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남경 기자 =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한파로 개발 사업이 공전하던 서울시 서대문구 신촌역 4번 출구 일대 부지가 공매를 통해 새로운 주인을 찾았다. PF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가운데 신촌역 일대는 임대 수요가 꾸준하다는 점에서 본격적인 옥석 가리기가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일 공매에 나온 창천동 부지는 9번의 유찰 끝에 910억원에 매각됐다.

매수자는 부산 소재의 한 부동산 시행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지는 서울시 서대문구 창천동 18-42 외 2필지로, 신촌지역(서대문)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 2-2지구로 지정된 곳이다. 시행사 에스씨디는 해당 부지를 지하 5층~지상20층 규모의 공동주택(도시형생활주택)과 근린생활시설로 개발할 예정이었다.

시행사는 부지 매입을 위해 2021년 말 기준 저축은행과 캐피탈사 7곳으로부터 913억원의 PF 대출을 받았다. 2022년 말 기준으로는 우선수익권 설정금액이 1천376억원으로 늘어나며 대주단의 변화가 있었다. 2022년 말 기준 우선수익권 명단에는 저축은행과 캐피탈사 도합 13곳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개발 사업은 당초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시행사는 지난 2022년 말 공시를 통해 "회사의 총부채가 총자산을 102억원만큼 초과해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있다"며 "신촌역주상복합빌딩개발사업 차입금의 만기 연장과 투자 유치를 진행하고 있다"고 알렸다.

올해 대주단은 해당 부지에 대한 대출금 회수를 진행하며 지난 4일 공매 절차를 시작했다. 하나감정평가법인은 올 1월 기준, 이 부지의 감정평가액을 1천738억원으로 판단했다. 대주단은 1회차 최저입찰가를 이보다 300억원가량 많은 2천86억원으로 설정했다.

이 부지는 9번의 유찰 끝에 910억원에 매각됐다. 1회차 최저입찰가 대비 반토막 난 금액으로, 주변 시세 대비 30% 이상 싼값에 매각됐다는 설명이다. 다만 대주단은 원금 회수에 성공했다. 대주단이 시행사에 실제 대출을 내준 금액은 892억원 수준이다.

대주단 관계자는 "주변 시세가 평당 3억원에 달하는 만큼 입지가 우수한 곳인데 30% 넘게 싼값에 팔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공매 시장에서 서울 주요 입지의 대형 물건이 소화되면서 'PF 옥석 가리기'가 시작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공매 시장에서는 종로구 효제동과 용산구 이태원동 PF 사업장 등 부지들이 시장 냉각에 따라 소화되지 않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PF 업계 관계자는 "가격에는 이견이 있겠지만, 입지가 좋고 개발 가능성이 열려있는 곳들은 조금씩 팔리기 시작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신촌역 출입구
[촬영 정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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