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건물 사진
연합인포맥스

 


(뉴욕=연합인포맥스) "허드슨야드나 원 밴더빌트, 럭셔리 빌딩은 잘되고 있어요. 하지만 뉴욕시에는 업그레이드되지 않은 오래된 건물이 많습니다. 사람들이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의 주택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오르게 됩니다"

마크 노먼 뉴욕대학교(NYU) SPS Schack 부동산 연구소 부학장은 뉴욕 외신기자센터(Foreign Press Center) 브리핑에서 맨해튼의 부동산 시장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팬데믹 이후 부글부글 끓어오른 맨해튼의 부동산 시장이 식을 기미가 없다. 맨해튼 부동산 문제의 시작과 끝은 '공급 부족'에 있다. 공급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부동산 가격은 내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뉴욕 맨해튼 지역의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전문가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마크 노먼 뉴욕대학교(NYU) SPS Schack 부동산 연구소 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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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경제 지표 이면에 숨은 주택시장 위기

노먼 교수는 미국 경제 상황이 매우 좋은 가운데 인플레이션이 완화한 것처럼 보여 많은 사람들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상대적으로 빠르게 인하할 것이라고 보지만, 아직 역풍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이 바로 주택시장에 집중하고 싶은 이유 중 하나라고 했다.

노먼 교수는 "여전히 인플레이션의 영향이 지속되고 있다"며 잘 나가는 미국 경제의 이면에 숨어있는 주택시장의 위기를 지적했다.

연준의 급격한 금리인상은 모기지 금리를 두 배 이상 올렸다. 물품 구입이나 건축, 대출 비용도 더 비싸졌다. 주택 소유자뿐 아니라 건축업자나 개발업자(디벨로퍼들)도 금리 상승의 고충을 겪었고, 이것은 바로 공급 감소로 이어졌다.

노먼 교수에 따르면 미국 가구의 60~65%는 주택을 보유하고 있고 대부분 30년 만기 모기지를 쓰고 있다.

이 주택 보유자들 중 90%는 금리가 오르기 전에 고정 금리로 모기지를 지불하고 있다. 이사하려고 새로운 모기지를 받으면 이전의 3%대 모기지에서 7% 이상의 금리로 이자를 내야 한다. 같은 가격으로 더 큰 집을 살 수도 없으며, 매달 내야 하는 금액은 더 높아져 이사를 못하는 상황이다. 건축업자들은 인건비, 재료비, 대출 금리가 오르면서 신축을 꺼리게 됐다.

그렇게 주택 공급은 부족해졌고 수요 우위의 시장이 되면서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

문제는 이런 부동산 가격 상승이 임대 시장에도 압력을 가했다는 점이다. 부동산을 구매할 수 없는 사람들은 임대 시장으로 향했다. 주택 임대료는 해마다 올랐다.

뉴욕의 고소득층은 더 높은 금액의 월세를 내고 집을 빌리고, 심지어 집을 사는 대신 빌리게 됐다. 이전에 70만~90만달러의 집을 갖고 있던 사람들이 이제 월 6천~8천달러 짜리 아파트 월세를 선택하고 있다고 노먼 교수는 설명했다.

월세를 택하는 고소득층이 많아지면서 주택 임대료는 이제 평균적인 뉴요커가 감당할 수 있는 금액보다 훨씬 올랐다. 이렇게 되니 저소득층 임차인들은 더 많은 압박을 받게 됐다.

노먼 교수는 "뉴욕시의 공실률이 1.4%로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이 됐다"며 "추가적으로 집이 없는(homelessness) 사람의 비율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그는 홈리스니스(노숙자)는 실제 거리에 살고 있는 사람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이사할 주택을 찾을 수 없는 사람을 의미하기도 한다며 이런 사람들이 배로 증가할 수 있다고 봤다.

노먼 교수는 "우리가 보지 못하는 일종의 숨은 주택 위기"라고 말했다.


◇ 웬만해선 뉴요커 되기 힘들다…"살 수 있는 집이 부족해요"

요즘 뉴욕 부동산, 디스카운트는 거의 찾아볼 수 어렵다고 한다.

"맨해튼 부동산의 가장 큰 문제는 새로 지어진 매물이 많이 없다는 겁니다. 3월말, 4월부터 계속 매물이 풀리는 시즌인데 좋은 매물은 제 가격을 받고, 없어서 못 팔 정도지만 좋지 않은 매물은 저조합니다"

뉴욕, 맨해튼 부동산을 주로 중개하는 여인제 리얼터는 이같이 말했다.

