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필중 기자 = 올해 자산운용업계에도 새바람이 불고 있다. 오랜 기간 지휘봉을 잡던 대표들이 속속 교체되는 등 운용사마다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6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사장은 최근 대표직 사임 의사를 밝혔다. 그는 일선에서 물러나 고문직을 맡아 신영운용 전반을 보조하게 된다.

허 사장은 "신영자산운용 상임고문으로 계속 재직할 것"이라면서 "물러나도 회사 펀드 운용 전략이나 이런 부분은 크게 바뀌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1996년 신영투자신탁운용 창립 멤버로 펀드매니저 업무를 시작한 허 사장은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의장과 함께 '가치투자 1세대 매니저'로 명성을 떨쳤다. 20년 넘게 가치주 및 배당주 투자 원칙을 지킨 그는 '신영마라톤', '신영밸류고배당' 펀드 등의 대표 펀드를 키워왔다. 신영운용이 '가치주 펀드' 명가로 거듭나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신영운용 전에도 변화의 조짐은 있었다.

작년 말 KB금융은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를 열어 김영성 KB자산운용 연금·유가증권부문 전무를 KB운용 대표 후보로 추천해 이현승 전 대표 체제는 막을 내렸다.

이현승 전 대표는 SK증권, 코람코자산운용, 현대자산운용에서 대표직을 수행한 뒤, 2018년 KB운용 각자대표 직에 올랐다.

2021년부터는 단독 대표 체제가 되면서 KB운용의 운용 자산(AUM) 규모를 키웠다. 2018년 52조 원에서 작년 말 기준 137조 원까지 성장했을 정도다. 주식 및 채권 등 보험사 자산을 이관받은 게 크지만, 대체투자 등에서도 자산을 늘려 외연을 넓혔다.

이와 달리 김영성 대표가 주목한 부분은 상장지수펀드(ETF)와 연금시장이다.

김 대표는 신년사를 통해 "퇴직연금 시장 확대에 걸맞은 상품 개발과 판매에 주력하는 한편 펀드 개발 시에도 ETF와 공모펀드를 동시에 출시해 시너지를 도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글로벌운용본부장으로서 타깃데이트펀드(TDF) 등 각종 연금 사업을 준비했던 경험과 강점을 살리는 한편, ETF 시장 경쟁력 역시 놓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DB자산운용도 12년 만에 대표를 교체했다.

지난달 말 오재환 DB자산운용 전 대표는 대표 자리에서 물러난다는 뜻을 밝혔다. 그 빈자리는 작년 말 DB운용의 LDI(부채연계투자) 부문을 맡게 된 온 정경수 대표가 채우게 된다.

오 대표는 1988년 쌍용투자증권 애널리스트로 입사한 뒤, 세이에셋자산운용, 우리자산운용 등 셀·바이 사이드를 넘나들며 업력을 쌓았다.

연초 DB운용은 그룹 보험사 자산을 이관받아 덩치를 키웠다. 채권 등 총 27조 원의 자산을 이관받아 현재 AUM 42조 원의 운용사로 거듭났다.

대표 교체라는 강수를 두는 만큼 운용업계 경쟁은 이전보다 치열해질 전망이다.

자산운용사 한 대표는 "장수 대표는 이제 옛말이다. 실적과 수익을 두고 운용업계 전반적으로 고민이 커지고 있다"면서 "세대교체가 된다는 것은 그 신호 중 하나"라고 말했다.

여의도 전경, 여의도 증권가 모습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일대, 증권가 모습. 2021.9.27 [촬영 류효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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