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IS서 글로벌 기업들 'AI·에너지 기술' 경쟁 치열

(라스베이거스=연합인포맥스) 정선영 특파원 = "오븐에는 카메라가 내장돼 있어 요리 과정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습니다. 휴대폰의 ThinQ 앱을 통해 접속할 수 있습니다"
"요리 과정을 타임랩스 영상으로 만들 수도 있어요. 1시간짜리 요리를 5초, 10초, 20초의 멋진 비디오로 바꾸는 것을 상상해 보세요"
LG전자 시그니처 키친 스위스 쿠킹쇼
정선영 뉴욕특파원

 


닉 리치 LG전자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셰프와 오스틴 강 셰프가 27일(현지시간) 라스베이거스 KBIS 쿠킹쇼에서 오븐의 추가 기능들을 소개했다.

최고급 프리미엄 가전에 똑똑한 추가 기능을 더하는 것은 필수가 됐다.

이제 요리만 하는 오븐, 냉장, 냉동만 하는 냉장고로는 승부할 수 없다. 소비자들은 그 이상의 것을 원하기 때문이다.

올해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KBIS에서는 미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글로벌 가전 기업들의 소리 없는 전쟁이 펼쳐졌다.

기업들은 미국 내 건축업자들을 대상으로 인공지능(AI)과 에너지 기술을 접목한 고급 가전들을 앞다퉈 소개했다.

일부 기업들은 예약된 빌더들을 대상으로 제품을 공개하거나 경쟁사 출입을 제한하는 등 제한된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쿡탑, 오븐, 냉장고, 와인셀러..유행하는 스타일이나 구조 등이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럭셔리 가전의 차별화를 만들어내는 기술 경쟁은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LG-MS, GE-구글 클라우드, 가전-테크기업 협업 활발

세계적인 가전 기업들은 너도나도 럭셔리 가전에 새로운 기술력을 접목해 소개했다.

AI는 글로벌 가전 트렌드의 대세가 됐다. 이에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의 협력도 필수가 됐다.

"스마트홈 인공지능(AI) 에이전트가 시끄러운 전시장 환경에서도 정확하게 고객의 음성을 구별하고 다양한 억양이나 발음, 구어체적 표현까지도 파악하도록 지원합니다"

LG전자는 2024 KBIS(The Kitchen & Bath Industry Show)에서 스마트홈 AI 에이전트가 고객과 보다 원활하게 소통하도록 마이크로소프트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이같이 설명했다.

두 회사는 이번 전시의 데모 시연을 통해 마이크로소프트의 음성인식 및 음성합성 기술 기반의 '애저 AI 스피치 서비스(Azure AI Speech Service)', 생성형 인공지능을 구현하는 '애저 오픈AI(Azure OpenAI)' 등을 스마트홈 AI 에이전트에 적용했다.

공감 AI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홈 AI에이전트를 통해 궁극적으로 가사노동이 없는, 집안일 없는 집을 만들어 삶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 LG전자가 추구하는 방향이다.

귀여운 애완동물 같은 외모의 'Q9'은 LG전자가 개발한 만능 가사 생활 도우미 로봇이다.

이 로봇은 아직 공식적으로 이름을 짓지 않은 상태지만 종료된 세탁물 케어나 요리법 제시, 튜터 등 다양한 기능을 할 수 있다.

미국 가전에서 톱 클래스를 차지하고 있는 GE어플라이언스는 최근 구글 클라우드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자체 스마트홈 플랫폼인 'SmartHQ' 앱을 통해 소비자에게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한다.

구글 클라우드(Google Cloud)의 생성형 AI 플랫폼인 Vertex AI를 GE의 SmartHQ 앱에 통합했다.

생성형 AI를 활용해 냉장고에 있는 재료로 어떤 음식을 만들 수 있는지 레시피를 제공하거나, 가전제품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결 방법을 알려준다.

또 SmartHQ 앱을 통해 액세스할 수 있는 대화형 AI 기능을 활용해 사용자가 연결된 기기에 대해 질문이 있을 때 질문을 하면 답변도 받을 수 있다.

중국 메이디의 해외 브랜드인 미디아(Midea)의 경우 자체 스마트홈 플랫폼 'Smart Home'을 내세웠다.

이 플랫폼은 세탁기의 코스를 인식하고 가장 적합한 건조 프로그램을 알려준다.

새로 개발된 에너지 대시보드는 집에 연결된 모든 장치의 에너지 사용량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사용량 추세에 따른 에너지 절약 팁도 알려준다.


LG전자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출처: LG전자

 


◇요리·설거지도 달라보이는 수억원대 고급 키친

기술력과 고급스러운 디자인이 합쳐지면서 럭셔리한 주방은 점점 더 진화했다.