지난 팬데믹 때 너무 렌트가 안 나가서 3~4개월 월세를 공짜로 빌려줬던 뉴욕 임대인들은 팬데믹이 끝나자 몰려드는 수요에 일제히 월세를 올렸다. 팬데믹 직후 임대 수요가 한창 집중될 때는 렌트 공고를 올리자마자 이메일수가 다다닥 실시간으로 올라갔다고 그는 말했다.

여 리얼터는 지금은 맨해튼 시장이 그 정도는 아니지만 누그러질 기미는 없다고 말했다.

뉴욕에서는 집을 얻으려면 연봉이 렌트의 40배 정도여야 한다는 암묵적인 룰이 있다고 한다. 집주인들이 임차인의 소득이 충분하지 않으면 렌트를 꺼리기 때문이다.

2019년에 뉴욕주의 법이 임차인에 유리하도록 개정되면서 집주인들이 크레딧 체크에 더 엄격해졌다고 한다.

여 리얼터는 뉴욕의 주택 공급이 2007년 금융위기 때 한차례 무너진 후 팬데믹 때 또 줄어들면서 크게 부족해졌다고 설명했다.

뉴욕시에서 주택 건설을 지원하던 421-a라는 법안이 만료된 영향도 컸다.

이는 디벨로퍼들이 주거용 건물을 지을 때 약 20% 이상 유닛을 저렴한 주택으로 배정하면 10년에서 30년 동안 세금을 감면해주던 법안이다.

노먼 교수는 "인플레이션과 이자율이 높고, 토지 비용도 높고, 공급이 낮을 때 이런 일이 일어났다"며 잘못된 시기에 세금 혜택이 상실돼 뉴욕에서 주택 생산이 거의 중단됐다고 지적했다.

주거용 빌딩을 짓는 비용이 크게 높아졌는데 세금 혜택도 끊기자 공급은 메말랐다.

여 리얼터는 "건축을 하는데 따른 대출을 9~10% 금리로 받아야 하는데 비용도 높아졌고, 세금 지원 프로그램이 끝나면서 가뜩이나 땅값이 비싼 뉴욕시티에서 굳이 건물을 지을 인센티브가 없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해법 못 찾으면 주택 인플레 완화 어려워

이런 부동산 시장의 퍼즐은 주택 공급 문제에서 끝나지 않는다.

주택 인플레이션이 견조하게 이어져 미 연준의 금리인하 시점을 늦출 수도 있고, 은행권의 이슈로 번질 수도 있다.

노먼 교수는 올해 주택 인플레이션이 하락하지 않을 것으로 봤다. 그는 "가격이 하락할 만큼 주택 공급이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뉴욕시의 경우 공급 업체를 다시 확보하려 하고 있지만 상황이 쉽지는 않다.

주택 건설에 드는 비용이 높아지면서 또 다시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주택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되는 또 다른 이유다.

노먼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새 주택을 지을 때 한 채당 약 60만달러(약 7억9천950만원)가 드는데 이를 뉴욕에 사는 사람들이 감당할 수 있는 임대료로 제공하려면 정부의 인센티브가 필요하게 된다.

뉴욕에서 상업 지역에 있는 호텔이나 사무실 건물을 주거용으로 전환하는 움직임도 있다.

노먼 교수는 이런 전환은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고 봤다. 그는 "뉴욕 사무실의 공실률은 19% 정도"라며 "주거용 건물로 바꾸더라도 비용은 새 건물을 짓는 것만큼 비싸다"고 말했다.

새로 주거용으로 전환한 도심지의 건물은 결국 고급 임대를 목표로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부동산 문제는 은행 이슈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임대료 안정화를 위해 임대료를 규제한 다가구 건물의 경우 집주인들이 임대를 하지 않고 비워두는 상황을 유발하기도 했다.

최근 뉴욕커뮤니티뱅크의 경우 임대료 규제 포트폴리오에 따른 다가구 대출로 추가 준비금을 쌓으면서 금융시장에서 부실 의혹의 화살을 맞았다.

노먼 교수는 일부 멀티 패밀리 건물의 소유자들은 은행에 열쇠를 돌려주기도 하는데 이렇게 되면 은행의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중간 규모의 커뮤니티은행이 뉴욕의 다가구 건물과 사무실 건물에 많은 대출을 해줬고, 앞으로 몇 년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날지 매우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선영 뉴욕 특파원)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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