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지난해 7월에 전년 동월대비로 6.3%까지 치솟았던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 5월에는 3.3%까지 낮아지는 등 고물가 현상이 다소나마 진정되는 기미이다. 다음주 발표되는 6월 소비자물가는 21개월 만에 2%대로 진입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해 급등했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따른 기저효과와 커진 시점에 달러-원 환율의 하락 안정, 국제유가의 안정세 등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덕분이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 추이



추경호 부총리가 지난 18일 KBS 방송에서 "물가가 전반적인 수준에서 서서히 안정을 찾고 있다. 이번 달이나 다음 달에는 2%대 물가에 진입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힌 데 이어 윤석열 대통령도 27일 국무회의에서 "어려운 경제 여건하에서도 물가 상승률이 최근 많이 둔화하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 등 주요국에서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반적으로 하향 안정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한때 전년 동월대비 9.1%를 기록했던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올해 5월에는 4.0%까지 낮아졌다.

그러나 최근 소비자물가 하락만으로 하반기까지 물가 안정을 확신하기에는 복병이 적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무엇보다 최근에 나타나고 있는 소비자물가 하락 안정세는 국제유가와 석유류 가격의 하락에 따른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유가는 작년 6월과 7월에 급등한 이후 8월부터 크게 하락했다. 반대로 올해 8월부터는 기저효과로 물가 상승률이 다시 높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


두바이유 현물가격 추이



명목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낮아지고 있음에도, 세계적으로 농산물 및 석유류 등을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크게 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서비스물가의 하방경직성이 그만큼 강하다는 의미로,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현상이 예상했던 것보다 장기화할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명목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7월 6.3%에서 올해 5월 3.3%까지 무려 3.0%포인트(P) 하락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우리나라 근원물가는 3.9%로 거의 변화가 없다.





이러한 현상은 주요 선진국에서도 비슷하다. 미국에서도 명목 소비자물가가 지난해 6월 9.1%에서 올해 5월 4.0%로 5.1%P 떨어졌으나, 같은 기간 근원물가는 5.9%에서 5.3%로 0.6%P 하락에 그쳤다. 이렇다 보니 세계적으로 근원물가 상승률이 명목 소비자물가를 웃도는 현상이 나타나고 영국을 비롯한 일부 유로존 국가에는 근원물가는 물론 아직도 명목 소비자물가도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대한 뜻을 굽히지 않는 것도 근원물가의 하락을 확신하기 어려운 탓이다. 한국은행도 "우리나라 근원물가의 향후 경로와 관련해선 상방리스크가 적지 않은 상황"이라며 "목표 수준(2.0%)을 웃도는 물가 오름세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근원 물가의 상방리스크에 유의하면서 물가 여건 변화 및 영향을 주의 깊게 점검해야 한다"고 했다.

사실 물가는 물건들의 값을 지수화한 것이다. 물건값이 화폐로 매겨진다는 점에서 물가는 돈의 가치의 다른 이름이며, 물가를 낮춘다는 것은 돈의 가치를 높인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이런저런 이유로 대출을 통해서 시중에 돈의 양을 늘리고 금리도 낮춰야 한다는 금융정책이 병행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화폐 가치의 핵심인 금리를 낮추면서, 물가를 잡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당분간은 최근 소비자물가 하락에 방심하기보다는 하반기 글로벌 경제와 통화정책에 최대변수인 소비자물가 하락의 지속성 및 근원물가의 안정성 여부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취재보도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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