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남경 기자 = 보험사는 부동산과 인프라 등 대체투자 시장에서 유동성공급자(LP)로 활약하는 큰 손이다. 대체투자는 보험계약부채와 투자 자산의 만기 매칭을 통해 듀레이션 갭을 줄여야 하는 보험사의 입장에서 매력적인 투자 대상으로 꼽혀왔다. 하지만 코로나19와 급격한 금리 상승기를 거치면서 대체투자를 바라보는 보험사의 분위기도 변하고 있다.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보험사는 부동산과 인프라 등 대체투자 비중을 지속해서 축소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보험업계가 대체투자를 주목한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다. 지속적인 저금리 시대가 이어지면서 보험사가 주로 취급하는 국채와 회사채 등 전통자산의 기대수익률이 낮은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보험 가입자의 보험료를 받아 장기간 운용해야 하는 보험사에게 부동산 등 대체투자는 자산부채종합관리(ALM)와 기대수익률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투자 대상이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국내 금융사의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잔액은 56조4천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보험사는 31조9천억원을 투자했다. 국내 금융업권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부채의 만기가 긴 보험사의 입장에서 대체투자는 부채와 자산의 듀레이션 갭을 줄이는 데 유용하다"며 "채권에 비해 기대수익률이 높았다는 점도 보험사가 대체투자를 적극적으로 취급한 이유"라고 말했다.

다만 보험업계에선 금리 상승기를 거치면서 대체투자의 인기가 식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간 적극적으로 진행한 대체투자 자산에서 속속 문제가 발생했을 뿐만 아니라 수익률 측면에서도 안전자산(채권)에 투자하기 가장 좋은 시기가 찾아왔다는 설명이다.

지난 2010년대 후반 증권사가 해외에서 투자 자산을 들여와 판매하는 '셀다운 비즈니스'로 인해 보험사의 대체투자는 절정을 맞았다. 보험사와 연기금, 공제회 등 안정적인 전통자산에 투자해 오던 기관들은 대체투자 비중을 확대했다.

하지만 이렇게 진행한 투자 자산들에서 문제가 발견되고 있다. 해외 부동산 자산의 가격이 급락하면서 주로 중순위 대출을 진행한 보험사의 자산 회수가 점차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에선 증권사 등 판매사에 의존했던 그간의 투자 방식이 적절치 않았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판매사가 '중순위'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지금 뒤돌아보니 사실상 에쿼티였던 자산들이 꽤 있다"며 "국내 기관들은 사실상 대체투자 업력이 해외 기관에 비해 아주 짧고 정보가 부족하다. 판매사를 믿고 투자한 자산들이 망가지면서 현재 대체투자를 확대할 유인이 없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또 "현재 금리 상황은 채권에 투자하기 가장 좋은 시기다"며 "새롭게 투자를 검토하는 대체투자 자산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보험업계에 새로 도입된 회계제도(IFRS17)와 지급여력제도(K-ICS·킥스) 등도 대체투자 인기를 시들게 하는 원인이다. 킥스에선 대체투자 자산의 리스크 반영 비율이 과거보다 높아졌다. 또 IFRS17 상에서 안정적인 보험영업수익을 위해 보험사가 투자자산의 변동성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하는 만큼 대체투자의 인기가 시들어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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