시장 수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상수지도 1월에 이어 2월에도 적자를 기록했다. 경상수지 적자가 1월 42억달러에서 2월 5억달러로 감소했으나,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2개월연속으로 적자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12년 이후 11년 만이다.





쌍둥이 적자가 장기화하면 한국 경제에는 상당한 충격이 발생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미국은 기축통화국이란 장점으로 무역수지 적자에도 버틸 수 있었으나 한국처럼 기축통화국이 아닌 경우에는 신인도 하락이나 외환시장 불안 등으로 확산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더욱이 재정적자를 보전하고자 적자국채를 발행할 경우 시장금리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실제로 심상치 않다는 위기감을 자극할 수도 있다. 수출로 먹고사는 대한민국에서 무역흑자와 건전한 재정 여건은 그동안 한국 경제의 탄탄한 펀더멘털을 대표했던 두 축으로 상징됐기 때문이다.

쌍둥이 적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재정규율을 확립하고 불필요한 지출을 자제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선거를 의식한 무차별적인 재정 살포와 특정 계층의 감세를 위한 무리한 정책추진은 재정 여건을 악화시키는 주범이다. 또 재정 운영의 투명성과 함께 책임성을 높이는 과제도 중요하다. 남유럽 재정위기는 부채에 의존한 재정은 지속될 수 없고 언젠가는 빚을 갚아야 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나아가 재정적자가 이어지고 국가채무가 늘어나면, 정작 필요할 때 재정을 통해 경기부양에 나서기 어렵고 성장동력 확충에 필요한 재정수요에 제대로 대응하기 힘들어진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더욱이 한국은 재정적으로 저출산ㆍ고령화라는 앞으로 해결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도 어쩌면 가장 쉬우면서 반발이 적은 감세만 고집할 게 아니라 사회구성원들이 이해할 수 있는 세입 기반 확충정책을 게을리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취재보도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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