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대단했던 여름이었다. 지난 여름은 전 세계의 평균기온이 지구 역사상 가장 고온이었다고 한다. 가을이 시작되면서 다시 여름으로 돌아가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지구 온난화로 모를 일이다. 그러나 북미 대륙에서는 늦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기 직전에 나타나는 이상고온 현상인 '인디언 서머'가 자주 나타난다.

이제 4분기를 맞이하며 올해의 성과를 점검하면서 내년도 수익률을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 자금 운용 담당자의 고민이 깊어진다. 물론 자본시장을 예측하는 것에 한계가 있으므로 내년도 시장 상황을 정확히 예상하고 준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내년에 전개되는 시장 상황에 대한 판단은 틀릴 각오를 하고라도 해보아야 한다.

내년도 시장의 주요 이슈가 다양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 인플레이션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목표 수준으로 안정화될 것인지 여부라고 생각한다. 자본시장에 영향을 주는 변수들이 다수 있지만 가장 공통적으로 작용하는 것이 금리다. 이것이 시장에 있는 대부분의 자산 가격을 결정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미 연준이 정책금리를 결정할 때 인플레이션은 가장 중요한 고려 요인이다.

인플레이션을 측정할 때 나라마다 상이한 방법을 사용한다. 세부적인 내용은 모르더라도 주요국의 특성을 파악해 두면 매우 유용한 지식이 된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에 포함되는 항목 중에 중요한 두 가지는 특히 상당한 시차를 갖고 반영되므로 상당히 주의하여 분석을 해야한다. 바로 이러한 특성 때문에 통화 당국도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여 정책에 반영하는 데 애로를 겪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주거 비용과 의료비용 항목이다.

첫째, 주거 비용은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산정할 때 가중치가 가장 높아 매우 신중하게 해석해야 한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주거비는 실제 미국 주택가격을 약 5분기 정도 후행한다. 아마도 이러한 시차를 오판하여 미 연준이 지난해 뒤늦게 정책금리 인상을 서둘러 단행했던 사실을 기억할 것이다. 미국의 주택가격은 지난해 정책금리 인상으로 하락하기 시작하였고 시차를 두고 주거비는 최근 들어 인플레이션 주요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문제는 지난해 하락하던 미국 주택가격이 과거의 정책금리 인상 사이클과 달리 연초 이후 다시 상승세를 보이는 점이다. 이는 시차를 두고 향후 인플레이션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정책금리를 인상하면 차입비용 증가로 주택수요가 감소하여 주택가격이 하락한다. 그러나 올해 들어 의외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유는 시장 공급이 수요에 비해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주택구입용 모기지 금리의 상승으로 기존 소유자들이 매도 후 신규 구입할 경우 감당해야하는 금리 부담이 급증하여 매도 물량이 감소했다. 또한 견조한 고용환경, 신규 가구 구성 증가, 이민자 증가 등으로 수요는 비교적 탄탄한 상황이다.

둘째, 의료비용은 주거 비용에 이어 인플레이션을 산정할 때 가중치가 높은 항목이다. 이 항목은 현재의 의료비 지출로 직접 산출되지 않고, 사후적으로 의료보험사의 수익에 따라 간접적으로 산출된다. 문제는 약 1년의 시차를 가지고 있어, 현재의 의료 관련 가격수준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 코로나 이후 의료비 지출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했다가 정상화되면서 인플레이션 하락 요인으로 그동안 큰 역할을 했다. 이제부터는 오히려 완만한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들어 미 연준이 시장의 기대만큼 완화적이지 않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장금리가 상승하고 주식시장은 조정을 보였다. 물론 지난해에 비해 인플레이션이 안정화되고 있는 추이는 분명하지만, 언급한 두 요인의 시차 특성이 내년에 어떻게 나타나는지 투자자는 매우 면밀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아직 완전히 안심하기에는 인플레이션이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닐 수 있다'라는 사실 때문이다.

(장동헌 법무법인 율촌 고문/ 전 행정공제회 최고투자책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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