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나라 일본은 지리적으로 가까워 한국인이 가장 많이 여행하는 나라지만 잘 모르는 것이 많은 나라다. 한편 한국과 유사한 점도 많아 향후 한국의 미래를 예측할 때 참고하기에 좋은 선행지표이기도 하다. 일본은 지난 30년간 전 세계적으로 저성장 국가에서 어떤 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살아있는 사례였다. 우리는 그것을 지켜보면서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참고하곤 했다.

최근 일본에 전 세계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러한 반전의 열쇠는 바로 자본시장에서 자산운용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개선하여 국가의 성장동력을 찾으려는 국가경영 전략이 효과를 나타내기 시작한 데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지난 30년간 개혁이 실패한 경우도 많아 아직 성급한 결론은 시기상조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일본은 다양한 분야에서 일관된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어서 어느 때보다 보다 성공 가능성은 높다고 생각한다.

일본이 저성장을 극복하기 위한 정책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아베노믹스'다. 이 정책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지만, 필자가 만난 일본 전문가는 일본 자본시장의 디스카운트(할인) 요소를 제거함으로써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아 그 성과를 일본 국민에게 배분하여 편안한 노후생활을 마련하는 데 있다고 하였다. 최근 기시다 정부는 보다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경제주체 중 가장 건전한 개인 부문의 풍부한 금융자산을 활용하여 국가 발전을 추진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올해 들어 동경증권거래소는 PBR(주가순자산비율)이 1배 이하인 상장기업은 저평가 이유를 주주에게 설명하고, 개선대책 발표를 하도록 요구했다. 기시다 정부는 가계 저축을 투자로 유도하기 위해 각종 세제 혜택이 있는 상품 제공, 대체투자 상품 판매 활성화 등을 통해 약 5조달러에 달하는 자산운용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촉진하는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고 있다. 경제계는 각종 첨단산업에서 투자를 활성화하여 잃어버린 30년을 만회하려고 움직이고 있다. 마치 일본은 지금이 우리 세대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일관된 방향으로 다양한 부문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일본 증시는 1980년대 말 사상 최고치에 근접하는 호황기를 맞고 있다. 이는 국내외 투자자들로부터 증시의 고질적인 할인 요소가 제거되었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는 일본이 지난 20년 이상 꾸준히 추진해온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노력의 결과물이다. 일본의 사례는 한국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고 생각한다. 한국 증시도 지난 10년 이상 기업지배구조개선을 위한 노력을 해왔다. 일부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었으나 아직 국내외 투자자들의 평가는 미흡하다는 시각이 강하다. 아직도 전 세계에서 가장 지속적으로 저평가된 시장 중 하나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진행형이다.

일본처럼 한국도 노령화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발전하여 연금 문제는 국가경영의 중요한 과제이다. 연금 개혁은 세대 간 견해차 등 다양한 이해관계를 극복해야 한다. 그러나 가장 쉬운 해결 방법이 있다. 한국증시가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아 국민의 은퇴 준비금 마련에 기여하는 것이다. 전 국민의 노후 안전판인 국민연금은 총자산의 약 15%인 150조원을 한국증시에 장기투자하고 있다. 향후 자산규모의 증가에 따라 투자 규모는 증가할 것이 자명하다. 이것만이라도 우리가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는다면 연금의 고갈 시점을 연장할 수 있다. 기금투자수익률을 연간 1%P(포인트) 증가시키면 기금의 고갈 시점을 2044년에서 2060년으로 연장시킬 수 있다. 따라서 연금 개혁의 해법을 구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된다.

만일 한국증시를 영원한 저평가 시장으로 방치한다면 우리의 연금 개혁은 성공할 가능성이 더욱 줄어든다. 물론 기업지배구조 개선은 매우 어려운 장기적인 이슈로 남아 있지만 지금이 전 세계 투자자들의 재평가를 받을 수 있는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이 국가경영의 중요한 난제를 자산운용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최적 시점이다. 자산운용을 통한 연금 개혁은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장동헌 법무법인 율촌 고문/ 전 행정공제회 최고투자책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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