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의 향방에 대한 문의가 많아졌다. 정책금리를 공격적으로 인상했던 미국과 유로 지역에서 우려했던 경기침체는 아직인 반면, 중국 경제는 정책금리 인하와 부동산 관련 규제 완화에도 전망이 그리 밝지 않기 때문이다. 연초 전망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다. 한편 국제유가는 브렌트유 기준으로 최근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섰다. 인플레이션 재가속에 대한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시장은 선진국 중앙은행이 올해 안에 정책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두고 있다. 미국 국채 금리는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목표 수준을 크게 상회하고, 경제성장률은 잠재성장률을 상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유가와 고금리는 향후 경기에 부정적인 요인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달러까지 강세를 보여 신흥시장국은 '고유가', '고금리', '강달러'의 소위 '3고(3高)'에 처해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요국 경제의 2023년과 2024년 전망, 2025년까지의 중기적 전망을 통해 글로벌 경제의 향방에 대한 답을 찾아 보도록 하자.

우선 미국 경제는 2023년 3분기에도 전기 대비 연율로 2%를 상회하는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다. 뉴욕 연준은 3분기 경제성장률이 2.25%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애틀랜타 연준은 이보다 두 배나 높은 5.6% 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이러한 호조는 예상을 상회하는 일자리 수 증가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정부 정책에 의한 설비투자 및 관련 건설투자 증가를 배경으로 한다. 그러나 4분기 이후의 성장세 둔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S&P 글로벌의 제조업과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에 따르면 이러한 성장세 둔화는 이미 진행되고 있다. 제조업 지수는 지난해 4분기부터 기준치 50을 하회하고 있으며, 지난 8월에도 47.9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서비스업 지수는 올해 5월 54.9까지 상승한 이후 8월의 50.5까지 3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2024년 말까지 지속,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2023년 2.3%에서 2024년 1.5%로 둔화할 전망이다. 일자리 증가가 축소되고 높은 금리 부담이 경기회복을 제약하기 때문이다. 최근까지 일자리 수 증가는 시장 예상을 상회했으나, 증가 폭 자체는 축소되고 있었다. 지난 8월의 일자리 수 증가는 18만 개를 넘었으나, 이전 3개월의 평균 일자리 수 증가는 15만 개로 상반기의 26만 개 증가나 코로나 이전의 평균적인 증가치인 19만 개를 크게 밑돌았다. 또한, 국제유가 상승과 4%대의 임금 상승률은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연준의 정책금리 추가 인상이나, 높은 수준의 정책금리를 2024년 상반기까지 유지하게 하는 요인이다. 다만 현재의 전망으로는 2024년 하반기 인플레이션은 2%대 중반으로 하락할 것으로 보여, 연준은 빠르면 2분기부터 정책금리를 선제적으로 인하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인플레이션이 둔화하는 만큼 정책금리 인하를 통해 실질금리 부담을 낮추어 경기회복에 기여할 필요 때문이다.

미국의 2024년 하반기 경기가 정책금리 인하 등으로 다소 개선된다고 하더라도 경기는 장기 추세를 하회할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인 추세를 제거한 경기사이클은 2023년 3분기 고점 이후 2024년 말까지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연준이 정책금리 인하를 시작하는 2024년 2분기부터는 소위 산출물 갭, 즉 실제 GDP와 잠재 GDP의 차이가 마이너스로 전환할 전망이다. 엘니뇨와 지정학적 위험 등 여러 물가 불안 요인이 있지만, 다른 조건이 일정할 때, 이와 같은 마이너스 산출물 갭은 2024년 하반기에 물가하락 압력을 키우는 요인이 될 것이다.

유로 지역도 2024년 상반기까지 전기 대비 성장세 약화가 지속하면서 2023년과 2024년 경제성장률이 2년 연속 1%를 하회하는 부진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중앙은행(ECB)은 5%를 상회하는 인플레이션 지속으로 지난 7월 정책금리를 25bp 인상했다. 9월 회의에서도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으나, 추가 인상이 있다면 미 연준과 마찬가지로 4분기에 단행될 것으로 본다. 한편, 중국 경제의 성장세 둔화는 지속될 전망이다. 계속되는 내수 부진에도 중국 정부는 지방정부나 가계 부문의 부채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는 대규모 경기부양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과 유로 지역의 경기사이클이 2024년에도 하강할 것으로 보여, 중국의 수출이 경제성장을 주도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중국경제는 2023년과 2024년에 각각 5.0%, 4.6%의 성장이 예상된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023년 1.3%에서 2024년에는 2.1%로 성장 폭을 키우며 미국이나 중국 등 주요국과는 차별화되는 모습이 예상된다. 2023년은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기가 크게 위축되면서 경제성장을 제약했었다. 그러나 4분기부터는 반도체 경기가 개선되고 조선과 무선통신기기 등의 호조로 수출의 성장 기여도 상승이 예상된다. 또한, 인플레이션과 정책금리 수준이 주요 선진국보다 상대적으로 낮아 소비 등 내수 부문의 위축도 크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글로벌 경제성장률이 2023년의 2.9%에서 2024년에는 2.4% 둔화할 것으로 보여 한국의 수출과 설비투자 등에는 하방 리스크로 작용할 전망이다.

중기적 시계에서 보면, 글로벌 경제는 성장률은 둔화하고 인플레이션은 높아지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이 예상된다. 2023~2025년의 글로벌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2.7%로 코로나 위기 이전의 5년(2015년~2019년) 연평균 성장률 3.0%보다 0.3%포인트 낮아질 전망이다. 이는 신흥시장국 성장률이 중국의 성장세 약화로 코로나 이전의 5.3%에서 4.2%로 하락한 데 따른 것이다. 선진국의 경우, 코로나 이전과 이후 기간에서 연평균 성장률이 1.7%로 같게 유지될 전망이다. 한편 2023~2025년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연평균 2.8%로 코로나 이전 5년 평균인 1.8%를 크게 상회할 전망이다. 이러한 인플레이션 상승은 선진국 인플레이션이 코로나 이전의 1.1%에서 3.0%로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반면 신흥시장국 인플레이션은 코로나 이전의 2.9%에 2.6%로 둔화하는데, 이는 중국 인플레이션이 코로나 이전에는 2.2%에서 이후에는 1.6%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제의 이러한 전망은 다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글로벌 경기는 2023년 3분기 고점 이후 2024년 말까지 하강세를 보일 것이며, 둘째 중기적 시계에서 선진국은 코로나 이전보다 높은 인플레이션이 예상됨에 따라 정책금리가 높은 수준에서 더 오래 유지되고, 셋째 신흥시장국은 상대적으로 부진한 경제성장과 낮은 물가 압력으로 선진국보다 완화적 통화정책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망의 결과는 선진국 통화의 강세를 시사한다. 특히 미국 경제의 성장 모멘텀이 유로 지역이나 일본보다 강하다는 점에서 달러 강세가 두드러질 전망이다. 한편, 신흥시장국들은 성장세가 약화한 가운데 내외금리차와 자국 통화 약세 등으로 자본유출 리스크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중기적 시계에서는 신흥시장국 금융 상황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장재철 KB국민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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