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윤 형제, 신동국 지지 업고 지분율 소폭 역전

'지분율 7.66%' 국민연금과 소액주주 판단 관건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연기금 판단 갈려

(서울=연합인포맥스) 김학성 기자 = 오는 28일 한미사이언스[008930]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한미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오너일가 모녀와 형제의 분쟁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캐스팅보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의 지지를 업은 임종윤 형제 측의 미세한 우세가 점쳐지지만, 지분율 격차가 크지 않아 이사 선임을 둘러싼 표 대결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와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의 판단도 엇갈리며 시장 참여자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왼쪽)과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임종윤, 신동국 지지로 지분율 소폭 역전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임종윤·종훈 형제 측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율(40.57%)은 송영숙·임주현 모녀 측(35.33%)을 약 5%포인트(p) 앞선다.

형제 측 지분율은 지난 1월 OCI그룹과 경영 통합 발표 직후 임종윤 사장이 모친 송영숙 회장과 특수관계를 해소하며 공시한 지분율 28.42%에 신동국 회장 지분율 12.15%를 더한 수치다.

모녀 측 지분율은 특수관계 변동 당시 송영숙 회장이 공시한 35%에 통합 지지를 밝힌 한미그룹 임직원 모임 '한미 사우회' 지분 0.33%를 합했다. 공익법인인 가현문화재단(4.9%)과 임성기재단(3%)도 포함했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은 국내 계열회사에 대한 의결권 행사가 제한되지만, 한미그룹은 이에 속하지 않아 공익법인의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다.

임종윤 형제 측은 지난 23일 신동국 회장의 지지 선언에 힘입어 지분율 역전에 성공했다.

신동국 회장은 "현 경영진이 경영해 온 기간에 연구개발이 지연되고 핵심 인력들이 회사를 떠났다"며 임종윤·종훈 형제에게 새로운 이사회를 구성해 달라고 요청했다.

주주총회가 가까워지자 양측은 연일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기자회견을 열어 여론전에 나서고 있다.

임주현 사장은 전날 오빠인 임종윤 사장을 상대로 266억원의 대여금을 반환하라는 소송을 제기했으며, 송영숙 회장은 형제를 사장 직위에서 해임했다.

이들의 지분율 격차가 작다 보니 국민연금(7.66%)과 3만8천여명에 달하는 소액주주의 판단이 경영권 분쟁의 향방을 가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왼쪽)과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자문사·연기금 판단 제각각…표 대결 결과 '안갯속'

국민연금을 포함한 기관투자자들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의결권 자문사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글로벌 양대 의결권 자문사 중 하나인 글래스루이스는 한미가 OCI그룹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이번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추천 후보 6인 전원에 찬성할 것을 권고했다.

반면 또 다른 자문사 ISS는 "이 정도 규모의 거래 시 법상 요구되지 않더라도 주주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이사회 측 3인, 임종윤 측 2인의 이사 후보에 찬성을 권고했다.

국내 의결권 자문사들의 의견도 대립했다.

한국ESG평가원은 전날 "모녀 측이 주도한 OCI와 통합은 절차적 정당성이 떨어지고, 사내이사로 추천된 임주현 사장과 이우현 OCI그룹 회장의 경영 능력도 의문"이라며 형제 측 손을 들어줬다.

이와 달리 서스틴베스트는 원활한 이사회 운영이 필요하다며 회사 추천 후보에 일괄 찬성을 권고했다.

한국ESG기준원은 형제 측 후보 5명 중 4명에 찬성을, 회사 측 6명에는 반대가 아닌 '불행사' 의견을 냈다.

자문사들의 의견이 하나로 모이지 않자 국민연금이 이우현 회장의 과거 미공개 정보 이용 유죄 이력에 주목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우현 회장은 2007년 OCI 부사장 재직 당시 내부정보를 이용해 약 3억5천만원의 시세차익을 얻은 혐의로 2011년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0억원의 유죄 판결을 받았다.

국민연금이 이를 기업가치 훼손 이력으로 보고 형제 측에 설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아울러 글로벌 연기금의 판단도 갈리고 있다.

미국 최대 공적 연기금인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캘퍼스)은 형제 측 이사 후보 5인에 모두 반대하고, 이사회 측 후보 6인 중 3인에 찬성표를 던졌다. 임주현 사장과 이우현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에는 반대했다.

반면 캘리포니아교직원연금(CalSTRS·캘스터스)은 주주제안 후보에 모두 찬성하고 이사회 추천 후보에 전원 반대했다.

 

한미약품과 OCI
[출처: 한미약품]

 

◇ 28일 표 대결 결판…신주발행 가처분도 주목

한미사이언스는 오는 28일 오전 9시 경기도 화성시 라비돌호텔에서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여기서 이사회 추천 이사 후보 6인(임주현·이우현 사내이사, 최인영 기타비상무이사, 박경진·서정모·김하일 사외이사)과 주주제안 이사 후보 5인(임종윤·임종훈 사내이사, 권규찬·배보경 기타비상무이사, 사봉관 사외이사) 선임을 두고 표 대결을 벌인다.

한미사이언스는 11명의 이사 후보에 대해 일괄표결을 진행해 보통결의 요건 충족 시 다득표순으로 최대 6명의 이사를 선임할 예정이다.

현재 한미사이언스 이사진은 송영숙 회장 등 4명인데, 주주총회 표결 결과에 따라 이질적인 세력으로 이사회가 구성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이와 별개로 임종윤 형제가 한미사이언스를 상대로 제기한 OCI홀딩스[010060] 대상 2천400억원 규모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결론도 곧 나올 것으로 보인다.

20일 전인 지난 6일 심문이 마무리됐지만 재판부의 고민이 길어지고 있다.

가처분이 기각되면 한미사이언스와 OCI홀딩스는 예정대로 거래를 종결해 경영 통합에 속도를 내겠지만, 인용 시에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전망이다.

이우현 회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한미사이언스 신주발행이 막힐 경우 거래를 재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래픽] 한미그룹 일가 OCI 통합 찬반 여부

 

hs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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