가구까지 풀 패키지로 주방을 꾸미면 1억~2억대 비용이 들어가는 이른바 초 프리미엄 제품들은 참가자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LG전자의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를 비롯해 GE 모노그램, 바이킹, 밀레과 같은 고급 가전들이 KBIS에서 빛을 발했다.

금빛 스테인리스와 가죽 손잡이로 된 냉장고, 똑똑 노크하면 열리는 식기세척기, 조명이 원하는 대로 바뀌는 와인셀러 등 다양한 제품들이 절제된 듯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하이 엔드 가전 레벨에는 못 미치지만 럭셔리한 '가질 수 있는 명품'(attainable Luxury)을 지향하는 제품들도 주목을 받았다.

중국계 가전회사인 ZLINE의 경우 키친 앤드 배스의 컨셉을 아예 이렇게 내세웠다.

귀엽고 상큼한 디자인으로 인기를 모으는 이탈리아 가전브랜드 스메그(SMEG)는 돌체앤가바나, 디즈니와의 콜라보레이션 제품들을 전면에 배치했다. 이와 함께 최고급 주방 가전도 함께 전시하며 소비자층을 확대하기 위한 행보를 보였다.

SMEG 관계자는 "스메그는 니치한 취향이 반영된 제품으로 알려져 있지만 일상에서 사용하기에 좋은 제품들도 내놓고 있다"며 "최고급보다 한단계 낮은 어테이너블 럭셔리 레벨의 제품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히트펌프·단열 기술 등 에너지 효율 모색

에너지 효율 기술도 미국 가전 전쟁에서 빼놓을 수 없는 무기가 됐다.

LG전자는 인버터 히트펌프 냉난방기 및 온수기로 북미 주거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세탁기의 경우 '히트펌프' 기술을 적용해 건조 기능을 높였다. 이를 통해 히터 방식인 기존 전기 건조기의 에너지 스타 표준보다 에너지 효율이 50% 정도 더 높아졌다.

미국은 이르면 올 2분기부터 탄소를 저감하는 히트펌프 기술이 적용된 가전과 냉난방기 등을 구입하면 세금 공제나 보조금 지원과 같은 혜택을 주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에 화석연료 사용과 탄소배출을 줄이는 전기화(electrification) 및 친환경 트렌드와 수요가 커지고 있다.

LG전자 자체 추정에 따르면 미국의 주거 전기화 시장은 현재 약 100억 달러(13조3천100억원) 규모다. 매년 15% 이상의 성장이 예상된다.

최근 LG전자는 혹한에서도 고성능을 내는 히트펌프 제품을 연구 개발하기 위해 美 알래스카에 'LG 알래스카 히트펌프연구소(LG Advanced Cold Climate Heat Pump Laboratory)'를 신설한 바 있다.

앞으로도 글로벌 R&D 조직을 지속 확대해 탈탄소와 전기화에 대응하는 차별화된 제품을 개발하며 사업 경쟁력을 키울 방침이다.

LG전자는 또 미국 환경청이 고효율 제품에 부여하는 '에너지 스타(Energy star)' 인증을 획득한 히트펌프 건조기, 고효율 인덕션 쿡탑, 히트펌프 냉난방 시스템 등 주택에 필요한 전기화 제품 풀라인업을 갖췄다. 전기화에 대응하는 제품의 모델 수도 지난해 대비 5배 이상 늘려 시장 공략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GE는 스마트홈 기업인 서반트(SAVANT)와 협력해 에너지 절감 시스템을 소개했다. 지붕 위에 설치한 태양광으로 에너지를 생성하고, 저장해 정전일 때도 저장된 에너지로 집에서 필요한 전력을 소화한다. 전기차를 충전하는 장면도 연출해서 보여줬다.

독일 기업인 밀레는 에너지, 친환경을 강조하면서 지난 30년간 식기세척기의 물 사용량 85%가 줄었고, 냉장고는 퍼펙트 프레시 액티브(PerfectFresh Active) 기능을 통해 음식 낭비량의 50%를 줄였다고 설명했다.

미국 기업인 월풀은 에너지 효율 높이는 단열 기술 '슬림테크'를 내걸었다. 월풀은 올해 초 CES 2024에서 북미 시장 냉장고 최초 진공 단열 구조(VIS) 기술인 슬림테크(SlimTech) 단열재를 선보인 바 있다.

단열 기술을 사용하면 냉장고 자체의 문이나 측면 내부에 진공 밀봉돼 더 조용한 냉장과 문 여는 부분의 온도 변화를 줄여 신선도를 높일 수 있다.

LG 관계자는 "LG 씽큐, GE SMART HQ 등 제품과의 연결 구현, 제품 기능 조작을 원격으로, 에너지는 효율적으로 관리 가능하게 하는 스마트홈으로의 방향성을 보여줬다"고 이번 전시를 평가했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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