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우리 엄마는 화를 내지만 연준은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을 봅니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는 종종 공식 석상에서 이렇게 말했다.

굴스비 총재의 어머니는 그가 이렇게 말하면 "왜 에너지 가격과 식품 가격을 빼, 그게 물가인데" 하면서 화를 낸다고 한다.

정선영

 


그는 "연준은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아니라 개인소비지출(PCE) 인플레이션을 본다"며 그 중에서도 에너지와 식품 가격을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을 본다고 강조했다. 연준은 변동성이 많은 두 카테고리를 제외하고, 추세를 보는데 근원 PCE 지표를 활용하고 있다.

미국 CPI와 PCE 물가지수는 약간 차이를 보이고 있다.

지난주에 발표된 미국 1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1% 올랐고, 근원 CPI는 3.9% 상승했다.

1월 CPI 숫자가 꽤 견조하게 나온 데다 2%대로 진입하지 못하면서 시장은 다시 인플레이션 반등 우려에 휩싸였다.

미 연준이 보는 PCE 인플레이션은 아직 1월 수치가 발표되지는 않았으나 지난해 12월에 한차례 2%대로 낮아졌다. 12월 근원 PCE 가격지수는 전년동월대비 2.9% 올랐다. 근원 PCE 물가지수가 3%를 밑돈 것은 2021년 초반 이후 처음이었다.

12월 헤드라인 PCE 가격지수는 전년동월대비 2.6% 상승했다.

굴스비 총재는 1개월 수치가 올랐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월별 수치를 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3개월, 6개월, 12개월로 보면 인플레이션이 내려오는 것이 분명해진다"며 "6~7개월 연속 인플레이션은 목표치에 매우 가까워져 있다"고 말했다.

연준 당국자들은 인플레이션을 구성하는 항목 중 상품, 서비스, 주택 지표를 살피고 있다. 하지만 지난 1월 CPI에서 주택 인플레이션 지표가 너무 높게 나온 점은 풀어야 할 문제로 남았다.

그럼에도 연준은 올해 여름쯤이면 2%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의 글로벌 비영리 싱크탱크 조직인 컨퍼런스보드는 지난 8일 뉴욕에서 미국내 외신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브리핑을 개최하고 미 연준이 올해 여름이면 2%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에릭 룬드 컨퍼런스보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잠재적으로 3분기 말이나 3분기 초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6월쯤에 금리인하가 시작될 것"이라며 올해 안에 125bp, 내년에 125bp 금리인하를 예상했다.

일단 연준이 금리 인하를 시작하면 중단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룬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말했다.

올해 경기 침체는 없을 것이며, 고용시장이 냉각되겠지만 실업률은 올해 후반에 4~4.2% 정도로 오를 것으로 그는 내다봤다.



미국이 인플레이션 목표 2%를 달성한 이후에는 어떻게 될까.

연준의 금리인하는 인플레이션이 2%가 되기 전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금리인하가 시작되고 인플레이션 2% 목표가 달성되면 그 이후 연준의 고민은 '어디까지 금리를 내릴 수 있을 것인가'로 넘어가게 된다.

룬드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가 둔화되고, 인플레이션이 계속 2% 밑으로 하락하면 결국에는 연방기금 금리가 2.62%, 2.7%까지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후반에 일어날 미 연준의 금리인하는 경기 부양보다 정상화에 가까운 행보라 할 수 있다.

팬데믹 이후의 이례적인 인플레이션 급등기를 보내면서 공격적인 금리인상으로 대응했던 부분을 되돌리는 작업이다.

컨퍼런스보드는 과거보다 높아진 중립 금리 수준을 고려할 때 금리 인하 끝에 도달할 레벨은 이전보다 높을 수 있다고 봤다.

다나 피터슨 컨퍼런스보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팬데믹이 발생하기 전에 15년 정도는 명목 금리가 1.5% 수준이었다"며 "2%를 빼면 실질 금리는 마이너스로 꽤 낮았다"고 짚었다.

그는 "만약 물가에 상승 압력을 가할 만한 구조적인 변화가 있다면 금리를 더 높게 유지해야 할 것"이라며 "금융위기와 팬데믹 사이의 15년간 봤던 금리 수준보다는 아마 더 높을 것이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컨퍼런스보드는 에너지 전환, 인구 통계학적 문제, 지정학적 이슈, 글로벌 공급망 변화 등을 인플레이션 요인으로 꼽았다. 이에 '지속 가능한 2%대 인플레이션'을 달성하기 위한 금리 수준을 고민해야 할 것으로 봤다.

특히 지정학적 리스크는 연준 당국자들이 신경 쓰는 외부 충격이기도 하다. 다 된 밥(소프트랜딩)에 재를 뿌리는 이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연준 당국자들은 2023년은 미국 실업률이 3.7% 정도를 유지하면서도 인플레이션 하락폭이 50년 만에 가장 컸던 '좋은 해(Good year)'였다고 평가했다. 물론 굴스비 총재의 어머니는 어떻게 좋은 해냐고, 아직도 비용이 많이 든다고 지적한다고 한다.

흥미로운 점은 연준이 금리를 2년에 걸쳐 250bp 가까이 인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경기가 크게 나빠져서 인하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경기 침체를 예상하면서도 소비를 줄이지 않는 미국 사람들과 식을 줄 모르는 주택시장을 보면 인플레이션 2% 도달이 잘 그려지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올해 안에는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연준의 전망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연준이 앞으로 금리를 얼마나 인하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은 인플레이션과 금리 수준의 '뉴노멀(새로운 표준)'에 대한 고민이 될 수도 있다. (정선영 뉴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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