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 투자 계획…시총 50조 만들겠다"
"국민연금, 적극적으로 의결권 행사해달라"

 

(서울=연합인포맥스) 박준형 기자 =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의 통합을 둘러싸고 모녀(송영숙·임주현)와 형제(임종윤·종훈) 간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는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
[출처 : 연합뉴스 자료사진]

 

임종윤·종훈 한미약품 사장은 이번 통합이 '불완전 거래'라며, 금융감독원과 공정거래위원회가 들여다봐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은 21일 여의도 FKI타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OCI-한미 통합은) 전체 정보가 아닌 일부만 가지고 끌어낸 거래"라며 "이는 불완전 거래"라고 평가했다.

임 사장은 "어머니와 동생은 경험이 없다 보니 이런 부분에 대한 검토가 덜 이뤄진 것 같다"라며 "솔직히 잘 모르고 (통합을) 추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토가 덜 됐거나, 검토 채널이 오염됐다"며 "금감원과 공정위가 전문적인 시각으로 봐야 할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검토 채널을 언급한 건 해당 거래를 자문한 라데팡스 파트너스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임 사장은 "M&A 이후 전혀 다른 대주주가 그룹을 책임지고 운영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특별 의결 사안이라고 판단한다. 이에 걸맞게 사전에 정보를 공유하고 실사해야 했지만, 이것이 무시당했다"고 날을 세웠다.

통합 이전 단계가 생략되면서 67%에 달하는 주주의 권리가 무시당했다는 설명이다.

임 사장은 "깊게 들여다볼수록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이 성행하게 될까 우려스럽다"라며 "제도와 법망을 빠져나가는 듯한 기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날 임종윤·종훈 사장은 한미그룹 경영에 복귀한다면, 1조원 이상의 투자를 집행한다는 '미래 전략'을 제시했다. 투자를 통해 5년 안에 순이익 1조원, 시가총액 50조원 제약사로 성장하겠다는 청사진이다.

현재 한미약품의 시가총액은 약 4조2천억원 수준이며, 지난해 2천2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형제는 한미약품의 발전 방향으로 신약 출시를 통한 수익성 향상, 금융공학적 기업 구조 변화, 바이오 개발 전문회사 도약 등 세 가지 키워드를 제시했다.

임종윤 사장은 "중국에서 신약을 통해 북경 한미약품의 순이익률을 25%로 올린 경험이 있다"라며 "현재 한미약품의 이익률은 10% 미만이지만, 경험을 통해 이익률을 25%대로 올린다면 시가총액이 '밸류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순이익 1조를 달성하기 위해선, 잘하는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라며 "사업부 매각 등을 통해 기업 구조를 변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임종윤 사장은 한미약품을 위탁 개발(CDO)과 임상대행(CRO) 전문 회사로 키울 것이라는 목표를 세웠다. 그는 글로벌 제약사 '론자'를 롤모델로 제시했다.

임 사장은 "한미는 50년 동안 450개 화학 의약품을 론칭했다. 이는 100개 이상의 바이오 약품을 생산할 수 있는 노하우가 있다는 것"이라며 "이것이 진정한 한미의 미래"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계획이 실행되지 않는다면, 책임지고 모든 것을 내놓겠다"라며 "직을 걸고 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주총에서 표 대결의 '키맨'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에 대해선, 임종훈 사장은 "신 회장은 경영하는 분이고 선대와도 오랜 친분이 있다"라며 "현명한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신동국 회장은 한미사이언스 지분 약 11.5%를 보유하고 있다.

또 다른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에는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해달라 촉구했다. 국민연금은 한미사이언스 지분 약 7.6%를 보유하고 있다.

임종윤 사장은 "국민연금이 굉장한 '갑'이라고 느낀다"며 "그동안 순리대로 스튜어드십 코드를 행사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번에는 법률기관을 통해 깊이 봐주시면 좋겠다"라고 부탁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의 가이드라인 1번은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 증대"라며 "합병 이후 기업은 거버넌스가 굉장히 불투명하고, 경영권 분쟁 소지가 있다. 이는 큰 리스크다"라고 부연했다.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이 통합배경에 대해 상속세 재원 마련을 언급한 것도 문제로 삼았다.

임종윤 대표는 "상속세로 경영권을 지킬 수 없다면, 경영해서는 안 된다"라며 "저희는 세금에 대한 문제를 잘 해결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한미사이언스는 임종윤·종훈 형제의 제안이 한미사이언스의 기업가치를 훼손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한미사이언스는 "대안도 없이 기업의 미래 가치를 스스로 훼손하고 있는 행위를 납득하기 어렵다"라며 "한미와 OCI그룹 간 통합은 국내에서 유사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상생과 공존, 협력의 통합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한미사이언스는 오는 28일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임종윤·종훈 형제는 자신들을 포함한 5명의 이사 선임안을 제안했으며, 한미사이언스는 장녀 임주현을 포함한 신규 이사 6명 선임안을 상정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는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 안건에 대해 각각 다른 의견을 제시하면서 표 대결에 긴장감이 감도는 상황이다.

임종윤·종훈 형제가 제기한 한미사이언스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결론도 조만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형제는 지난 1월 한미사이언스가 OCI홀딩스를 대상으로 2천4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막아달라는 내용의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바 있다.

jhpark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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