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남경 기자 = 금융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시장의 반응은 미온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에 출회된 PF 사업장은 늘어나는 추세지만, 높은 가격으로 인해 매각이 번번이 실패하는 모습이다.

1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용산 업무복합시설 개발사업 부지가 공매 시장에 나와 두 차례 유찰됐다.

해당 사업장은 한강로2가 42 일대 9개 필지에 지하 7층~지상 1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기로 한 곳이다.

대일감정원은 이 부지의 감정평가액을 1천432억원으로 평가했다. 이에 최저입찰가 역시 비슷한 수준에서 형성됐다. 해당 공매는 2차례 유찰된 뒤 최저입찰가가 1천128억원까지 하락했다. 추가로 3차례 더 유찰되면 입찰가는 1천1억원 수준까지 줄어든다.

이 사업장은 용산 소재의 개발 가치가 높은 땅이지만, PF 시장 환경을 고려하면 최저입찰가 산정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행사 코너스톤에이치디피에프브이는 지난 2022년 금융기관으로부터 900억원가량의 대출을 받아 이 땅을 매입했다.

PF 업계 관계자는 "마지막 입찰가를 보면 후순위 대주까지 모든 대주의 원금 회수 의지가 보인다"며 "알짜배기 땅이라지만 이런 시장 환경에서 받아줄 수요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공매 시장에 PF 사업장 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금융당국의 기조와 비교하면 금융대주의 눈높이가 아직 높다는 평가다. 지난달 공매로 나온 종로구 효제동과 용산구 이태원동 PF 사업장은 브릿지론 대출액보다 높은 금액을 최저입찰가로 써내 논란이 됐다.(연합인포맥스가 2월 14일 송고한 ''선순위보다 높은 최저입찰가…' PF 사업장 줄줄이 유찰' 제하의 기사 참고)

효제동 부지는 올해 8차례 유찰된 후 최저입찰가가 510억원으로 반토막 나고 수의계약 물건으로 전환됐다. 이태원동 부지 역시 5차례 유찰된 후 최저입찰가가 449억원 수준으로 내려가 수의계약 물건이 됐다.

이러한 가격 산정은 금융당국의 기조와도 어긋난다. 당국은 PF 사업장을 30~50% 할인해 매각할 때 사업성이 살아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PF대출을 취급한 금융회사가 손실을 인식해 사업장을 싸게 내놓고, 다음 매수자는 개선된 사업성을 바탕으로 PF 사업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게 당국의 논리다.

위 관계자는 "대주의 눈높이가 낮아지는 데 아직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아무리 알짜배기 땅이라도 시장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며 "잠재적 매수자도 거의 없는 상황에서 원금 회수를 위해 팔리지 않을 가격에 땅을 내놓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부지 매입에 대출을 내준 금융 대주들은 반발하는 분위기다. 주변 땅값은 떨어지지 않았는데, PF 사업장의 가격만 낮추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PF 한파가 지나가면 사업성이 회복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땅을 무작정 싸게 팔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한 캐피탈사 관계자는 "시장 환경 때문에 소위 '옥석' 중에 알짜배기 땅도 외면받는 상황이다"며 "자본력이 있는 회사들은 땅을 팔지 않고 버틸 수 있지만, 금융당국의 태도가 너무 강경하다"고 말했다.

업계는 당국이 3월 말 PF 사업성평가 태스크포스의 결과를 통보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건전성 분류를 3단계에서 4단계로 세분화하고, 이에 맞는 충당금을 적립도록 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전망된다.

이 관계자는 "당국의 방침이 정해지면 더 본격적인 압력을 느낄 것 같다"며 "상환 순위에 따른 대주들의 입장도 천차만별이라 이를 정리하는 것만 해도 한세월이다"고 짚었다.

또 "시장이 괜찮아지면 땅을 싸게 판 쪽만 손해를 보는데 어떤 대주가 매도 의지가 있겠나. PF 구조조정이라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의도 전경, 여의도 증권가 모습
출처: 연합뉴스

 


nkhwang@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0시 40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